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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까까머리 어떨까요” 작가·시민 소통으로 빚는 ‘위트컴 동상’

제작현장 가보니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23-07-31 19:10:3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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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 헌신 기리는 3억 성금 모여
- 다양한 의견 조율로 완성도 높여
- 권치규 작가 “밝은 표정의 아이들
-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 표현”
- 11월 11일 평화공원 제막 예정

지난 2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문봉동 ‘문봉작업실’. 위트컴 장군 조형물 건립을 위한 시민위원회 관계자 8명은 공모를 거쳐 조형물 제작·설치 작가로 선정된 권치규 조각가(성신여대 교수)와 주물 작업에 들어가기 전 단계의 장군 얼굴과 배경석 문구를 놓고 의견을 깊이 나누고 있었다.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 진행된 조형물 검수에 부산에서 시민위원회 추진위원이 많이 참석한 것은 이들의 열정은 물론, 모금운동을 시작한 지 7개월 만인 6월 초에 목표액 3억 원을 돌파한 것과 관련 있었다.
위트컴 장군 기념물 건립 시민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경기 고양시 권치규(왼쪽) 조각가 작업실에서 작가로부터 위트컴 조형물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박태원 부산미술협회 이사장, 강석환 부산초량왜관연구회장, 김재호 부산대 명예교수, 박주홍 경북대 교수. 오상준 기자
■함께 미래로

박태원 부산미술협회 이사장이 사회를 보며 대화를 이끌었다. 김재호 부산대 전자공학과 명예교수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작을 비롯한 영상인식 전공의 전문성을 살려 “장군의 얼굴은 음양오행과 관상학에 기반하면 가늘고 길고 턱이 발달한 갸름한 금형상(金形相)이다. 눈썹 각도와 길이, 눈꼬리, 귀 크기와 귓불 형태도 조금 차이가 난다”며 관련 논문의 이미지를 제시했다.

강석환 부산초량왜관연구회장은 “장군 옆에 있는 아이 4명의 표정이 비슷해 다양하게 표현하고, 사내아이 머리를 당시 상황에 맞게 까까머리로 하면 어떨까” 하고 말했다. 강 회장은 까까머리 사내아이 사진이 나오는 책 ‘칼라로 만나는 1954년 KOREA’(두모문화산업)를 권 작가에게 전달했다. 권 작가는 “깊은 애정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의견이므로 작품에 반영해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화답했다. 박 이사장은 “조형물 제작·심사에 많이 참여해봤지만 이번처럼 작가와 발주처 관계자가 소통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멋진 작품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열린 자세로 의견을 수용하는 권 작가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오는 11월 11일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평화공원에 제막될 권 작가의 위트컴 장군 조형물 작품명은 ‘부산의 미래를 열다’. 규모는 가로·세로 각 9m, 높이 2m, 재질은 청동 화강석 우레탄 도장이다. 권 작가는 작품 설명에 ‘함께 미래로 간다. 대한민국의 재건을 위해 헌신한 장군의 삶을 기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준 그의 표상적 모티브를 재해석해 조형화했다’고 담을 계획이다. 권 작가는 “높은 기단 위에 우뚝 선 청동 동상과 달리 위트컴 장군 조형물은 시민이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색채를 입히고 포토존 기능을 갖췄다”며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 길이 교육에 있다는 장군의 철학을 반영해 장군 옆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 4명을 밝은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권 작가는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으며 2011년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대한국인 안중근’을 제작하는 등 실력파 조각가로 평가받는다.
위트컴 장군 조형물 조감도. 권치규 작가 제공
■부산과 특별한 인연

권 작가의 작업실로 가는 정원에 들어서자 원색의 길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 익살스러운 표정의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순간 부산에서 본 조형물 이미지가 떠올랐다. BNK부산은행 본점,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 조형물…. 알고 보니 권 작가의 아내 김경민 조각가의 작품이다. 권 작가는 오는 11월 위트컴 장군 조형물에 이어 내년 문현금융단지 BIFC(부산국제금융센터)에 자신의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러면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과 BIFC를 지척에 두고 이들 부부의 작품이 들어서게 된다. 아주 특별한 인연이다.

■ 건립 성금 3억 원 조기 돌파

리처드 위트컴(1894~1982) 장군은 6·25전쟁 직후 유엔군(미군) 부산군수기지사령관(준장)으로 근무하며 1953년 11월 27일 부산역전 대화재로 6000가구, 3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군수물자를 풀어 천막을 세우고 식량을 나눠주는 등 한평생 부산 재건에 헌신했다. 장군이 지난해 11월 11일 턴투워드부산(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에 국민훈장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 받은 것을 계기로 장군의 은혜를 기억하기 위해 조형물 건립 시민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시민위원회는 1년간 시민 3만 명이 1만 원씩 내는 방식으로 성금 3억 원을 모은다는 계획을 세웠다. ‘3만 명의 이재민을 구한 위트컴 장군의 마음을 3만 명의 시민이 잇자’는 취지다. 적극적인 시민 참여에 힘입어 지난 27일 현재 모금 건수와 액수는 각각 1만4657건, 3억6294만 원을 기록해 7월 31일 자로 모금을 끝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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