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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만나면 에티켓이 중요” 1960년대 선원이 읽던 필독서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7> 어선원안내(漁船員案內)

  • 김윤아 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장
  •  |   입력 : 2023-08-23 19:15:0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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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산개발공사 발간 교재
- 선박 상륙 후 행동강령에 초점

“船員(선원)은 民間外交官(민간외교관)이다.”
1960년대 ‘어선원안내’(이규수 편저) 본문.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한국수산개발공사에서 1960년대 발간한 교재 ‘어선원안내 漁船員案內’의 첫 문장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올해 9월로 설립 60년이 되는 한국수산개발공사는 원양어업기지 개척과 해외 어장 개발, 어업·해양기술 인력 양성, 해외 수산자원 확보와 양질의 단백질 식량 공급 등의 목적으로 1963년에 발족했다. 1966년 대서양 최고 어업기지였던 라스팔마스에 전진기지를 세우고, 91척의 어선단으로 오대양에서 수산 한국의 이름을 드높였다고 전한다.

이 교재는 목차나 발간사도 없이 첫 페이지부터 알찬 내용으로 본격 교육을 시작한다.

“ 船員(선원)은 民間外交官(민간외교관)이다. 外國(외국)에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은 당신들을 個人(개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韓國人(한국인)으로 그 行動(행동)을 보고 있다.” “ …外國人(외국인)에 접할 때 가장 重要(중요)한 것은 禮儀凡節(예의범절)이랄까 에치켙이다” 고 적고 있다. 60년 전에 외국에서 나라를 대표하여 활약하던 선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던 교육 내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교재는 크게 ‘出港(출항)할 때’ ‘외국항에 碇泊(정박) 중’ ‘上陸(상륙)할 때’의 세 부분으로 나뉘었는데, 대부분은 ‘상륙’ 이후의 행동강령에 초점을 맞춘다. 그중에서도 ‘여성에 대한 예의’ ‘종교에 대하여’ ‘성문제’ ‘항공기를 이용할 때’, 이렇게 4가지 분야에 특히 상세하게 지침을 주고 있다.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되는 다문화에 대해 다양성을 인식하고, 선원들에게 주의 깊게 주지시키는 내용은 오늘날에도 인용할 수 있을 만큼 시대를 관통하는 앞선 안목을 지녔다.

특히 “시가에 나가면. - 거리, 공원, 관광지를 술 취하여 다니지 말 것. 취하고 걸어다니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데든 볼 수 있는 것이지만, 外國(외국)에서 이런 짓을 하면 罰金(벌금)을 물든가 留置場 身世(유치장 신세)가 되기 쉽다. 또한 큰소리를 치든가 길 전체를 휩쓸고 다니는 일 같은 것이 없도록 할 것. 너무 醉(취)하지 말 것” 등은 강산이 여섯 번이나 변한 현재도 우리에게 명확하게 적용되는 내용들이다.

“술김에…,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 나서…” 등의 핑계로 사소한 무례와 중대한 범죄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60여 년 전부터의 교육이 사회 전반에 제대로 반영되었다면, 여전히 만연하는 주취에 따른 악습과 범죄는 많이 사라졌으리라….

당시 한국수산개발공사는 많은 해외기지 건설, 조업 규모 확대, 우수한 해기사 양성에 기여했다. 선원이 2000여 명에 이르는 규모였다고 한다. 공사는 비록 10년 만에 파산하여 사라졌지만, 그 실패는 이후 국내 업체가 원양으로 진출하여 원양대국으로 가는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된다.

우리의 해양산업 역군을 길러내기 위해 작성한, 시대를 관통하던 가르침을 오늘날에도 되새겨 본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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