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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16> 오리 음식과 낙동강

낙동강변 그 많던 오리 음식점, 산으로 올라간 까닭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6-06 19:09:3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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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지 많고 최대 철새도래지 부산
- 조선때 사냥해 동래장 등에 내놔
- 동지 지나면 맛 떨어져 안 팔아

- 80년대 환경 위해 강변식당 퇴출
- 오늘날 등산객 등 보양음식 각광
- 금정산성 등 산지로 가게들 모여

안창마을, 금정마을, 꽃마을, 산성마을, 범어사 사하촌…. 부산의 자연 마을 이름들이다. 이들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산간 마을이고, 부산에서도 꽤 유명한 오리고기 음식점이 집단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을마다 10~3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리 음식 식당이 모여 있는데, 산성마을은 흑염소 불고기와 더불어 오리 음식을 함께 취급하는 곳이 100여 곳이 넘을 정도다. 이곳에서 부산 사람들은 오리 불고기를 비롯해 오리백숙, 오리 생고기, 옻오리, 오리탕, 훈제오리 등 다양한 오리고기 음식을 즐겨 먹는다. 일반인들도 자주 찾지만 주로 등산객들이나 친목 단체 회원 등이 주 고객들이다.
예로부터 부산에서는 오리를 서민 보양식의 주요 식재료로 인식했으며, 다양한 방식과 조리법으로 조리해 먹었다. 사진은 오리불고기.
■낙동강 오리사냥 성행

기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금류 중 오리고기는 썩 즐기지 않았다. 오리는 닭에 비해 사육이나 유통이 대중화되지 않았고, 음식 또한 일반화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예부터 집안 큰잔치는 돼지고기로, 소소하게 특별한 날에는 닭을 잡아 그날을 축하하고 몸도 보양했다. 그런데 부산은 낙동강과 그 주변 습지가 많거니와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였기에 다른 지역에 비해 조류, 특히 오리를 쉬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오리를 직접 잡아 팔기도 하고 가족들의 밥상에 푸짐한 별미로 올리기도 했던 것이다.

조선 후기 김해에 유배를 온 문인 이학규(1770~1835)는 낙동강과 더불어 부산 강서구, 김해 지역 사람, 자연을 배경으로 한 풍속 시를 많이 남겼다. 그중 금관기속시(金官紀俗詩)에는 낙동강 사람들의 삶의 일면을 잘 보여주는 시편들이 여럿 남아 있다.

지일가가사압귀(至日家家射鴨歸)

동지 되면 집집마다 오리 사냥 그만두니

내주시후매전희(萊州市後賣全稀)

동래에선 동지장 지나면 전혀 사지 않기 때문이네.

이래흡유어장신(邇來恰有漁場信)

그래도 그 이후론 때마침 어장이 형성돼

대구신상분외비(大口新嘗分外肥)

대구의 새로운 맛 본래보다 더 살찌다네.

(이학규의 시 ‘금관기속시’ 중에서)



당시만 해도 낙동강 포구에 오리가 많아 오리 사냥이 낙동강 사람들의 좋은 생계 수단이었을 것이다. 낙동강에서 사냥한 오리는 강 건너에 있는 구포장이나 당시 부산의 제일 큰 장시 중 하나였던 동래장으로 팔려나갔다.

오리탕
특히 왜인들이 오리고기를 좋아해 매매가 빈번했다는데, 동지가 지나면 고기의 맛이 떨어진다고 해 매매가 중단된다는 것이다. 이는 동지를 즈음하여 오리가 산란하고 부화한 새끼를 거둬 먹이기에 살이 빠지고 맛이 없기에 그렇다.

이처럼 낙동강에서는 오래전부터 오리 사냥이 일상화했었던 것 같다. 사하문화원 강은수 향토사 연구위원에 따르면 어린 시절 낙동강 주변에는 오리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들이 오리를 잡는 방법을 보면 일단 붕어를 잡아 그 배 속에 미량의 독극물을 넣어 강에 미끼로 던져둔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 강가에는 오리가 무더기로 죽어 있다는 것이다. 이 오리의 내장을 깨끗이 꺼내 버린 후 근처의 식당이나 시장에 팔았단다.

낙동강의 오리 사냥은 근년까지 성행했었던 것 같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낙동강변 일대에는 오리를 잡아 팔거나 직접 조리해 주는 식당들이 있었다. 특히 강서구 명지동 하신 포구 등에는 강변 위에 수상가옥을 만들어 잉어, 붕어 등의 어류와 청둥오리 등 조류를 조리해 파는 먹거리촌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자연보호와 환경오염 등의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이들 무허가 수상가옥 오리촌은 점점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식당촌, 강가에서 산지로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오리 소비가 많았던 지역이었다. 이 때문에 오리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덜했고, 더불어 건강한 음식에 전 국가적 관심을 두게 되는 1990년대부터는 부산의 여러 지역에서 집단화하여 오리 음식을 취급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집단화한 지역의 입지 조건이 예전의 강변에서 산지마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주로 등산객들이 등산 후 먹는 건강 음식으로 인식되면서부터이다.

이렇게 집단화된 곳이 북구 만덕동의 민속 오리마을, 금정구 금정산성 먹거리촌, 동래구 금정마을 오리고기 먹거리촌, 동구 안창마을 오리고기 골목,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사하촌, 부산진구 가야동 가야공원, 서구 꽃마을 등이다.

■여름철 백숙으로 복달임

오리백숙.
음식의 조리법과 메뉴 상차림 등에는 각각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생오리를 양념불고기나 생고기로 구워 채소에 땡초 마늘을 얹고 정구지 겉절이를 넉넉히 올린 다음 크게 한 쌈 싸 먹는 방식이 주류다.

여름에는 오리백숙으로 복달임을 하는데,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서 영양성분을 더한다. 옻나무 황칠나무 음나무 등을 넣어 한방오리나 옻오리 황칠오리 등으로 선택해서 먹도록 해놓았다. 유황을 먹인 유황오리를 파는 곳도 있다. 이처럼 부산 사람들은 오리를 서민 보양식의 주요 식재료로 인식하고 있으면서, 다양한 방식과 조리법으로 조리해 먹었던 것이다.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특정 음식이 발달하거나 다양한 형태로 집단화하는 데에는 전후 사정의 다양한 인과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그곳 사람들의 처해 진 삶과 역사적 배경 등도 포함된다.

부산에서 낙동강을 중심으로 오리 음식이 특별히 다양하게 노출되는 부분도 그렇고, 공교롭게도 낙동강에서 부산 중심부로 가는 길목의 산간에 오리 음식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억은 유한하다. 세월이 지나면 흐려지고 왜곡되기 일쑤다. 그러하기에 사람 삶의 노정을 일별하는 것이 역사라고 한다면, 그 역사를 이어가고 남기는 주요 수단이 기록이다. 그중 인간의 음식, 음식문화 또한 다르지 않다. 기억을 기록한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가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며 두고두고 배우고 교훈 삼아야 하기에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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