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53> 악기로 사용된 각골(刻骨)

깎아내고 촘촘히 홈 파낸 사슴뿔…삼한·삼국시대 풍요 빌던 타악기

  • 임소연 복천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5-08 19:20:28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선사·고대 유적에서는 다양한 유물이 발견되는데, 그중에는 토기·철기 외에도 고대인의 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된 골각기가 있다. 골각기는 동물의 살과 가죽을 벗기고 난 뒤 남은 뼈·뿔·이빨을 가공하여 제작한 도구를 말한다. 이러한 골각기는 패총 유적에 잘 남아 있다. 그것은 패총을 이루는 조개껍데기의 주성분이 탄산칼슘이라서, 산성 토양을 약알칼리성으로 변화시켰고, 동물이 죽은 뒤에 지각의 구성성분으로 재흡수되어 칼슘 성분을 보충해 주었기 때문이다.
악기로 사용된 각골(刻骨). 부산박물관 제공
이번에 소개하는 유물은 다양한 골각기 중 하나인 각골(刻骨)로,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에서 출토되었다.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은 부산 동래 패총(사적 제192호)에서 동쪽으로 106m 떨어진 거리에 있다. 부산 동래 패총은 2~4세기 조성된 삼한·삼국시대 패총으로, 발굴조사를 통해 철 생산 유구를 비롯하여 다량의 유물이 확인되었다. 이 유적과 인근에 있는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도 사적 제192호인 부산 동래 패총의 연장선으로 보이며, 인근에 있는 부산 복천동 고분군의 지배집단이 남긴 생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에서 출토된 각골은 길이 20.5㎝로, 사슴뿔의 지각을 다듬어 제작한 것이다. 외면에 세로 방향으로 촘촘하게 여러 줄의 홈을 파서 선각 문양을 새겼다. 이 가운데 2개의 선은 촘촘히 모여 있는 선각 부분에서 떨어져 새겨져 있다. 양 끝부분은 깎기 기법으로 마무리했고, 외면에도 깎기, 마연하기 등으로 마무리했다. 부산 낙민동 100-1번지 유적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각골이 출토되었다.

각골은 사슴뿔의 표면에 여러 줄의 홈을 낸 것으로 조골(彫骨)로도 불리는데, 삼국시대 유적에 해당하는 부산 고촌 유적의 공방지에서도 7점이나 출토되었으며, 창원 신방리 저습지, 경산 임당 저습지 등에서도 출토되었다. 각골은 복골과 관련해 점치는 뼈의 일종으로 생각해 왔으나 홈이 난 곳을 술대로 문질러 소리를 내는 악기인 찰음악기(擦音樂器)의 하나로 보는 견해가 제기됐다.

이와 유사한 용도로 추정되는 유물 중 목제로 만든 유물도 있다.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는 막대기 모양의 목제 표면에 여러 줄의 홈을 낸 유물이 출토됐다. 이 유물의 용도를 술대로 문질러 소리를 냈던 악기로 추정하고 있는데, 중남미 민속 악기 중 귀로를 참고할 때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귀로는 호리병 모양 열매를 건조해 겉면을 오톨도톨하게 홈을 낸 뒤, 철사나 막대로 긁어 소리를 내는 악기였다.

이처럼 구석기시대부터 사용한 골각기가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용도로 분화 발전하여, 삼한·삼국시대에는 악기로 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한의 악기나 음악 활동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삼한 소국에서는 밤낮 없이 무리를 이룬 뒤 서로 동작을 맞춰 땅을 밟으면서 몸을 낮추었다 올리고 박자를 맞추는 방울춤을 추며 농경의례를 진행했다. 이때 박자를 맞추기 위한 도구로 각골과 같은 타악기를 이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3. 3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4. 4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5. 5“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8. 8[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9. 9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0. 10[사설]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3. 3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4. 4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5. 5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6. 6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7. 7"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8. 8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9. 9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10. 10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5. 5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10. 10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6. 6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3. 3‘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송현화-Magic Airs
지나-마음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8일 (음 9월 1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7일 (음 9월 1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