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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 탓에 한산서 치른 과거시험…모함으로 훗날 추궁받아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7> 갑오년(1594년) 2월 1~12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7-30 18:58:0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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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서 시험 치러도 동참 어려워
- 수군 따로 무과시험 본 게 화근

- 왕명 받들어 2차 당황포전 준비
- 왜와 화친하려는 명나라 못마땅
- 긴 전쟁에 도주병사 늘어 한걱정

경남 통영시 한산면 문어포 마을. 이 곳에 한산대첩기념비가 있다. 기념비에서 문어포 방향의 평지에 이순신 장군이 무과 시험을 주관했던 과장터와 활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갑오년(1594년) 2월

적정을 탐색하고, 장수들을 만나 의논하고, 활 쏘고, 도망병 잡아 오고, 나라 걱정하는 등 통제사의 일상은 계속된다. 특히 이달은 적을 치라는 왕명을 받고는 당항포 쪽으로 모이는 적을 치기 위한(제2차 당항포전) 각별한 준비를 한다.



2월1일[3월22일] 맑음.

늦게 활터 정자(射亭)로 올라가 공문을 처결해 보냈다. 청주의 겸사복(국왕 호위 군사) 이상이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왔는데, “경상감사 한효순의 장계에 의하면 경상좌도의 적들이 모여서 거제로 들어간다는데 그것은 장차 전라도로 침범하려 하는 것이니, 경은 삼도의 수군을 합하여 적을 섬멸하라”는 것이다. 오후에 우수사의 우후(이정충)를 불러 활을 쏘았다. 초저녁에 사도첨사(김완)가 전선 3척을 거느리고 진에 이르렀다. 이경복, 노윤발, 윤백년 등이 도망병을 싣고 육지로 들어가는 배 8척을 붙잡아 왔다. 밤에는 가랑비가 내리더니 얼마 안 있어 그쳤다. 사도첨사가 들어 왔다.

2월2일[3월23일] 맑음.

아침에 어제 잡아 온 도망병 실어내던 사람들의 죄를 다스렸다. 사도첨사가 와서 낙안(신호)이 파면되었다고 했다. 늦게 활터 정자로 올라가 바람의 형세는 좋지 않았지만 활 10순을 쏘았다. 동궁에게서 회답이 왔고, 각 관,포의 서류들을 처결하여 보냈다. 사도첨사가 기한에 오지 아니한 이유에 대해 신문했다.

2월3일[3월24일] 맑음.

날이 샐 때 한쪽 눈이 먼 말을 보았다. 무슨 조짐인지 모르겠다. 식사를 한 뒤 활터 정자에 올라 활을 쏘았다. 거센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우조방장(어영담)이 왔는데, 그로부터 역적들의 소식(송유진이 스스로 의병대장이라 하며 무기를 약탈해 역모를 꾀한 사건)을 들으니 걱정되고 통분함을 이길 길이 없다. 우수영 우후가 배정된 부물(군수물)을 여러 장수에게 고루 보냈다. 원식, 원전이 와서 상경한다고 했다. 원식은 남해 현령에게 쇠붙이를 바치고 면천공문 1장을 받아가지고 갔다. 날이 저물어 막사로 내려왔다.

* 이날의 꿈은 2월 1일의 임금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질 다음 달의 제2차 당항포전이 반쪽 승리에 그친다는 선몽 같다. 또 어영담은 1593년 11월에 파직되었으나(어영담의 후임으로 임시 현감 김극성이 부임했다가 최산택이 현감으로 옴) 이순신의 탄원으로 죄에서 벗어나 1593년 12월께부터 이순신의 우조방장이 되어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월4일[3월25일]

맑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조식 후에 순천부사, 우조방장을 불러서 이야기했다. 늦게 본영의 전선과 거북선이 들어왔다. 조카 봉과 이설, 이언량, 이상록 등이 강돌천을 데리고 왔다. 동궁의 명령을 가져왔고 좌찬성 정탁의 편지도 왔다. 각 관,포의 서류를 처결해 보냈다. 순천부사가 알려주기를, 무군사(광해군의 행영)의 공문에 의거한 순찰사의 공문에는 “이순신이 진중에서 과거를 보자고 품의 올린 것은 아주 옳지 않으니 추고(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소롭다. 조카 봉이 오는 편에 어머니께서 평안하시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고도 다행이다.

*지난해(1593) 12월 광해군의 명에 의해 전주에서 임시 과거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이순신은 수군은 전주에 가기 어려워 한산도 진영에서 따로 열게 해 달라고 품의 올렸고 이 해(1594) 4월 한산진영에서 무과시험이 실시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순찰사의 위 공문 때문에 이순신은 5일 후 동궁에게 해명하는 답장을 보내야 했다.

2월5일[3월26일] 맑음.

새벽 꿈에 좋은 말을 타고 바위가 첩첩인 산마루로 올라가니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동서로 뻗쳐 있고, 산마루 위에는 평평한 곳이 있어서 거기에 집터를 잡으려다가 깨었다.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또 어떤 미인이 홀로 앉아 손짓을 하는데, 나는 소매를 뿌리치고 응하지 않았으니 우스운 꿈이었다. 아침에 군기사에서 받아온 흑각궁 100개를 낱낱이 헤아려 수결(서명)했고, 화피(벚나무 껍집) 89장도 역시 계산하여 수결했다. 발포만호(황정록), 우수영 우후가 보러 왔기에 식사를 함께했다. 늦게 활터 정자로 올라가서 순창, 광주의 담당 아전들을 처벌했다. 우조방장, 우우후, 여도만호 등과는 활을 쏘았다. 원수(권율)의 회답 공문이 왔는데, 유격 심유경이 얼마 있지 않아 화친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간사한 꾀와 교묘한 계책을 헤아릴 수 없는 적들이라, 전에도 적들의 술책에 속고 이제 또 이처럼 빠져드니 한탄스럽다. 저녁때 날씨가 찌는 것 같아 마치 초여름이나 된 듯하다. 밤이 되면서 비가 시작하였다.

*명의 심유경이 지난해 6월 강화한다고 왜적을 만났지만 왜적은 그 직후에 대대적으로 진주성을 공격했다. 이 사실을 목격한 이순신은 강화협상을 왜의 사기극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고 적에게 속고 있는 심유경 또한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보았다.

2월6일[3월27일]

오전엔 비가 오다가 오후에는 개었다. 순천부사, 조방장, 웅천현감, 사도첨사가 보러 왔다. 어두울 무렵 흥양현감과 김방제가 오면서 유자 30개를 가져왔는데 갓 딴 것처럼 싱싱했다.

2월7일[3월28일]

날은 맑은데 서풍이 세게 불었다. 아침에 우조방장(어영담)이 보러 와서 제2전선(부지휘선)에 타고 싶다고 했다. 어머님과 홍군우, 이숙도, 강인중 등에게 문안 편지를 써서 조카 분이 가는 편에 부쳤다. 조카 봉은 분과 같이 떠났는데, 봉은 나주로 가고 분은 온양으로 갔다. 마음이 많이 섭섭했다. 각 배에서 낸 소지(청원) 200여 장을 처결해 돌려주었다. 고성현령(조응도)의 보고에, “적선 50여 척이 춘원포(통영 광도면 안정리)에 이르렀다”고 했다. 삼천포권관과 가배량권관 제만춘이 와서 서울의 소식을 전하였다. 이경복에게 도피하는 격군들을 붙잡아 오도록 명해 내보냈다. 오늘 군사들의 배치를 바꾸고 격군들을 각 배에 옮겨 태웠다. 방답첨사에게도 도피자를 붙잡아 오라고 명령하였다. 낙안군수의 편지가 왔는데 새 군수 김륜계가 내려왔다고 하므로 그에게도 도피자를 붙잡아오라고 명령했다. 보성의 전선 2척이 들어왔다. 소비포권관이 보러왔다.

* 이날 하루 동안에 날씨를 빼고도 12가지의 일을 처리했다고 적고 있는데 아마 초인적인 집중력이 아니면 감당키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전쟁이 길어지자 군기가 문란해지고 점차 도망병들이 늘어나자 병력부족에 시달리던 그는 도피자를 잡아오는데 총력을 기울이는데 그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2월8일[3월29일]

날은 맑은데 동풍이 세게 불고 몹시 추웠다. 봉과 분이 배를 타고 떠난 것이 걱정되어 밤새도록 잠이 편치 못했다. 아침에 순천부사가 와서 말하기를, “고성 땅 소소포(마암면 두호리에 있는 하천으로 당항포 바다로 흐른다)에 적선 50여 척이 드나든다”고 하여 즉시 제만춘을 불러(제만춘의 고향이 고성임) 소소포의 지형이 어떠한지 자세히 물었다. 늦게 활터 정자에 올라가 서류를 처결하여 보냈다. 경상우병사(성윤문)의 군관이 와서 자기 상관 방지기(소실 또는 하인)의 면천에 대한 일을 이야기했다. 진주에서 피란한 전 좌랑 이유함이 와서 이야기하다가 저녁때 돌아갔다. 바다 위에 달이 밝아 잠이 오지 않았다. 순천부사와 우조방장이 와서 이야기하다가 밤 10시쯤에 헤어졌다. 변존서가 당포에 가서 꿩 7마리를 사냥해 가지고 왔다.

2월9일[3월30일] 맑음.

새벽에 우후가 제2호, 제3호 전선을 거느리고 소비포 안쪽으로 띠풀을 베러 나갔다. 아침에 고성현령이 돼지고기를 가져왔다. 그에게 당항포에 적선이 드나드는 상황을 물었다. 또 백성이 굶어서 서로 잡아먹는다고 하니 앞으로 어찌하면 목숨을 보전해 살 수 있을 것인지도 물었다. 늦게 활터의 정자로 올라가 활 10순을 쏘았다. 이유함이 왔다가 돌아가겠다고 하므로, 작별인사를 하고 그의 자(字)를 물으니 여실(汝實)이라 했다. 순천부사, 우조방장, 우우후, 사도첨사, 여도만호, 녹도만호, 강진현감, 사천현감, 하동현감, 보성군수, 소비포권관 등이 왔다. 저물녘에 보성군수가 들어왔다. 무군사(동궁)의 공문을 가져왔는데 시위(侍衛)하는 군사들이 쓸 장창 수십 자루를 만들어 보내라는 것이었다. 이날 동궁이 추고한 사안(2월 4일 일기 참조)에 대해 답을 보냈다.

2월10일[3월31일]

가랑비가 걷히지 않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오후에 조방장과 순천부사가 와서 저녁때까지 이야기하며 적을 토벌할 일을 논의했다.

2월11일[4월1일] 맑음.

아침에 미조항첨사(김승룡)가 왔기에 격려한 뒤 술을 먹여 보냈다. 종사관에게서 온 서류 3건을 처결하여 보냈다. 식사 후 활터 정자로 올라가니 경상우수사(원균)가 왔기에 만났다. 술잔을 거듭 비우더니 취하여 미치광이 같은 말을 지껄이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우조방장도와 함께 취했다. 저물어서 활 3순을 쏘았다.

2월12일[4월2일] 맑음.

이른 아침에 본영의 탐후선이 들어왔는데 그편에 조카 분의 편지가 왔고 그 내용은 선전관 송경령이 수군을 살펴보기 위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선전관을 맞이하기 위해 오전 10시쯤 적도(화도)로 진을 옮겼다. 오후 2시쯤에 선전관 송경령이 진에 도착했는데 임금의 분부 두 통과 비밀문서 한 통, 모두 세 통을 가지고 왔다. 한 통에는 “명나라 군사 10만 명과 은 300만 냥이 나온다”고 하였고 다른 한 통에는 “흉적들의 뜻이 호남 지방에 있으니, 힘을 다하여 차단하고 형세를 보아 무찌르라”고 하였으며, 밀서에는 “해가 지나도록 해상에서 나라 위해 싸우는 것을 내가(임금) 항상 잊지 못하니, 공로를 세운 장병들 중 아직도 상을 받지 못한 자가 있거든 적어 올리라”는 것 등이었다. 또 그에게서 서울 안의 여러 가지 소식과 역적들의 일(2월 3일 자 일기 참조)도 들었다. 영의정(류성룡)의 편지도 가져 왔는데, 밤낮으로 염려하시며 애쓰시는 일을 들으니 그리움과 강개함이 한량 없다.

* 그는 류성룡과 수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군사 일을 의논했고 나라걱정을 함께했다. 그는 류성룡을 존경했고 류성룡은 이순신을 지지했고 도왔다. 이 두 분이 있어 임진왜란이 극복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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