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올린 역할 대신한 피리부터
- 제례악에 내포된 음행오행까지
- 세계 속 전통음악 매력 풀어내
클래식 음악 공연의 바이올린 독무대를 국악기인 피리가 대신한다. DJ가 주도하는 비트를 뚫고 신명나는 태평소 가락이 솟구친다. 소리연구회 소리숲 김지윤 대표의 무대는 클래식과 국악기의 융합공연으로 주목받는다.
 |
| 2019년 소리숲 정기공연 장면. 김지윤(왼쪽) 대표의 국악기 피리와 서양 악기인 첼로 하프가 어우러져 이색적이다. 소리숲 제공 |
이런 융합공연은 미처 몰랐던 국악기와 전통 음악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흥미를 더 강렬하게 느끼게 한다. 부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악인 김지윤 소리숲 대표가 전통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피리를 전공해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김지윤 대표는 클래식과 국악을 융합한 공연을 활발하게 선보이면서 음악계에서 ‘피리 박사’로 통한다.
지난 23일 만난 김 대표는 “소리가 중요하지, 장르는 관계없다”는 소신을 먼저 밝혔다. 지난달 발간한 ‘김지윤의 음악산책’(소리숲 펴냄)의 제목에 국악 대신 ‘음악’이 들어간 이유이다. 이 책은 김 대표가 공연과 강연을 진행하고 칼럼과 에세이를 쓴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했다.
그는 “전통음악 중 궁중음악은 민속악과 달리 많은 분이 낯설어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일반에 알려지면서 역사가 길지 않은 점도 주요한 이유”라며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게 특징인 궁중음악을 이해하려면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음악 이해도를 높이고자 책을 쓴 것”이라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
 |
| 김지윤 소리숲 대표와 그가 발간한 ‘김지윤의 음악산책’ 표지. |
책은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피리와 하프’ ‘한국 피리, 서양 피리를 만나다 ’ ‘부는 악기는 왜 모두 피리일까’ 등 전통음악의 형식과 매력에 관해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편견을 바로잡고 이해도를 높여주는 동반자 구실도 한다. 책에 따르면 전통음악은 음양오행 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악기 배치와 치수 색깔 문양 등에 모두 음양오행의 상징성이 깃들었다. 전통음악을 단순히 궁중음악과 민속악 등으로 나누는 것 이상의 관심과 이해를 기울이면 더 흥미로운 음악세상이 열린다.
국악기가 세계에서 통한다는 사례도 보여준다. 본문 중 ‘국제성을 띤 악기 태평소’에서는 태평소의 폭넓은 활용을 다룬다. 김 대표는 “전 세계에는 모양은 다르지만 태평소 모습을 띤 악기가 분명히 있다”며 “농악 선율을 담당하는 태평소는 소리가 커 야외 공연에 알맞고 특히 신나는 노래와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19년 EDM과 태평소를 접목한 무대를 대구 수성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선보여 관객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오케스트라와 국악의 융합공연은 김 대표의 고유한 ‘무기’다. 그는 피리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을 선보이거나 클라리넷 등과 함께 연주해 국내외에서 호응을 끌어냈다. 클래식에서 바이올린이 주선율을 책임진다면, 김 대표의 공연에서는 피리가 그 구실을 한다.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협연인 셈이다. 다만 그 공연의 형태가 이른바 ‘퓨전’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퓨전이라 하면 연주에 변이를 준 편곡으로 생각하기 쉽다”며 “멜로디에 악기를 얹는 게 아니라 악기로 연주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책하다 보면 기분이 전환돼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는 경험을 반드시 한다. 김 대표는 책을 통해 산책하듯 편안히 음악을 접하고 전통음악을 받아들이길 권한다. 책을 읽고 책장을 덮으면, 표지에 그려진 책가도(선비의 서책과 골동품 화훼 등을 그린 그림)에 놓인 피리가 더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