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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귀환 한달 만에 경상 출진…왜는 도망다니기 바빴다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8> 계사년(1593년) 3월 15일~5월 16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5-28 19:08:5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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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어머니 생신날이건만
- 축수의 잔 못 올리니 평생 한”
- 부친 돌아가실때도 영결 못해

- 피란 중인 임금과 명의 짓거리
- 그 소식 듣고 통탄스럽기만 해

- 작전 회의 와서 술주정한 원균
- 그 고약함에 장병들 모두 분개

3월15일[4월16일] 맑음.

우수사(이억기)가 이곳으로 왔다. 여러 장수들이 관덕정(활터 정자의 별칭임)에서 활 쏘는 시합을 했는데, 우리 편 장수들이 66분을 이겼다. 그러자 우수사가 떡과 술을 장만하여 왔다. 저물면서부터 비가 몹시 왔는데 밤새도록 쏟아졌다.

3월16일[4월16일]

서서히 맑아졌다. 여러 장수들이 또 활 쏘는 시합을 했는데, 우리 편 여러 장수들이 역시 30여 분을 이겼다. 원수사도 왔다가 몹시 취해서 돌아갔다. 낙안군수가 왔기에 고부군수에게 가는 편지를 주어 보냈다.

3월17일[4월18일]

맑으나 종일 큰바람이 불었다. 우수사가 제의하여 활쏘기를 했는데, 광풍 탓에 활 쏘는 모양새가 엉성해 우스웠다. 신경황이 본영에서 와서 전하기를, 임금의 분부를 받들고 선전관이 본영에 왔다고 하기에 곧바로 그를 본영으로 되돌려 보냈다.

3월18일[4월19일]

맑은데 모진 바람이 종일토록 불어 사람들이 마음대로 출입하지 못했다. 소비포 (이영남)와 아침밥을 같이 했다. 우수사와 바둑을 두어 이겼다. 남해현령 기효근이 와서 봤는데 저녁에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왔다. 밤 10시께 비가 내렸다.
경남 통영시 항남동에 조성된 한산대첩광장. 이순신 함대의 전투 모습과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바둑 상대는 주로 이억기 우수사와 이홍명 첨사였던 것 같다.

3월19일[4월20일] 비 옴. 우수사와 함께 적 칠 일을 의논하였다.

3월20일[4월21일] 맑음.

우수사와 더불어 계속 적 칠 일을 의논했다. 오후에 선전관이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3월21일[4월22일] 맑음.

3월22일[4월23일] 맑음.

▶3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일기는 빠지고 없음.

계사년 5월(1953년 5월)

▶여수 본영에 귀환한 지 한 달 만에 또 나아가 적을 치라는 조정의 명령을 받고 이순신은 다시 군사를 모아 경상 바다로 출진한다. 적은 이순신을 피하기만 했기에 싸움은 없어도 진지를 옮겨 다니며 바다 위에서 온갖 괴롭고 아픈 일을 겪는다.

5월1일[5월30일] 맑음.

날이 새자 망궐례를 드렸다.

5월2일[5월31일] 맑음.

선전관 이춘영이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왔는데, 대개 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적을 섬멸하라는 것이었다. 이날 보성군수(김득광), 발포만호(황정록) 두 장수가 와서 만났는데, 나머지 여러 장수들은 정한 기일을 물렸기 때문에 모이지 아니했다.

5월3일[6월1일] 맑음.

우수사(이억기)가 수군을 거느리고 와 약속은 하였지만, 뒤떨어져 못 온 수군들의 수가 많으니 한탄스러웠다. 선전관 이춘영은 돌아가고 연이어 이순일(선전관)이 온다 한다.

5월4일[6월2일] 맑음.

오늘이 어머니 생신날이건만 가서 축수의 잔을 올리지못하니 평생 한이 되겠다. 우수사와 군관들과 함께 진해루 옆 활터에서 활을 쏘았다. 순천부사가 와서 약속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약 한 첩 달여 드리지 못하고 영결조차 못한 것을 평생의 한이 되었다고 자책했었다.

5월5일[6월3일] 맑음.

선전관 이순일이 영남에서 돌아왔기에 아침밥을 대접했는데 전하는 말이 명에서 나에게 은청금자광록대부(銀靑金紫光祿大夫)의 작위를 내렸다고 하는데 아마도 잘못 전해진 것 같다. 저녁나절에 우수사, 순천, 광양, 낙안 등과 술을 마시며 담론했으며, 군관들은 편을 갈라 활을 쏘았다.

▶위 글에 비추어 볼 때, 임진년에 떨친 그의 명성은 명나라에서도 널리 퍼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5월6일[6월4일]

아침에 친척 신정과 조카 봉이 해포(아산 해암리)에서 왔다. 저녁나절에 퍼붓듯 내리는 비가 온종일 와 개천물이 넘쳐흘러 비를 기다리던 농민들을 만족시켜 주니 참으로 다행이다. 저녁 내내 친척 신정과 이야기했다.(▶아마도 어머니를 여수로 모셔 오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5월7일[6월5일]

흐리되 비는 오지 않았다. 우수사(이억기)와 함께 아침밥을 먹고 진해루에서 행군의 준비를 끝낸 뒤 배에 올랐다. 떠나기 직전 발포의 도망갔던 수군을 잡아 왔기에 처형(사형)하고, 입대에 관한 사무를 태만히 한 순천의 이방은 일단 처형을 미루었다. 배가 남해 미조항에 이르자 동풍이 크게 불고 파도가 산더미 같아 간신히 배를 대고 잤다.

5월8일[6월6일]

흐리되 비는 오지 않았다. 새벽에 출항하여 사량 바다 가운데에 이르니 사량만호(이여념)가 나왔다. 우수사(원균)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금 창신도(남해군 창선도)에 있는데 군사들이 모이지 않아 미처 배를 타지 못했다고 한다. 곧바로 당포에 이르니, 이영남이 와서 보고 수사(원균)의 망령된 짓이 많음을 자세히 말했다. 당포서 잤다.

5월9일[6월7일] 흐림. 아침에 출항하여 걸망포(통영시 용남면 화삼리)에 이르니 바람이 순조롭지 못했다. 우수사(이억기), 가리포첨사(구사직)와 한자리에 앉아 작전을 토의했다. 저녁에 수사 원균이 배 2척을 거느리고 왔다.

5월10일[6월8일]

흐리되 비는 오지 않았다. 아침에 출항하여 견내량에 이르렀다. 늦게 높은 곳으로 올라가 흥양(고흥)의 군사를 검열하고, 약속한 날에 오지 못했거나 온 군사의 숫자가 비어 있는 장수들을 처벌했다. 우수사와 가리포 첨사가 와서 모여 앉아 이야기했다. 조금 있으니 선전관 고세충이 임금의 분부를 전하러 왔는데 분부의 내용은 역시 “후퇴하여 돌아가는 왜적을 무찌르라는 것”이다. 부찰사의 군관 민종의가 공문을 가지고 왔다. 저녁에 영남우후 이의득과 이영남이 와서 밤늦게 이야기하다 헤어졌다. 봉사 윤제현이 본영(여수)에 왔다는 편지를 보냈기에 본영에서 좀 더 머물러 있어 달라고 답장을 써 보냈다.

5월11일[6월9일] 맑음. 선전관(고세충)이 돌아갔다. 늦게 우수사의 진중에 갔더니 이홍명이 오고 가리포 첨사도 왔다. 바둑을 두었다. 뒤이어 순천부사가 오고 광양현감도 오고 가리포는 술과 고기를 내었다. 조금 있자니 영등포로 적정을 탐지하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와서 보고하기를 “가덕도 바다 멀리에는 왜적선이 무려 200여 척이나 머물며 드나들고 있고 웅천의 적도 전과 다름없다”고 했다. 선전관이 돌아갈 때 임금의 분부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문제 등(▶삼도수군에 한 사람의 주장主將이 필요하다는 것 등으로 추정됨)에 관해서 도원수와 체찰사에 보내는 세 통의 서장을 한 장의 서류로 만들어 보냈다. 이날 남해 현령도 보러 왔었다.

5월12일[6월10일] 맑음.

본영 탐후선(연락선)이 들어 왔다. 그편에 순찰사의 공문과 송응창 시랑의 통첩을 가지고 왔다. 그 내용 중에는 사복시의 말 5필을 중국에 보내야 하니 올려보내라는 지시도 있어 병방진무를 담당자로 정해 보냈다. 늦게 영남(원균)이 왔다. 선전관 성문개가 보러 와서 피란 중에 계신 임금의 사정을 자세히 전했다. 통곡할 일이다. 새로이 정철로 만든 총통을 비변사로 보냈다. 동시에 흑각궁, 후시<화살>를 성문개에게 넉넉히 주었는데 그것은 성문개가 이일(순변사)의 사위라고 했기 때문이다. 저녁에 이영남, 윤동구가 보러 왔다. 고성현령 조응도도 보러 왔다. 이날 새벽에 좌·우도로부터 정찰할 군사들을 뽑아 영등포 등지로 보냈다.

5월13일[6월11일] 맑음.

작은 산등성이에 과녁을 쳐서 매달아 놓고, 순천부사, 광양현감, 방답첨사, 사도첨사 및 우후와 발포만호 등 여러 장수들이 편을 갈라서 활을 쏘아 자웅을 겨루다가, 날이 저물어 배로 내려왔다. 밤에 들으니, 경상도 우수사에게 선전관 도언량이 와 있다고 했다. 밤이 되니 달빛은 배에 가득 차고, 홀로 앉아 이 생각 저 생각에 온갖 근심이 가슴을 치밀었다. 자려 해도 잠이 오지 않다가 닭이 울 때에야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5월14일[6월12일] 맑음.

선전관 박진종과 선전관 영산령 예윤이 임금의 분부를 받들고 한꺼번에 왔다. 그들에게서 피란 중인 임금의 사정과 명나라 장수들이 하는 짓거리를 들으니 참으로 통탄스럽다. 나는 우수사(이억기)의 배에 옮겨 타고 선전관들과 이야기하는데 술이 두어 순 배 돌았을 때 영남우수사 원균이 나타나서 형편없이 술주정을 했다. 배 안의 모든 장병들이 분개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그 고약스런 짓을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영산령은 술에 취해 넘어져 정신을 못 차리니 어처구니가 없다. 저녁에 두 선전관이 돌아갔다.

5월15일[6월13일] 맑음.

아침에 낙안군수(신호)가 와서 봤다. 조금 지나서 윤동구가 그의 대장(원균)의 장계 초본을 가지고 와서 보이는데, 거짓으로 속이는 것이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늦은 아침에 조카 해와 아들 울이 봉사 윤제현(이순신 누이의 사돈)과 함께 왔다. 점심나절 과녁을 걸어 놓은 활터로 가서 순천, 광양, 사도, 방답 등이 승부를 겨루기에 나도 한몫 들어 쏘았다. 저녁에 배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윤봉사와 지난 이야기를 나누었다.

5월16일[6월14일] 맑음.

아침에 적량만호 고여우, 감목관 이효가, 이응화, 강응표가 보러 왔다. 각 고을 공문과 소장에 대한 처결을 해 주었다. 조카 해와 아들 회가 돌아갔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베개를 베고 신음했다. 들으니 “명나라 장수가 중도에서 진격을 늦추며 머뭇거리는 것은 무슨 딴 모략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서 걱정이 많은 중에 일마다 이 모양이니 더욱더 한심스런 생각이 들어 눈물을 지었다. 낮에 윤 봉사에게서 서울 관동(명륜동)의 숙모가 양주 천천(덕계동)으로 피란 갔다가 거기에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말을 듣고 통곡함을 참지 못했다. 언제부터 세상사가 이렇게 차가운고! 장사는 누가 맡아서 지내는지? 대진이 먼저 죽었다니 더욱더 슬픈 일이로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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