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나는 욕심도둑” 스님의 초인적 정진과 문화계승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성파 스님 말씀하고 김한수 쓰다/샘터/2만 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6-08 19:24:43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대담집
- 통도사 주지 지내며 개발 막고
- 16만 도자대장경·옻칠·민화 등
- 그간 해왔고 할 일들 ‘어마어마’
- 그 속 간명한 가르침 깊은 울림

아주 가끔, 기자가 쓰는 기사의 본분에서 벗어남을 알면서도 그냥 단순하게 ‘이 책 굉장하다’는 감탄사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는 오랜만에 만난 그런 책이다. 책 표지에는 ‘성파 스님 말씀하고 김한수 쓰다’고 돼 있다. 김한수 저자는 ‘조선일보’ 종교전문기자다. “1993년부터 문화부에 근무하고 있다. 2003년부터 종교를 담당했으며 2014년부터 종교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문화·종교 영역에서 최전선의 베테랑이다.

대중과 함께하는 행사에서 붓을 든 성파 스님. 샘터 제공
성파 스님은 특히 부산 경남 사람에게 아주 친근한 분이다. 40대에 통도사 주지를 지냈고, 통도사에 속한 서운암에 살며 대중과 함께 참으로 다양하고 거대한 일을 척척 해낸 큰스님이다. 2014년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 법계를 받았고, 2018년 영축총림 제4대 방장에 추대됐으며, 2021년 15대 종정이 되었다. 성파 스님은 현재 조계종 종정이다.

이 책은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성파 스님이 직접 지은 책 제목 사연부터 좀체 접하기 힘들었던 성파 스님 어린 시절, 젊은 시절 이야기가 스님 육성으로 담겼다. 가난했으나 문리가 일찍 트인 어린 시절, 활달했던 젊은 시절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금도 성파 스님은 이야기 도중 불교와 유교 경전을 줄줄 암송한다. 스님들도 성파 스님의 강연 내용의 폭과 깊이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그러나 성파 스님은 자신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어느 경전의 어느 구절을 좋아하는지 등의 속된 질문에 짐짓 못 들은 척한다. 헛된 소문과 명성을 경계하는 것일까.” 맹렬히 정진·공부해 그 속의 가르침을 삶에 곰국처럼 녹여내면서도 호사가가 막상 질문하면 말을 아끼고 침묵하는 스님 모습은 책을 관통한다. 침묵은 경지다.

성파 스님이 해온 일, 하는 일, 할 일을 접하니 그 어마어마함에 경탄했다. 이건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양과 질이 아니다. 스님 스스로 말한다. “500살 인생을 산다” “무소유를 해야 훌륭한 스님이 된다, 그런 말은 내가 일찍부터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정반대라. 나는 욕심이 대적이다. 무소유와는 정반대라, 욕심이 대적이라. 큰 대(大) 자, 도적 적(賊)자, 큰 도둑놈이라.…은하수를 깔고 앉아 있는 도적.(웃음)”
서운암에 있는 옻칠로 그린 금강산. 성파 스님 작품이다. 샘터 제공
성파 스님은 40대에 통도사 주지가 돼 통도사가 유원지처럼 개발되는 일을 막았다. 그 덕분에 통도사의 큰 자랑인 1.4㎞ 무풍한송로가 생겼다. 한국 최초 성보박물관이 통도사에 들어서는 데도 바탕이 됐다. 서운암에 살며 선농일치 정신으로 차밭·감나무밭·닥나무밭·야생화밭을 일궈 알맞게 활용했다. 서운암 약된장을 보급했고, 28년간 도자기를 구워 도자 삼천불과 16만 도자대장경을 10년에 걸쳐 조성하고 다시 10년에 걸쳐 장경각을 지었다.

직접 배우면서 천연 염색과 새로운 옻칠 기법을 찾아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했다. 통도사 주지를 마친 40대 중반 출가(出家)를 넘는 ‘출출가(出出家)’를 감행해 일본으로 가 태도를 낮춰 공부했고, 중국에서 산수화를 배웠다. 지금은 ‘무한대로 종이책 모으기’ 등 프로젝트를 펼친다. 우리 문학인 시조를 오랜 세월 후원하고 있다. 책을 덮을 때쯤 이 모든 일이 그냥 ‘욕심’‘소유’가 아니라 하나같이 한민족 문화, 불교의 전통과 정신을 잇고 살리는 노력이자 대중과 함께하는 정진이고 실천임을 느꼈다.

성파 스님은 두루뭉술하지 않고 구체적이고 간명하게 말하는데, 깊이 울린다. 단순함과 구체성의 만남 또한 경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9. 9‘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