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세계 최고 영화거장의 자전적 성장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파벨만스’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3-04-03 19:40:05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파벨만스’(2022)라는 제목은 일종의 농담이다. 이야기(fabel)를 하는 사람(man)을 뜻하는 가족의 성씨는 사실 스필버그(Spiel-berg)의 철자를 뜯어보면 나오는 ‘쉴 새 없이 떠드는 긴 이야기’(Spiel)에 착안해 비틀어 본 것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작명에서부터 스필버그는 이 영화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홈무비’임을 고백하는 셈이다. 이것은 훗날 감독의 길을 걷게 될 한 소년이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에서 보냈던 유년기와 청소년기, 성년의 목전에 이르기까지 마주한 사건들을 다루는 성장담이다.

부모의 손을 잡고 간 극장에서 ‘지상 최대의 쇼’(1952)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새미는 선물 받은 장난감 열차로 충돌사고 장면을 재현해보려 한다. 어머니 미츠는 그런 아들의 손에 아버지 버트의 카메라를 쥐여준다. 음악가 어머니의 감수성과 공학자 아버지의 치밀함. 부모 양쪽에게서 물려받은 자질은 예술적 감각과 테크놀러지 양면을 아우르며 환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영화감독의 바탕이 된다.

새미는 모은 두 손을 스크린 삼아 자신의 첫 영화를 비춰본다. 소년의 시선은 손아귀에 담긴 환상의 세계에 고정되어 있고, 주변은 어둠에 휩싸여 있다.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 이 구도는 ‘파벨만스’의 주제 그 자체이다. 소년은 필름 속에 담긴 빛의 세상을 주무르며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얻지만, 바깥에 도사리는 어둠, 즉 현실에선 상처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캠핑을 촬영한 필름의 편집 과정에서 새미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료 베니와 내연의 관계임을 눈치챈다. 그러나 완성한 필름에서 문제의 분량은 말끔히 잘려 나가고 가족의 단란한 순간만이 남는다. 영화는 몽타주로 불편한 부분을 덜어냄으로써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런 식으로 봉합되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도, 학교생활 부적응과 첫사랑 실패도 겪어내고 버텨야 할 따름이다.

스필버그의 영화적 우상 중 한 사람이자 ‘미지와의 조우’(1977)에도 출연한 누벨바그 감독 프랑소와 트뤼포도 ‘아메리카의 밤’(1973)에서 질문하지 않았던가? “영화는 인생보다 중요한가?” 그리고 “영화는 인생보다 조화롭지. 거기엔 교통지옥도, 끔찍한 기다림도 없어. 영화는 기차처럼 질주하는 거야.” ‘파벨만스’를 통해 스필버그는 원하는 대로 통제되는 꿈, 영화의 경이와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녹록치 않음을 대비시키고, 한 발씩 걸친 두 세계의 균열 사이에서 괴로워한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근간을 이룬 작가적 토포스(topos)가 무엇이었는지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자신의 실패와 약함, 이기심마저 돌아보는 이 담담한 회고는 새미가 할리우드의 거장 존 포드를 만나고 본격적인 영화의 길로 들어서며 끝난다. (실제로는 작중 묘사보다 이른 16세 때의 일) 여기서 언급된 수평선의 화두는 이후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에 일관되게 관철된다. 지평선 너머에는 불안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고, 그것은 ‘E.T.’(1982)처럼 구원의 가능성일 수도, ‘우주전쟁’(2005)이나 ‘워 호스’(2011)처럼 파괴와 절멸일 수도 있다. 영화의 세계를 피안으로 삼았던 소년은 그 창을 통해 역사를 직시하고 현실을 근심하는 노장이 되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4. 4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5. 5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6. 6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7. 7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8. 8“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3. 3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7. 7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