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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소한 일상 ‘찰칵’ 대신 그려봐요

일상 그리기- 심수환 글 그림 /산지니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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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역 출구 등 180점 실어
- 서서 느끼고, 관찰하고 그려
- 재능 없어도 도전하라고 응원
- 독자 “나 여기 알아” 외칠 수도

마음 가는 대로 신나게 그림을 그린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더 많은 색의 크레파스가 있으면 더 잘 그릴 자신도 있었다.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재미없어졌다. 미술대회에 나갈 학생을 학교에서 따로 뽑고, 내 그림이 비교·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구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 그림 그릴 자격이 있구나, 자신 없어지면서 흥미를 잃었다.
우리는 모두 그림 그리기를 사랑했다. 풍경 수채화 화가로 활동하는 심수환 작가가 ‘일상 그리기’에서 그 추억을 소환해준다. 책에는 그림 180여 점이 실렸다. 일상을 이루는 작은 물건, 커피콩 두 알, 테이블 위 꽃잎, 누군가 건넨 쪽지, 연필, 봉투, 샌들 신은 맨발, 동네 골목, 사람들, 출퇴근길 풍경, 여행지 풍경 등 일상을 채우는 모든 것이 그림의 대상이다. 보도블록 사이로 핀 꽃을 보려고 몸을 한껏 낮추는 자세, 통통한 대추를 보며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는 표정, 유턴 금지 표지판을 보며 돌아갈 수 없는 옛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도 그림이 보여준다.

심수환 작가는 일상 그리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잠시 멈춰 서서 느끼고 관찰한다. 관찰하고, 그것을 그렸으니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 소소한 날들은 그림으로 남겨졌기에 특별한 날이 됐다. 그림 옆자리에는 작가의 감상 글이 놓였다. 심수환의 글과 그림은 소소한 어느 하루의 키워드이면서 플레이 버튼이 되어 특별한 하루를 불러온다.

책에서 ‘교대역 8번 출구’라는 제목의 그림을 보자마자 “나, 여기 알아!” 소리칠 뻔했다. 작가는 이런 글을 남겼다. ‘교대역 8번 출구에서 나와 43번 버스를 타려면 호떡을 맛있게 구워 파는 포장 트럭을 만나게 된다. 볼 때마다 똑같은 풍경이지만 트럭 뒤 은행나무만 가을에 무르익는다.’ 국제신문 건물 앞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왼편에 있는 이 포장 트럭을 만날 수 있다. 낯익은 일상을 그림으로 보니 더 반갑다.

‘할매집’ 그림의 설명에는 군침이 돈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 찾은 두구동 할매집 식당. 그저 지나가다 눈에 띄어 찾은 식당인데 메뉴 선택 없이 1인분 7000원에 선지국과 된장찌개, 그리고 뷔페식 반찬을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는다. 푸짐한 식단과 더불어 할매의 손맛까지 더해져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한다.” 그저 지나가다 눈에 띈 식당이었다지만 그림으로 기록해뒀으니, 두구동 할매집을 아는 사람들도 소리치겠다. “나, 여기 알아!”

장산이 보이는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 괜히 부러워지는 그림도 있다. ‘지리산이 아닌 장산!’ 그림에는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지만 조금만 눈을 뒤로 하면 지리산 못지않은 깊은 산 속에 있다’는 문장이 함께한다. 눈을 들어서 보면 그곳에 산이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그림이다.

제목은 없이 두 페이지에 걸친 그림에는 ‘미세먼지 조금, 하늘은 푸른 편. 부산외곽 고속도로’라는 메모가 붙었다. 작가가 부산을 떠나 어디론가 여행 가는 길에 본 풍경일까. 건물과 차량으로 빽빽한 도심을 벗어날 때면 눈도 마음도 시원해져 새삼스레 하늘을 보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은 해봤지만 그려볼 생각은 못 했는데, 이 책이 용기를 준다. 작가는 거창한 도구도 필요없고, 멀리 떠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작은 수첩과 펜만 있다면 그곳이 화실이다. 우리를 둘러싼 물건 사람 장소 그 모든 것이 대상이다. 그리기에 자신 없다는 생각은 말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 그림 그리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도 그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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