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항해녀 정착 영도 상징성 감안
- 부산권 토론회로 본격적인 연대
- 경남 경북 서해안 등 보폭 넓혀
- 국가브랜드 만드는 게 최종 목표
전국 1만여 해녀의 문화와 전통을 공유하기 위한 ‘한반도 해녀 네트워크’가 부산에서 첫발을 뗐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부산시의회는 지난 18일 부산시의회에서 ‘한반도 해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부산권역 순회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제주도해녀협회와 부산 영도 동삼어촌계, 기장군 해녀협회 등도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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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가파도 해녀의 물질 장면. 해녀이자 사진가인 유용예 가파도어촌계장이 찍었다. 유용예 사진가 제공 |
현재 전국에는 제주해녀 3000여 명을 포함한 1만여 명의 해녀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녀는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됐지만, 보전 정책은 지자체별 조례에 따른다. 지역별 지원정책이 다르다 보니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고령화와 신입 해녀 감소로 해녀는 갈수록 줄어들어 해녀문화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 한반도 해녀 네트워킹은 사라지는 해녀문화를 전승하기 위해 각 지역 해녀들이 연대해 공동체 문화를 형성·교류하고, 다음 세대가 해녀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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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한반도 해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부산권역 순회 토론회’. 제주도 제공 |
여성이 중심이 돼 바닷가에서 마을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해녀문화는 상업적 활동과 다른 특수성과 고유성을 띤다. 이 같은 연대 활동은 크립톤엑스 고미 이사(크립톤엑스 제주본부장)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제민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고 이사는 2005년부터 18년 가까이 제주해녀를 연구한 전문가다.
도시재생 전문 액셀러레이터(촉진 기업)인 크립톤엑스의 본사는 부산 영도에 있다. 영도는 제주를 떠난 출항 해녀가 처음 정착한 지역으로, 상징적인 곳이다. 지난 20일 만난 고 이사는 “2020~2021년 출향 해녀의 물질 경로를 따라가는 취재를 했다. 정착한 해녀들이 있어 마을이 형성됐고 바다가 지켜지고 있었다. 이 고유의 문화를 제주를 넘어 전국으로 연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토론회에는 해녀이자 사진가인 유용예 가파도어촌계장 겸 해녀협회 이사도 참석했다. 유 계장은 가파도에 이주한 9년 차 해녀로 한 손에는 카메라를, 한 손에는 테왁을 들고 바다에 들어간다. 그는 가파도 해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해녀와 바다의 가치를 발견했다. 언젠가 해녀들이 모두 바다를 떠나면 이 소중한 문화를 계승할 다음 세대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직접 해녀가 됐다.
유 계장은 “물질하는 해녀뿐만 아니라 전통을 계승하려는 해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부산에서 열린 첫 번째 토론회를 두고 “지역 해녀들과 해녀문화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첫 번째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경남 경북 남해안 서해안으로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해녀 문화의 다양성 인정이다. 제주와 부산은 물론 남해안과 서해안의 해녀 문화는 비슷한 듯 저마다 다르다. 해녀문화의 ‘지역성’ 인정이 매우 중요하다.
고 이사는 “제주 출신인데 해녀는 아니지만 해녀문화를 연구하는 내가 있고, 제주 출신이 아닌데 해녀에 대한 애정으로 해녀 공동체에 들어가 전통을 잇는 유 계장이 있지 않느냐”며 “다양한 지역성을 가진 하나의 해녀문화가 전승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어느 지역 해녀는 선주와 계약해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우며 출퇴근하는 등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또 채집한 해산물을 보관하는 테왁 그물망 없이 옷 속에 집어넣는 지역도 있다. 공동체 문화는 옅어지고, 직업으로서 고용된 해녀들이 거주하는 곳도 있다. 6·25 전쟁 직후 생계형 밀수에 연루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지역성과 전통성을 고루 인정하고 하나로 묶어, 로컬 브랜드로 시작해 국가브랜드로 만들자는 것”이 목표라고 고 이사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