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경대 앞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 이승철 사장을 만나면 무리한 요청을 남발하는 편이다. “아이유 혹은 뉴진스를 불러 달라” “신바람 이박사를 불러 달라” 등등. 그 꽤 오랫동안 때를 쓰던 공연요청이 결국 성사됐다. 대한민국 ‘최애’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신윤철이 이끄는 밴드 서울전자음악단의 공연이 지난 13일 오방가르드에서 펼쳐졌다. 신윤철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1992년 발표된 그의 2집 ‘녹색정원/컴퓨터 세상’부터였다. 당시 친구에게 이 앨범을 추천하며 이런 망언을 덧붙였다. ‘딱히 노래를 잘하지도, 기타를 잘 치지도 않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음악이다’. 한창 록을 찾아듣기 시작하던 10대 시절의 나는 노래를 잘한다는 건 3~4 옥타브는 가볍게 넘나들어야 하고, 기타를 잘 친다는 건 잉베이 말름스틴이나 스티브바이처럼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속주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부끄러운 기억이라 지금도 가끔 이불을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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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에서 열린 서울전자음악단 공연. 작가 제공 |
이날 신윤철이 아버지인 록의 대부 신중현에게 물려받은 낡고 칠이 벗겨진 82년식 팬더 스트라토캐스트를 메고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모습은 마치 기타를 멘 신령님 같았다. 살면서 이런 분에 넘치는 소리를 들으려면 분명 조상의 은공이 깊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나가는 아무 서양 사람을 붙잡고 “너희 나라엔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이 있냐? 우리는 신윤철이 있고 서울전자음악단이 있다”고 외치고 싶게 만드는 귀한 연주였다. 어느새 마지막 곡으로 최소 1000번 이상은 들었을 명곡 ‘서로 다른’이 연주되자 관객들의 떼창도 함께 시작됐다.
‘입고 있는 옷은 똑같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네 입고 있는 똑같은 옷자락위에 서로 다른 먼지들이 내려와 쌓이네 서로 다른…’. ‘서로 다른’ 중.
이곡의 백미인 기나긴 기타 솔로가 시작될 무렵,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경건한 마음으로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렸다. 이 노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애국가로 지정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오래된 생각이다. 서로 다른 것만 이해할 수 있어도 많은 불편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첫 번째, 새로운 애국가라면 이처럼 유려하고 아름다운 기타솔로가 4분 이상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게 두 번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