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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 모략질에도 “진실이 그렇지 않은데 무슨 상관이랴”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3> 계사년(1593년) 7월 13일~8월 2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7-02 18:53:0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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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간 바다에 떠서 살다가
- 수군의 본영 한산도로 이진
- “온갖 근심이 가슴 파고든다”

- 진주 함락 확인 후 원통의 시간
- 삼도수군 통제사 된 후에도
- 권세 대신 바다 수호 책임 다해

한산도 선착장에서 제승당 가는 길에 만나는 이순신 장군 기념 비석. 장군의 글씨를 새겨두었다.
7월 13일[8월 9일] 맑음.

본영 탐후선이 들어와서 광양 두치 등에 적의 모습은 볼 수 없다고 한다. 흥양현감이 들어왔고 우수사도 왔다. 순천의 격군이며 거북선에서 일하던 경상도 태생이며 태수의 종이던 자가 달아나다가 잡혀왔기에 사형에 처했다. 가리포가 왔기에 만나보았다. 늦게 흥양현감(배흥립)이 들어와서 두치의 거짓 보고와 장흥부사 유희선이 겁을 먹고 망령된 말을 퍼뜨린 일을 전했다. 또 그 고을(흥양)산성 창고의 곡식들은 남김 없이 나누어 주었다 하고 해포로는 백중에 쓸 콩 40섬을 보내주었다고 했다. 또 자신이 참전했던 행주산성의 승첩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저녁에 우수사가 청하기에 그의 배로 갔더니 가리포첨사가 몇 가지 먹음직한 음식을 차려내놓았다. 밤 2시경이 되어서야 헤어졌다.

※ 장흥부사 유희선은 당시 전라도 두치 진을 지키던 복병장이었는데 진주성이 함락되자 그 소문만 듣고 도망가다가 광양과 순천을 지날 때 적병이 몰려온다고 헛소문을 내는 바람에 난민들이 왜적을 가장해 창고를 불지르고 노략질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여파는 낙안 구례 곡성에까지 미쳤고 이로인해 유희선은 훗날 처형된다.

7월 14일[8월 10일]

맑다가 비가 조금 왔다. 진을 한산도 두을포(통영시 한산면 두억리 의항, 지금의 제승당 가는 길목의 포구다.)로 옮겼다. 비는 먼지를 적실 정도였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온종일 신음했다. 순천부사(권준)가 들어와서 장흥부사(유희선)가 퍼뜨린 헛소문이 순천부에도 전해져서 순천 고을도 시끄러웠다고 전해주는데, 말로서는 다 이를 수가 없다. 함께 점심을 먹고 그대로 머물렀다.

※ 이날이후 이순신은 이곳 의항에 본진을 두고 3년 8개월을 머문다. 견내량만 지키면 적으로부터 바다를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견내량을 지키는 최적의 요새인 이곳으로 진을 옮긴 것이다. 물론 조정의 허락도 얻었고 부하장수들과의 의견 교환도 충분히 한 결과다.

7월 15일[8월 11일] 맑음.

저녁 나절에 사량의 수토선(搜討船)이 들어오고 여도만호 김인영과 순천의 지휘선을 타고 다니는 김대복이 들어왔다. 가을 기운이 바다로 드니 나그네 회포가 어지럽다. 홀로 배뜸 밑에 앉았으니 마음이 몹시도 번거롭네. 달빛이 뱃전에 비치니 정신은 맑아져 서늘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새에 어느덧 닭이 운다.

7월 16일[8월 12일]

아침에는 맑다가 점차 구름이 끼더니 저녁 나절엔 소낙비가 지나갔다. 농사에는 흡족하다. 몸이 몹시 불편했다.

7월 17일[8월 13일]

종일 비가 왔다. 몸이 몹시 불편하다. 광양현감(어영담)이 왔다.

7월 18일[8월 14일] 맑음.

몸이 불편하여 앉았다 누웠다 했다. 정사립 등이 돌아왔고 우수사(이억기)도 와서 만나봤다. 신경황이 두치에서 와서 적의 변고는 헛소문임을 전했다.

7월 19일[8월 15일] 맑음.

이경복이 병사(선거이)에게 가는 편지를 가지고 떠났다. 이영남이 와서 진주 하동 사천 고성 등지의 적이 벌써 모두 후퇴하여 돌아갔다고 전했다. 저녁에 광양현감(어영담)이 진주에서 피살된 장수들 명부를 보내왔는데 이를 보니 참으로 비참하여 원통함을 이길 길이 없다.

※이순신은 끝까지 진주의 함락 소식을 믿으려 하지 않다가 이날에서야 확인하고, 6월 29일 일기 하단에 이 소식을 소급해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호남을 지킴에는 진주는 꼭 지켜내야 했는데 함락 소식을 확인하는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7월 20일[8월 16일] 맑음.

탐후선이 본영에서 돌아왔는데 그 편에 병사의 편지와 명나라 장수의 보문(報文)이 왔다. 보문의 내용을 보니 참으로 터무니없다. 두치의 적이 명나라 군사에게 몰리어 달아났다고 하니 듣도 보도 못한 거짓말이다. 상국(上國) 사람들이 이와 같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일러 뭐하겠는가. 통탄할 일이다. 충청수사(정걸)와 순천부사(권준) 방답첨사(이순신) 광양현감(어영담) 발포만호(황정록) 남해현령(기효근) 등이 와서 봤다. 이해와 윤소인이 본영으로 돌아갔다.

7월 21일[8월 17일]

경상우수사(원균)와 전라우수사(이억기) 충청수사(정걸)가 함께 와 적을 토벌하는 일을 의논하는데 원 수사의 하는 말은 함께하는 일을 안 되는 쪽으로만 끌고가는, 말할 수 없는 흉계이다. 이런 사람과 일을 같이 하고 있으니 과연 훗날 후회됨이 없을까. 그의 아우 연이 뒤미쳐와서 군량을 빌려갔다. 흥양도 왔다가 어두워서 돌아갔다. 초저녁에 오수(吳水) 등이 거제 망보는 곳에서 와서 보고하기를 “영등포에는 적선이 여전히 머물며 제 맘대로 횡포를 부린다”고 했다.

7월 22일[8월 18일] 맑음.

오수가 사로잡혔다가 도망쳐 온 사람들을 실어오기 위해 나갔다. 울(둘째 아들)이 들어와서 어머니께서 평안하시고 염(막내 아들)의 병도 점점 나아가고 있다고 자세히 말했다.

7월 23일[8월 19일] 맑음.

울이 돌아갔다. 충청수사 정걸을 청해 점심을 함께했다.

7월 24일[8월 20일] 맑음.

순천부사 광양현감 흥양현감이 왔다. 저녁에 방답첨사와 이응화가 보러 왔다. 오수(吳水)가 돌아와서 하는 말이 “적이 물러가긴 하였으나 장문포(거제군 장목면 장목리) 적들은 여전하다”고 한다. 아들 울이 본영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7월 25일[8월 21일] 맑음.

우수사(이억기)가 와서 이야기했다. 조붕이 와서 하는 이야기가 체찰사(류성룡)의 공문이 영남수사(원균)에게 왔는데, 원균에게 물어보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7월 26일[8월 22일] 맑음.

순천부사 광양현감 방답첨사가 왔다. 우수사도 와서 함께 이야기했다. 가리포첨사도 왔다.

7월 27일[8월 23일] 맑음.

우수영의 우후(이정충)가 본영을 거쳐서 와 우도(右道)의 사정을 전하는데 놀랄 만한 일들이 많았다. 체찰사에게 갈 편지와 공문을 썼다. 경상도 우수영 영리(營吏)가 체찰사에게 보낼 공문의 초안을 가지고 와서 보고했다.

7월 28일[8월 24일] 맑음.

아침에 체찰사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또 썼다.(*어제 보고받은 원균의 공문 초안을 보고 원균의 이간질에 대한 해명을 했을 것이다) 경상우수사(원균) 및 충청수사(정걸)와 본도 우수사(이억기)가 함께 와서 약속했다. 이때 원수사의 증오심과 속임수 쓰는 것은 말도 안 되고 형편 없었다. 정여흥이 공문과 편지를 갖고 체찰사에게로 갔다. 순천부사 광양현감이 와서 보고 곧 돌아갔다. 사도첨사(김완)가 “복병했을 때에 잡은 보자기 10명이 왜놈옷으로 변장하고 하는 짓거리가 각본에 따라 매우 꼼꼼하게 한 것 같다” 하므로 잡아다가 추궁을 하니 뭔가 이유를 대는듯 하더니 결국 경상우수사(원균)가 시킨 일이다고 했다. 그래서 발바닥에 곤장만 10여 대씩 때리고 내보냈다.

7월 29일[8월 25일] 맑음.

새벽 꿈에 사내 아이를 얻었다. 그것은 포로로 잡혀 왜적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사내아이가 붙잡혀 올 꿈이다. 순천부사 광양현감 사도첨사 흥양현감 방답첨사를 불러와서 적을 막을 일을 의논하는데 흥양현감은 학질을 앓아서 곧 돌아가고 남은 사람들만 조용히 앉아 업무를 처리했다. 방답첨사는 복병할 당직이라 돌아갔다. 본영 탐후인이 와서 아들 염의 병이 다시 심해졌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 피가 마른다. 저녁에 보성군수(김득광), 소비포권관(이영남), 낙안군수(신호)가 들어왔다.



▶계사년 8월(1593년 8월)

*이달 초하루 조정에서는 삼도수군통제사란 직제를 신설하고 이순신을 첫 통제사로 삼지만(교서는 9월 12일에 내려지고 공은 10월 1일 이를 수령했다.) 본직은 여전히 전라좌수사이고 직급도 그대로이니 다른 수사들이 완벽히 그의 부하가 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물론 통제사가 되기 전에도 그랬지마는 통제사가 된 후에도 그는 항상 다른 수사들을 존중하는 가운데 인격과 능력으로 바다 수호의 책임을 다해 나갔지 결코 권세로 상대방을 제압하려한 적은 찾아보기 어렵다(특히 원균과의 관계에서).

8월 1일[8월 26일] 맑음.

새벽꿈에 큰 대궐에 이르렀는데 마치 서울인 것 같았고 기이한 일도 많았다. 영의정(류성룡)이 와서 인사를 하기에 나도 답례를 하였다. 임금의 파천하신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뿌리며 탄식했고, 적의 형세는 이미 종식되었다고도 말하였다. 그리고 서로 의논할 때 좌우 사람들이 무수히 구름같이 모여드는 것을 보고 깨었다. 아침에 우후(이몽구)가 다녀갔다.

※나라의 방위를 맡은 벼슬아치들이 자기들 직분을 저버린 탓에 임금은 피난을 가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지게 되었는데 류성룡은 이순신과 함께 정성을 다해 임금을 보필하나 간신배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세태를 걱정하는 꿈인 듯하다. 특히 그를 통제사로 임명키로 한 그날 이 같은 꿈을 꾼 것은 무슨 조짐일까?

8월 2일[8월 27일] 맑음.

마음이 답답하여 닻을 올려 포구(한산진의 입구임)로 나가니 충청수사 정걸이 따라 왔다. 순천부사 광양현감이 보러 왔으며 소비포도 왔다. 저녁에 진 친 곳으로 돌아오니 이홍명이 왔길레 저녁을 함께했다. 어두울 녘에 우수사(이억기)가 내 배로 와 “방답첨사(이순신)가 부모를 뵈러 휴가 가겠다는 말을 대신 올려달라고 간절히 청했다”고 하나 장수들을 잠시도 내보낼 수 없다고 답했다. 우수사 원균이 망령된 말을 하며 나에게 좋지 못한 말을 많이 하더라고 전하나 진실이 그렇지가 않은 것이니 무슨 상관을 하랴. 염의 병이 어떻게 된건지 모르고 적도 얼른 소탕되지 않아 마음이 무거워 밖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는데 탐후선이 들어왔다. 염의 아픈 데가 곪아서 침으로 쨌더니 피고름이 많이 흘러나왔는데 며칠만 늦었더라도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알려주었다. 큰일 날 뻔했다. 지금은 조금 생기가 났다한다. 다행한 심정을 어찌 다 말하랴. 의사 정종의 은혜가 참으로 크다.

* 이순신은 수많은 음해를 받고도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그것은 위 일기에 나오듯이 “진실이 그렇지가 않은 것이니 무슨 상관을 하랴”라고 자신의 마음을 정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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