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을 우선하여
좋아하는 눈 먼 시간
매사에 손 안 쥐고 빨리 빨리 풀어내는
그대의 고정된 시선 차라리 아찔하다
자로 잰 그 손놀림
무한값을 입력하여
자율주행 서빙로봇 척척박사 모둠발로
세상을 더블로 묶어 값을 매겨 엮어간다
덤으로 묶지 말고
울퉁불퉁 앉혀볼까
여보게 손 맞잡고 세상일을 더듬어서
한 뼘씩 금 그어가며 더디 살면 어쩌리
버튼만 몇 번 누르면 자율주행에서 주차까지도 대신해 준다. 식당에서는 주문부터 서빙까지도 하는 인공지능. 그림 그리기는 물론 시와 소설도 쓰고 작곡도 하며 영화제작까지 가능한 AI.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을 뽐내고, 24시간 민원 상담도 할 수 있는 챗봇까지 선보이는 시대. 시인은 이러한 작금의 현실을 ‘아찔하다’고 단언하며 통렬히 비판한다. 인간 편의를 위해 기여만 하는 AI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인간이 속박받는 상황으로 치닫는 현 시대를 덤덤한 목소리로 경계한다.
어떤 예술품이 과연 인간이 만든 창작물인지 AI의 생산물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단계는 지났다. 어떤 존재를 볼 때 과연 인간인지 AI인지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는 시점이 도래했다. 시인은 이러한 성장 일변도의 과학기술 개발에 일침을 가한다. 우리 인간들끼리 따습게 두 손 맞잡고, 제발 좀 더디게 더디게 살아 보자고 항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