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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군 수백 명 결원인데…아전들 징집 게을리해 목을 벴다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0> 계사년(1593년) 5월28일~6월10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6-11 19:38:0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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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반사 도원수 순변사 순찰사…
- 전시 작전 지휘관 다수에 공문
- “명령 여러곳서 하니 혼란하다”

- 패배할 것이 뻔한 부산 출병
- 원균이 재촉해 곤경 빠뜨려
- “경상수사 음흉함이 가소로와”

- 몸져 눕자 부하가 개고기 차려
한산도에 복원해놓은 수루에서 본 바다. 이순신 장군이 굽어보던 모습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5월28일[6월26일]

종일 비가 왔다. 순천부사와 이홍명이 왔기에 적 칠 일을 의논했다. 광양현감을 그대로 유임되게 해달라는 장계를 가지고 갔던 사람이 돌아와 알려주기를, 독운어사 임발영은 임금도 아주 부정한 사람으로 보고 ‘조사하여 처벌하라’는 분부를 내렸다 하였고, 수군 일족의 징발에 관한 것에 대해서도 ‘전처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이 점에 관해서는 이순신의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변사의 공문이 왔는데, 광양현감(어영담)은 그대로 유임시킨다(*이는 이순신의 건의가 일단 받아들여진 모양임)는 것이었다. 같이 온 서울의 관보(소식지)를 들여다보니 통분함을 금치 못했다. 용호장(의병장의 특칭) 성응지에게 배를 바꾸어 탈 수 있게 하기 위한 명령서를 써주어 본영(여수)으로 보냈다.

5월29일[6월27일]

비가 계속 왔다. 방답첨사와 영등만호 우치적이 왔기에 만났다. 접반사(김수) 도원수(김명원) 순변사(이빈) 순찰사(권율) 전라병사(선거이) 전라도방어사(이복남)에게 공문을 보냈다. 오후 8시쯤 변유헌(이순신 누이의 아들)과 이수 등이 보러 왔다.

*당시 왕명을 전하거나 전시작전 지휘 감독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체찰사, 어사 외에도 이와 같이 층층이 겹쳐 있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편지도 여러 군데로 보내야 했다. 그는 이같이 명령이 한 군데서 나오지 않아서 매우 혼란스럽다고 한탄했다.

5월30일[6월28일]

종일 비 오다가 오후 4시쯤 개는 듯하더니 도로 비가 왔다. 아침에 윤봉사가 문안을 오고, 변유헌도 왔기에 적의 동태를 물어보았다. 이홍명이 다녀갔다. 원수사(원균)가 송 경략이 보낸 화전(불로 적을 공격하는 무기)을 혼자서만 쓰려고 꾀하여서, “병사의 공문에 따라서 나누어 보내라”고 했는데도 듣지 않고 ‘화살 전부를 혼자 쓰라고 받은 것’이라는 등 무리한 말만 자꾸 지껄이고 있다니 우습다. 명나라 고관이 보낸 화전 1530개를 나눠 쓰지 않고 온통 혼자서만 쓰려하는 그 심보가 고약하기 짝이 없다. 저녁에 조붕이 와서 하는 이야기는 남해 기효근의 배가 내 배 곁에 대었는데 그 배에다 어린 색시를 싣고서는 남이 알까 봐 쉬쉬한다는 것이다. 가소롭다. 이같이 나라가 위급한 때를 당했어도 예쁜 색시를 태우고 거기에 마음을 쏟으니 그 마음 씀씀이가 장수로서 될 말인가. 그러나 그 대장이라는 원수사(원균) 역시 그러하니 어찌하랴. 윤봉사는 일이 있어서 본영으로 돌아갔다. 군량미 14섬을 실어 왔다.



▶계사년 6월(1593년 6월)

*전 달에 이어 6월에도 한산도, 견내량을 중심으로 진을 옮겨가며 바다를 지킨다. 왜적은 이순신함대만 보면 싸움을 피한다. 전 달의 말이나 이달의 초순에 어머니를 여수 곰내마을로 모셔 온 듯하다. 또 하순에는 진주성 전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걱정했음을 볼 수 있는데 진주는 호남을 지켜내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6월1일[6월29일] 맑음

아침에 탐후선(연락선)이 들어왔다. 그 편에 온 어머님 편지를 보니 평안하시다고 한다. 다행이다. 아들의 편지와 조카 봉의 편지도 한꺼번에 왔는데, 명나라 관원 양보가 왜물(倭物, 왜로부터 노획한 물건)을 보고 아주 좋아하면서 말 안장을 하나 가지고 가더라 했다. 순천과 광양이 보러 왔다. 탐후선이 왜물을 가져왔다. 충청수사 정걸이 왔다. 나대용, 김인문, 방응원 및 조카 봉도 왔다. 그 편에 어머님이 편안하시다는 기별도 들었다. 다행이다. 충청수사와 더불어 조용히 이야기하다가 저녁밥까지 대접했다. 그때 들으니, 황해도에서 왕자들과 함께 잡힌 장계군 황정욱과 순변사 이영이 포로에서 풀려나기 위해 왜장들과 강변에서 강화를 논의하더라 하니 개탄을 금할 수없다.

*이순신은 수군 병력 강화를 위해 5월 중순께 2차례에 걸쳐 충청수군의 지원을 요청한다. 그 요청이 받아들여져서 이날 충청수사가 경상도로 왔고, 2개월 후 이순신을 통제사로 삼을 때 그를 충청도가 포함된 겸 삼도 수군 통제사로 임명하게 된다.

6월2일[6월30일] 맑음.

아침에 본영에 공문을 처결하여 보냈다. 온양의 강용수가 진으로 와서 명함만 들여보내고는 먼저 경상수사에게 갔다. 본영 판옥선과 군관 송두남, 이경로, 정사립이 본영으로 돌아갔다. 순찰사의 군관이 적의 정세를 물으러 왔기에 우수사와 상의해 자세히 대답해 보냈다. 강용수가 원견(元埍)과 함께 다시 왔기에 양식 5 말을 주어 보냈다. 정영공(정걸)이 내 배에 와서 이야기했고 가리포(구사직)도 와 이야기하였는데, 함께 적을 쳐부수어 물리치자 다짐하고 헤어졌다.

6월3일[7월1일]

아침에는 맑더니 저녁나절에 비가 많이 왔다. 지휘선을 연기로 그을리기 위하여 좌별도장의 배로 옮겨 탔다. 막 활을 쏘려 하는데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온 배 안에 비가 새지 않는 곳이 없어 마른자리를 골라 앉을 데가 없으니 한심스럽다. 평산호(김축), 소비포(이영남), 방답(이순신·李純信)이 함께 보러 왔다. 저물녘에 순찰사(권율), 순변사(이빈), 병사(선거이), 방어사(이복남)의 공문이 왔는데 딱한 사정이 많았다. 각 도의 군마가 많아야 5000을 넘지 못하고, 또 양식도 거의 다 떨어져간다고 한다. 왜적들의 발악은 날로 더해 가는데 우리 하는 일은 일마다 이러하니 과연 모두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며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인지. 어찌하랴! 어찌하랴! 초저녁에 지휘선으로 돌아와서 잠자는 방으로 들어갔다. 비는 밤새도록 내렸다.

6월4일[7월2일]

종일 비가 왔다. 식전에 순천부사(권준)가 왔고, 식후에는 충청수사와 이홍명과 광양현감(어영담)이 와서 종일 적 무찌를 일을 의논하였다.

6월5일[7월3일]

종일 비가 쏟아져 배 밖으로 나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낮에 우수사가 왔다가 해 진 뒤에 돌아갔다. 저물녘에는 바람이 몹시 세차게 불므로 각 배들을 간신히 구호했다. 이홍명이 왔다가 저녁밥을 먹고 돌아갔다. 경상수사(원균)가 웅천의 적도들이 혹 감동포 (부산 북구 구포동)로 들어가기도 하니 지금 들어가 치자고 공문을 보냈다. 그 음흉한 꾀가 가소롭다.

* 웅포에서 부산까지는 워낙 많은 적병이 수륙으로 배치되어 있는 까닭에 부산 쪽으로 출병해 적을 깨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원균은 계속 부산 쪽으로 출병을 재촉해 이순신을 곤경에 빠뜨린다.

6월6일[7월4일]

개다 비 오다 했다. 순천이 보러 와 만났더니 보성군수가 교체되어 가고 그 자리에 김의겸이 임명되었다고 한다. 충청수사가 배에 왔기에 적칠 일을 의논했다. 이홍명이 왔다. 방답첨사도 왔다가 곧 돌아갔다. 저녁에 본영 탐후인이 와서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고 한다. 또 흥양서 오는 말들이 낙안에 와서 모두 죽었다 하니(사복시에 보내는 말들이 폐사한 듯) 경악을 금치 못했다.

6월7일[7월5일]

흐리되 비는 오지 아니했다. 순천과 광양이 오고 충청수사도 오고 이홍명도 와서 종일토록 적칠 일을 의논하였다. 저녁에 본도 우수사의 우후(이정충)가 와서 서울 안 소식을 낱낱이 전하였다. 분노와 한숨이 나오는데 끝이 없다.

6월8일[7월6일]

잠깐 맑다 말고 바람도 고르지 않았다. 경상수사의 우후(이의득)가 군관을 시켜 생전복을 선사하였기에 옥구슬 30개를 답물로 보내주었다. 군관 나대용이 병으로 본영에 돌아갔고, 병선진무 유충서도 병으로 교체되어 육지로 올라갔다. 광양이 오고 소비포도 왔는데 광양현감은 쇠고기를 가져와 함께 먹었다. 탐후선이 들어왔다. 각 고을의 담당 아전 11명을 처벌했다. 옥과의 향소( 鄕 所, 군사 징발의 업무 담당자)는 전년부터 수군을 징집해 보내는 사무를 게을리하여 결원이 거의 수백 명에 이르렀는데도 매양 속이고 허위보고를 했다. 그래서 오늘은 목을 베고 높이 매달아 보였다. 모진 바람은 그치지 않고 마음속도 산란했다.

6월9일[7월7일]

지루하던 장마가 걷히니 진중의 장병들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종일 배에 누워 있었는데 순천부사와 광양현감이 와서 개고기를 차려내 놓았다. 접반관의 공문이 왔다 해서 보았더니, 제독 이여송이 문경새재를 넘어 왜군을 추격하다 말고 충주로 되돌아가 버렸다 하니 실망했다. 의병 성응지가 돌아오면서 본영의 군량미 50석을 싣고 왔다.

6월10일[7월8일] 맑음.

우수사(이억기)와 가리포(구사직)가 오고 순천도 왔기에 작전계획을 세부적으로 의논했다. 삿자리 20닢을 짰다. 저녁에 영등포 탐망군이 와서 보고하는데, 웅천의 적선 4척이 제 나라로 돌아갔고 또 김해 어귀에 적선 150여척이 나타났는데 19척은 제 나라로 돌아가고 그 나머지는 부산을 향해 갔다고 한다. 밤 두 시쯤에 수사 원균이 또 공문을 보냈는데, 내일 새벽에 나아가 적을 치자는 것이었다. 끝없는 흉계와 시기하는 꼴을 말로서는 다 못하겠다. 나가서 적을 치는 일도 다 때가 있는 것이다. 네 고을로 군량에 대한 공문을 만들어 보냈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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