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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표’ 지원작 과반은 개봉도 못해…투자·배급 시스템 절실

부산 영상콘텐츠 제작환경 새 판 짜기 <하> 영상 생태계 재구성 시급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3-08-29 19:01:32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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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위 10년간 지원작 49편 중
- 21편만 개봉 … 배급사 부족 여실
- 35편 국내외 영화제 초청 호평
- 상업성 외 문화다양성 간과 안돼

- 부산시·영진위·영상위 3자 협약
- 펀드조성·유통배급 지원 매칭 등
- 지원금 의존 지역 제작사에 단비

- OTT 거점·로케이션 DB 구축 등
- 영상도시 위한 인프라 확보 총력

쌀 한 톨을 수확하기까지 농부가 흘린 땀을 영화에 빗대 보자.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몇 명의 노력과 비용이 소요될까. 관객에게는 150분짜리 영화 한 편이지만, 수백 명의 사람이 최소 수개월간 매달려 완성한 결과물이다. 이들의 생계수단 역시 영화. 영화 영상 분야를 문화적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적 관점으로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3억~5억 원 예산의 영화를 연간 5~10편 제작하는 지역은 부산이 유일하다. 또 부산영상위원회를 포함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에 이웃사촌으로 자리하는 등 영화영상 전문가들로 모인 인적 인프라 역시 충분하다. 하나의 산업이 온전히 지역의 힘으로 건강히 작동하기 위한 생태계 재구성이 필요한 지금, 지역 영화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문화적 측면에서 ‘부산 영화’의 발전과 산업적 측면에서 지역 영상 생태계 유지를 위해 지역 영상산업을 선도하는 부산영상위원회의 다각도 접근이 필요하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제작 지원작인 영화 ‘모라동’과 ‘등대’ 촬영 장면. 장편 극영화 ‘모라동’은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독립 장편 ‘등대’는 현재 제작 중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개봉’ 문턱 넘기 힘든 부산

부산 영상 생태계가 아직 ‘반쪽’이라고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와 배급 시스템이 약하기 때문이다. 완성된 영화의 마케팅 방법과 개봉일, 유통 방법 등 전반을 관여하는 배급사가 지역에는 단 한 곳.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펀드나 기금은 없다. 부산에서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더라도 배급 문턱을 넘지 못하면 개봉도 못하고 창고로 직행하는 경우도 많다.

29일 부산영상위원회가 공개한 ‘2013~2022 장편극영화·장편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작’과 ‘2019~2022 (웹)드라마 제작지원작’을 보면 이날 현재 총 지원작 49편 중 21편(장편 극영화 11편, 다큐멘터리 10편)이 극장 개봉에 ‘성공’했다. 개봉한 영화 중 다큐멘터리 ‘성덕’이 1만2565명으로 관객 수가 가장 많았고 극영화 ‘빛과 철’이 1만477명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19개 작품은 모두 관객수 1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2019년부터 제작지원을 시작한 (웹)드라마의 경우 지난해까지 총 10편을 지원했고, 이 중 OTT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총 네 작품이 공개됐다.

웬만한 상업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물가 상승분을 고려해도 50억 원을 훌쩍 넘긴 지 오래다. 하지만 지역 영화 예산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제작비와 작품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텃밭의 크기가 다른데 열매 수확량마저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역 영상 생태계를 상업적 성과로만 평가하면 안 된다. 영상위가 지역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문화다양성 측면이기 때문이다. 제작지원 사업으로 제작된 ‘메이드 인 부산’ 영화들은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초청받는 등 작품성을 인정 받아왔다. 지원작 49편 중 개봉작은 절반을 넘기지 못했어도, 35편이 국내외 유명 영화제에 초청받거나 경쟁부문에서 수상하며 위상을 쌓았다. 지역 신인을 발굴하는 순기능도 지역에서만 할 수 있다. 상업적 성과에서는 아쉬울 수 있어도 문화 다양성 측면의 성과는 간과할 수 없다는 의미다.

■펀드+배급, 중앙-지역 매칭 기대

이 때문에 영화 기획·제작부터 유통 배급까지 책임질 영상 생태계 구조가 마련돼야 부산이 진정한 영화·영상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현장 의견이 꾸준히 제시돼 왔다. 마침 부산지역 영상 생태계 재조성을 위한 의미 있는 협약이 지난 5월 25일 부산시와 영화진흥위원회 부산영상위원회 3자 간 체결됐다.

협약에 따르면 세 기관은 크게 ▷부산 영화·영상 생태계 조성 ▷부산 영상산업 활성화 ▷지역 영화문화 향유권 확대에 상호 협력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투자 환경 조성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확대 ▷지역 영화 유통배급 지원 매칭 ▷국내외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 확대 ▷촬영 스튜디오 협업 강화 ▷아시아 영화 네트워크 구축 및 교류 활성화 ▷지역 우수 인재 집중 육성 등에 협력한다.

눈에 띄는 부분이 영상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인 투자 환경 조성과 유통배급 지원 매칭이다. 지역 영상 생태계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협약을 통해 중앙과 지역의 상호 매칭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영상위 양종곤 사무처장은 “영상 생태계를 완성하는 주요 두 요소인 유통과 배급의 협약을 통해 지원작들도 배급까지 갈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상업영화가 텐트폴(성수기용 대작 영화) 중심이라면, 지역 이슈가 담겼고 부산이 만든 영화도 다양성 측면에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며 문화다양성 관점에서 작품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정된 재원 안에서 무조건 지원만 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와 배급을 통한 영상 생태계를 만들어 주고 이들이 지역영화와 상업영화 중 선택도 할 수 있도록 활동 폭을 넓혀주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위는 지난해 3월 해산한 부산-롯데 창조영화펀드를 포함해 모두 2개의 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다. 부산제작사의 제작영화와 부산 로케이션 영화 등에 투자해 지역 다양성과 독립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펀드였다. 현재 지역 영화를 위한 펀드나 기금은 없어 지역 제작자들이 영상위 지원금에만 의존하던 상황에서 이 같은 협약은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영상위 역할, 과제와 비전은

현재 영상위의 산업 분야 대부분은 로케이션 유치가 차지한다. 로케이션 유치는 영상위의 주요 역할 중 하나다. 인센티브 제도 활성화를 통한 로케이션 유치와 후반작업시설 등을 연계해 제작진의 체류 기간 증대를 도모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역에서 머물며 직접 지출하는 비용은 궁극적으로 관광 산업 확대와 맞물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불러온다.

그래서 로케이션 DB 구축과 고도화는 필수 과제다. 보통 로케이션 유치는 제작팀이 요구한 장소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면, 제작팀이 부산에 와 살펴본 뒤(스카우팅) 감독의 방문(픽스 헌팅) 이후 확정된다. 최소 두 차례 제작진이 현지 답사를 와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로케이션 DB들을 현장감 있는 3D 이미지로 제공하면 제작팀은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결국 로케이션 유치와 지역 영화 제작 지원, 지역 영상 생태계 조성이라는 관점에서 영상산업 기관의 역할은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영상위는 ▷국내외 영상물 제작지원과 영상진흥사업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관리 운영 ▷영상산업센터 시설물 관리 및 운영사무 등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 운영 ▷부산아시아영화학교 등 5개의 운영 업무를 부산시에서 위탁받았다. 이들 업무 수행이 가능한 기관도 현재로는 사실상 영상위뿐이다. 부산 영화영상산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문화다양성 확대와 산업·문화적 측면의 사업 영역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분야다.

부산시 역시 지역 영상 생태계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현재 2개 동뿐인 부족한 실내 스튜디오 수요를 해결하고 늘어나는 OTT 시리즈 촬영에 대비해 추진 중인 OTT 거점 스튜디오 조성이 대표적이다. 시 영상산업콘텐츠과에 따르면 우선 OTT 거점 스튜디오는 최근 중간 보고회를 거쳐 오는 11월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와야 자세한 방향을 알 수 있지만, 공공성을 확보한 스튜디오 조성으로 부족한 수요가 해결되면 로케이션 유치를 놓치는 일도 줄어드는 등 부산이 영화영상의 도시로 좀 더 자리매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장의 영화산업 전문가 역시 “최근 3년 새 수도권에는 OTT 관련 스튜디오가 20개 이상 늘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영상도시 타이틀을 가져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며 “부산의 강점인 영화영상도시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관광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좋은 효과를 부르는 영상 생태계 재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

  부산 제작지원영화 주요사례 

장르

작품명(개봉연도)

감독

내용

극영화

영도(2013)

손승웅

2014 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2014 부산독립영화제, 2016 백상예술대상 등

다큐

그림자들의 섬
(2013)

김정근

2013 광주인권영화제 폐막작, 2014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2015 부산독립영화제, 2015 런던한국영화제 등

다큐

할매-서랍(2015)

김지곤

2016 부산독립영화제 개막작, 2016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2017 광주독립영화제 지역영화교류전 등

다큐

기프실(2016)

문창현

2018 서울인권영화제, 2018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다큐멘터리쇼케이스, 2018 부산독립영화제 메이드인부산 경쟁 대상 등

극영화

영하의 바람
(2017)

김유리

2018 BIFF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상, 2018 부산독립영화제, 2019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9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우수상 등

다큐

해협(2018)

오민욱

2019 서울독립영화제, 2019 부산독립영화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2020 EBS 1-TV 1회 방영, 2019 BIFF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경쟁부문 등

다큐

다섯 번째 방
(2018)

전찬영

2019 DMZ국제다큐영화제 우수프로젝트 피칭상, 2021 전주국제영화제 러프컷 네비게이팅 편집부스터상 수상, 2022 부산독립영화제 MADE IN BUSAN 경쟁 대상 등

다큐

성덕(2020)

오세연

2021 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 2021 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 2021 광주여성영화제 상영, 2022 이탈리아 우디네극동영화제 비경쟁부분 공식 초청,  2022  런던아시아영화제 다큐멘터리섹션 공식 초청 등

※자료 :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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