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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밀수’ 김혜수

“수중액션 이마 찢어져도 행복했던 촬영장, 38년 연기인생 중 처음”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7-25 20:23:5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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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수판 뛰어든 해녀들의 활극
- 돈 되면 뭐든 하는 ‘춘자’ 열연

- ‘도둑들’때 생긴 물 공포증 탓
- 대역 없는 수영신 걱정했지만
- 염정아와의 ‘워맨스’로 극복

- “함께한 조인성 고민시 박정민
- 진정성 있는 연기 조화 이뤄”

어떤 역할이든 자신만의 색깔로 신선함을 더하는 배우 김혜수가 새 영화 ‘밀수’(개봉 25일)에서 해녀로 변신했다. 그것도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 등을 연출하며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류승완 감독, 그리고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등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타짜’ ‘도둑들’에 이어 오랜만에 범죄오락영화로 돌아왔다.

세계 최초 ‘해녀들의 액션’을 표방한 해양범죄활극 ‘밀수’는 1970년대 가상의 어촌 마을 군천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는 밀수로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이 일생일대 큰 밀수판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호쾌한 이야기를 다룬다. 김혜수는 밀수하다 걸려 잠시 상경했다가 다시 성공을 꿈꾸며 군천으로 돌아와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아주 오래전 ‘닥터 K’(1999)라는 영화를 할 때 처음 류승완 감독님을 만났다. 당시 전 연기자, 감독님은 연출부 막내였다. 그러고 나서 쭉 인연이 없다가 이번에 다시 만났다”고 인연을 밝혔다. 이어 “류 감독님에게서 시놉시스를 받고 정말 흥미로웠던 건 제가 좋아하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해녀가 밀수한다는 거였다. 다양한 인물 군상이 나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고 ‘밀수’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물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고 여러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부담감이 따랐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을 믿고 그녀는 서서히 ‘밀수’에 빠져들었다.
영화 ‘밀수’에서 성공을 꿈꾸며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 역을 맡은 김혜수. ‘타짜’, ‘도둑들’ 등에서 보여줬던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한 단계 더 확장했으며,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촬영에 임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70년대 춘자가 되다

팜므파탈적 매력을 자주 보여준 김혜수에게 1970년대 춘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춘자는 식모살이를 비롯해 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하던 인물이다. 군천에 자리 잡고 해녀를 하다가 어떤 사건으로 상경해 명동에서 불법 수입 물건을 팔다가 군천으로 돌아와 큰 밀수판에 뛰어든다. 김혜수는 조춘자의 키워드를 ‘생존’이라고 정의했다. “혈혈단신 떠돌이 생활을 하다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엄진숙(염정아)이란 마음 넓은 친구를 만난다. 그렇게 가족처럼 지내지만 삶을 위탁하는 처지여서 속내를 모두 드러내진 않는다”고 김혜수는 조춘자의 성격을 설명했다.

갖고 있던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춘자의 외모를 스타일링해 갔다. 김혜수는 “1970년대 미드 ‘미녀 삼총사’의 파라 포셋을 떠올렸다. 제가 1920년대, 1950년대, 1970년대를 좋아하고 특히 1970년대 히피 문화, 헤어스타일, 의상, 음악 등을 좋아해 개인적으로 가진 자료가 많다. 그걸 프리프로덕션 때 ‘밀수’ 연출부와 공유해 가며 캐릭터에 맞게 활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창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을 찍고 있을 때였는데, 그만큼 조춘자에 대한 열정이 컸다. “당시 연출부가 처음에는 좋아했을 텐데, 너무 많이 보내서 그런지 나중에는 답이 없더라. 너무 많이 보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춘자에게 접근하는 과정이니 이해해달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물에 대한 공포 극복

1970년대를 배경으로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이 일생일대의 큰 밀수판이 계획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해양범죄활극 ‘밀수’. NEW 제공
큰 고민은 수영이었다. 영화 첫 장면부터 해녀들의 물질이 등장하는데, 수중 촬영 불안감이 있는 김혜수에게 바다 수영 장면은 큰 난제였다. 그녀는 “원래 수영도 잘하고 물 공포증도 없었다. 그런데 ‘도둑들’ 촬영 때 수갑을 찬 상태에서 차가운 물에 잠기니까 너무 힘들었다. 처음 겪는 감정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공황이 온다고 하더라. 그 뒤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수중 촬영을 염려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소년심판’ 촬영하던 김혜수를 제외하고 해녀 역을 맡은 염정아 박준면 김재화 박경혜 주보비 등은 3개월간 수중 촬영 훈련을 했다. 김혜수는 자신만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불안감이 더했을 터다. 그런데 촬영장에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다른 해녀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용기가 생겼다. 김혜수는 “리허설 때 다른 배우들이 한 명씩 입수하는데 너무 잘하더라. 김재화가 물에 들어가서 연기하는 모습도 정말 대단하더라. 너무 멋지고 놀라 손뼉을 쳤다. 그런데 순간 저도 뭔가 풀리는 느낌이 들더라. 신기한 감정을 경험했다”고 처음 입수 장면을 촬영하던 때를 떠올렸다. 자신감을 얻은 김혜수는 조금이라도 이상한 느낌이 있으면 중지하고 나오라는 스태프들의 염려 속에서 몸부터 얼굴까지 천천히 입수했고, 나중에는 예전처럼 물에서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까지 갖게 됐다.

김혜수를 비롯한 해녀 역 배우들은 6m 깊이 수조에서 고난도 수중 액션을 비롯한 거의 모든 장면을 아티스틱 수영 국가대표 출신 김희진 수중코치의 지도 아래 대역 없이 직접 촬영했다. 김혜수는 “애초 콘티를 보고 ‘이걸 우리가 해야 한다고?’ 하는 말이 바로 튀어나왔을 정도다. 류 감독님이 늘 배려해 줬고, 그렇게 공황 없이 촬영을 마쳤다. 다른 배우의 열정을 보며 오히려 제가 따라갈 수 있었다”고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다만, 너무 편안했기 때문인지 수중 촬영 뒤 수면으로 나오면서 장비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행복했던 촬영장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했지만 (촬영) 현장이 행복하다는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 38년간 연기를 해온 김혜수이지만, 즐거운 현장은 있었어도 행복한 현장은 ‘밀수’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이건 단지 제작 환경 때문만이 아니고, 배우들끼리의 어떤 일체감 같은 것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염정아 씨와 최대한의 호흡을 확보하고 수중 촬영에 들어갔다가 서로를 보고 있는 순간이 너무 좋은 거다.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 숨을 참고 들어가면 온전히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가 생긴다.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순간이었고,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진한 감정을 느껴서인지, 아니면 극 중 진한 워맨스를 나눠서인지 염정아에 대한 김혜수의 애정은 끊이지 않았다. 그녀는 “염정아 씨는 오랜 경험이 있고 다채로운 연기를 한 내공이 있는 배우다. 저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배우라서 함께 연기할 때 어떤 시너지가 날까 기대가 컸다. 이번에 제대로 만났고, 제대로 함께한 느낌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염정아뿐만 아니다. 완전히 다른 색깔을 보여준 군천의 야망남 장도리 역의 박정민과 다방 주인 고옥분 역의 고민시에 대해서도 칭찬이 마르지 않았다. 김혜수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눈앞에 있으면 막 흥분된다. ‘내가 저 때는 어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제 연기보다 그들의 연기를 모니터로 보며 한 번만 더 보자고 할 정도였다”고 톤을 높여 말했다.

비즈니스와 사랑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 역의 조인성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권 상사는 조인성이란 배우의 눈으로 완결된 캐릭터다. 그만큼 눈이 굉장히 압도적이었다”며 “사실, 연기를 하다 보면 상대가 어떤 배우인지 알 수 있다. 제 잘난 맛에 취해서 하는 사람도 있고, 가짜를 굉장히 테크니컬하게 진짜처럼 하는 사람도 있다. 조인성 씨는 진짜를 연기한다”고 진정성 가득했던 눈빛을 떠올렸다.

“‘밀수’를 통해 팀원으로서의 제 정체성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생각했다. 늘 염두에 뒀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굉장히 진하고 강렬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이끌었던 힘이었다. 그런 점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상기하면서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김혜수는 말했다. 한 사람의 연기가 돋보이는 것이 아닌 팀원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평소에는 잊기 쉬운 원리를 배우 김혜수는 다시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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