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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영화 ‘밀수’의 류승완 감독

바닷속 밀수품 건져내며 생존 파고에 휩쓸린 삶, 숨 막히는 해녀액션 매력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8-08 19:21:1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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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해녀와 밀수품 얽힌
- 해변 마을 사람들 의리와 배신
- 김혜수·염정아 등 화려한 캐스팅
- 악당 제압 수중액션·상어CG 눈길
- 여름극장가 관객몰이 400만 눈앞

- “관객들 좋아하는 장르로 소통
- 다른 국산영화도 많이 봐 주시길”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 등 액션을 기반으로 새롭고 다양한 스타일의 영화를 연출해 온 류승완 감독이 해양액션활극을 표방한 ‘밀수’(개봉 7월 26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특히 팬데믹으로 한국 영화가 위기였던 2년 전 여름 ‘모가디슈’로 361만 관객을 모아 숨통을 틔게 했던 그는 올해에도 여름 탠트폴 한국 영화의 시작을 알리며 선봉에 서서 지난 7일까지 367만 관객을 모으며 또 한 번 한국 영화 흥행을 이끌고 있다.
2년 전 여름 ‘모가디슈’로 361만 관객을 모아 숨통을 튀게 했으며, 올해에는 해양액션활극을 표방한 ‘밀수’로 여름 탠트폴 한국 영화의 시작을 알리며 또 한 번 한국 영화 흥행을 이끌고 있는 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아무리 경험이 쌓여도 새 영화를 개봉할 때면 긴장된다”며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비슷한 시기 개봉한 것에 대해 “이럴 때는 서로 응원하는 수밖에 없다. ‘더 문’의 김용화 감독님,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님, ‘보호자’의 정우성 감독님 등과도 전화하며 응원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영화들이 서로 개성이 다르다”고 관객이 ‘밀수’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영화도 함께 관람해 주길 바랐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밀수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상업영화에 등장한 적 없는 해녀들의 수중 액션과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를 비롯해 색깔 있는 많은 배우의 케미가 영화적 즐거움을 준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왜 좋아하고 만들고 싶어 했을까를 생각하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경쟁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인 것 같다. 1등 하겠다는 욕망이 별로 없고, 영화로 소통하고 관객이 좋아했으면 하는 생각뿐이다”는 류 감독. 박스오피스 1등보다는 자신의 영화에 대해 관객의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함을 밝힌 그에게 ‘밀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1970년대와 해녀

1970년대를 배경으로 바다에 던져진 해녀들 이야기를 다룬 ‘밀수’. NEW 제공
‘밀수’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1970년대’와 ‘해녀’, 그리고 제목인 ‘밀수’다. 1970년대는 해외 소비재 수입이 어려워 미제·일제가 매우 귀했다. 지금 MZ 세대에게 유행인 고급 위스키는 수입이 불가했다.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밀수하는 해녀가 등장한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류 감독은 “‘밀수’는 영화 ‘시동’(류 감독과 아내 강혜정 대표가 설립한 외유내강 제작) 때 로케이션 헌팅 차 조성민 프로듀서가 군산의 한 박물관에 갔다가 1970년대 밀수에 해녀들이 개입돼 있었다는 자료를 보고 출발했다. 또 ‘미스테리아’라는 문예지에 실린 부산을 배경으로 한 밀수에 휘말린 여성들 이야기가 있어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세 키워드를 배경과 소재로 사용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현재의 밀수와 당시의 밀수는 좀 달랐다. 당시에는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생필품이나 옷, 음식 등의 수입이 자유롭지 못했다. 제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면 다방에 어른들하고 갔을 때 007가방에 ‘라이방’ 선글라스나 담배 같은 외국 물건을 팔던이의 기억이 있다”고 1970년대를 떠올렸다.

또 한 가지, ‘밀수’는 가상의 바닷가 마을 군천을 배경으로 한다. 화학공장이 들어선 이곳은 해양오염으로 해녀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을 빚는다. 류 감독은 “가상의 도시는 ‘장르의 세계’가 된다. 소도시의 몰락, 그 안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람들의 의리와 배신 등에 제가 끌리나 보다. 그 배신도 배신이 아니라 어떤 오해일 수 있고, 오해가 사람 관계를 어긋나게 하는. 이런 영화에서 사람들이 계속 친하게만 지내면 또 재미가 없잖은가”라며 웃었다.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된 1970년대와 이로 인해 벌어진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에 류 감독은 초점을 맞춘 것이다.

■처음 경험한 수중 액션

그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라한장풍대작전’ ‘짝패’ ‘주먹이 운다’ ‘베를린’ 등에서 다양한 액션을 연출하며 액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류 감독. 그는 ‘밀수’에서도 한국 영화는 물론, 외국 영화에서도 볼 수 없던 해녀들의 수중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해녀들의 공간인 바닷속에서 악당을 물리쳐 드라마의 개연성을 높였다.

류 감독은 “물속 액션은 해녀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오히려 현실적이었다. 물의 저항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으니까 남성과 여성, 특히 해녀들이 육체적인 대결을 벌이면 아주 흥미롭겠다 싶었다”고 바닷속을 하이라이트 액션의 공간으로 설정한 이유를 전했다. 그리고 “액션 장면에서 멋있게 보이려고 슬로 모션을 거는데, 물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몸이 슬로 모션이 될 수밖에 없잖은가”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액션을 연출했던 류 감독에게도 수중 액션은 이전에 해보지 않은 생소한 연출이었기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유상섭 무술감독님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아티스틱 수영 국가대표 출신인 김희진 수중코치가 들어오면서 확 달라졌다. 김 코치는 물속에서 가능한 움직임이나 시도해 볼 만한 움직임을 계속 테스트하며 보여주셨다”며 김 수중코치의 가세가 큰 힘이 됐음을 전했다.

여기에 실제 해녀들에게 의견을 얻어 물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나 움직임의 범위 등을 듣고 수중 액션 디자인을 짰다. 바닷속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수심 6m 대형 수조 안에서 김혜수 염정아 등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유려한 수중 액션으로 멋진 장면이 연출됐다.

극적 긴장감을 더한 것은 상어였다. 물론 CG이긴 하지만 개연성 있는 상어의 등장으로 수중 액션이 더욱 풍성해졌다. 류 감독은 “해녀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과거 해녀분들에게 상어 사고 나는 이유 중 하나가 생리 중에도 먹고살기 위해 물질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그 사실이 저한테 되게 남았다. 상어의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의 이 절박함은 어떤 것인가를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혜수 염정아와 맞춘 호흡

‘밀수’에서 먹고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와 해녀들의 리더 진숙은 영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류 감독은 김혜수와 염정아를 동시에 떠올렸다고 한다. 함께 해녀 생활을 하던 춘자와 진숙은 오해로 갈라서게 되고, 시간이 흘러 오해를 풀고 다시 뭉치게 되는 워맨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두 배우의 캐스팅은 무척 중요했다.

류 감독은 먼저 염정아에 대해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때부터 되게 좋아했고,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구로동 샤론 스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아무렇지 않게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더라”며 “힘들이지 않는 것 같지만 항상 뚜렷이 각인되는 연기를 보여준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김혜수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제가 연출부 시절일 때 인연이 있었는데, 입봉하고 난 뒤에도 오가며 인사하고 항상 먼발치에서 흠모하던 입장이었다”고 애정고백을 했다. 류 감독은 ‘밀수’의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두 배우를 염두에 뒀고, 결국 두 배우와 작업했다. 여기에 ‘모가디슈’에서 호흡을 맞춘 조인성과 그가 사랑하는 배우 박정민 등이 힘을 보태 멋진 해양액션활극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밀수’ 개봉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류 감독은 바로 ‘베테랑2’의 후반작업에 들어간다. ‘베테랑2’는 2015년 개봉해 1341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의 후속으로 황정민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등 전편의 배우들과 힘을 합쳤고, 정해인이 새롭게 참여했다. “끊임없이 전작과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그동안 노력해 왔고, (관객분들이 제 영화에서 느끼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는 류 감독. 그의 고민 덕분에 우린 항상 ‘류승완표 영화’에 기대를 갖게 되고, 설레며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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