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문화유산으로 의미 확장을
한여름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이 되면 여름장마나 태풍과 같은 기상재난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홍수와 가뭄을 주재하는 수신(水神)이자 바다의 해신(海神)인 용의 신통하고도 종잡을 수 없는, 변덕스러운 조화가 제대로 기세를 부리는 때라서 그런가 보다. 국립해양박물관에는 이처럼 용의 기운이 깃든 대표 소장품으로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99호로 지정된 백자철화운룡문항아리가 있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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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의 기상, 바다의 기운을 전하는 백자철화운룡문항아리. |
백자철화운룡문항아리는 달 모양 백자항아리에 철화기법으로 두 마리 용과 구름 문양을 선묘로 그려 표현한 도자기이다. 항아리에는 산화철 안료(顔料)인 석간주(石間硃)가 사용되었고, 장인의 자유분방한 그림 솜씨와 유약·태토의 질로 보아 조선 후기 17~18세기께 경기도 광주 관요 주변 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초벌구이를 한 백자 표면에 속도감 있는 최소한의 간략한 필치로 용의 움직임을 재빠르게 담아내어 유약을 발라 구워낸 것으로 보인다. 용과 구름 문양을 그려낸 선묘에서 농담을 느낄 수 있는 필선을 사용하여 긴장감과 힘이 강조되어 있다. 두 개의 원형으로 큼지막하게 묘사된 눈과 기다란 여러 갈래 수염이 용의 얼굴 표현을 대신하고 있어 해학적이기까지 한 것이 특징이다.
항아리 기형(器形)은 위아래 몸체를 따로 제작한 뒤 하나로 붙여 완성했다. 이러한 제작상 특이점이 반영돼 좌우가 비대칭적이긴 하나 약동하는 용과 잘 어울려 오히려 조형적 미감이 돋보이게 되었다. 마치 기형의 약점을 보완한 완벽한 구성인 양 제작자의 의도를 담아 디자인된 것 같다. 실용적 가치의 경계를 넘어선 예술품인 우리 도자기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항아리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을까. 조선 시대 왕실 행사기록화나 의궤를 보면 대체로 항아리는 뚜껑과 짝을 이뤄 술이나 음료 등을 저장한 용기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무엇이 담기면 좋을지 나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단지, 용이 묘사된 백자항아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해양문화유산으로서 가치와 의미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해양문화예술 콘텐츠로도 선보여지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지난 9일 개관 11주년 기념일을 맞이했다. 우리나라 대표 해양박물관으로 거듭나고자 ‘바다를 담다, 세계를 잇다’는 새 슬로건에 걸맞게 담대한 포부를 가지고 약진 중에 있다. 백자철화운룡문항아리에 여름 바다의 청량함과 변화무쌍한 신비로움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