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상관없이 한 번은 봐야할 것 같은 영화가 있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담은 창작 뮤지컬 ‘영웅’을 스크린으로 옮긴 윤제균 감독의 영화 ‘영웅’이 내겐 그랬다.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 ‘국제시장’ 두 편의 천만 관객 영화를 만들었다. 특히 ‘국제시장’은 우리 어머니께서 최초로 N차 관람을 시도한 영화라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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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홈페이지 캡처 |
안중근을 다룬 영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코미디언 출신 서세원 감독이 연출한 ‘도마 안중근’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유오성이 연기한 안중근은 마치 홍콩영화 속 주윤발처럼 화려한 쌍권총 액션을 선보였다. 총탄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런웨이의 모델처럼 안정되고 자신감 넘치는 워킹으로 액션을 펼치는 모습을 한 영화 프로그램에서 확인하고 차마 관람을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 찬송가가 터져 나온다는 믿지 못할 소문도 들었다. 그보다 더 일찍 1979년에 북한에서 제작한 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라는 영화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반공웅변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반공소년 출신으로서 북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이적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돼 역시 찾아보지 못했다.
영화 ‘영웅’은 안중근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 정성화가 비장하게 뮤지컬 넘버를 열창하는 장면이나, 옥중에서 어머니의 편지를 읽는 장면에선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으나 차라리 뮤지컬 실황을 생생하게 영상으로 기록하는 편이 여러모로 나은 선택인 것 같다. 좋아하는 두 배우 박진주와 김고은이 연기한 마진주와 설희, 극을 위해 창작된 두 여성 캐릭터는 뛰어난 연기를 펼치지만 안타깝게도 안중근의 이야기에 오롯이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궁녀 출신으로 명성황후의 복수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설희는 2023년에 보기엔 지나치게 시대착오적이다. 굳이 ‘내가 조선의 국모다’는 대사가 나오고 만다. 마진주의 절절한 사랑노래 역시 신파를 위한 장치로 소모된다. 이 영화에서 혹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미덕이 있을진 몰라도 영화 ‘영웅’으로 진정 안중근을 만났다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았다. 안중근의 인간적인 고뇌에 집중하며 이왕이면 역사적 고증까지 충실한 작품으로 안중근 의사를 꼭 다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