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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싹 트는 부산 메세나…지속성·공공성 담보할 구심점 필요

메세나로 문화예술의 꽃을 <하>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9-14 19:30:3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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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 등 관련단체 잇따라 출범
- 부산서도 예술후원 활성화 조짐
- 효율·지속적인 기업지원이 관건
- 장르·세대간 형평도 해결 과제

- 기업정보 수집·회원사 확대부터
- 후원인식 제고·투명성 확보까지
- 지역 메세나 총괄할 조직 절실

부산은 문화예술을 향유하기에 좋은 도시인가. 부산은 예술인을 키우는 도시인가. 이 두 질문에 시민은 어떻게 답할까. 대중의 문화 접근성도, 예술인을 육성하는 여건·의욕·시스템도 좋은 도시라 답하기란 쉽지 않다. 문화공간을 짓고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등 공공 지원이 있지만, 점차 사라지는 지역 예술대학의 현실이 그 한계를 증명한다. 대안으로 떠오른 민간 차원 문화예술 후원 움직임은 아직 걸음마 수준.

기업과 예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문화예술 후원의 전문성, 문화 불균형 해소를 위해 구심점이 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승인더스트리·화승코퍼레이션와 결연을 맺고 올해 부산 예술지원 매칭펀드 후원을 받은 그루잠프로덕션의 공연 ‘스냅’. 그루잠프로덕션 제공
■ ‘부산예술이음센터’ 개소

부산에서도 최근 몇 년 새 부산메세나협회, 비마엔, 부산예술후원회, 부산비엔날레 후원회 등 메세나 단체 출범이 잇따르면서 민간 재원도 크게 확대됐다. 문제는 후원금이 효율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지원되느냐이다. 특정 예술단체가 여러 곳의 중복 후원을 받거나, 미술이나 음악 등 일부 예술 분야에만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일회성에 그치기도 한다. 요즘엔 청년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에 자원이 집중된다는, 다른 세대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양한 문화예술 현장에 후원의 손길이 닿으려면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이 분야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모아야 하는 시점이다.

부산 동구에 문을 연 부산예술이음센터 사무실. 부산메세나협회 제공
부산메세나협회가 이달 ‘부산예술이음센터’(동구 고관로 63번 1, 5층)를 개소하면서 메세나 바람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예술인에게는 창작활동에 필요한 전문 행정력을 지원하고, 문화현장에 밝지 않은 기업에게는 후원 대상이나 방법 등을 컨설팅할 예정이다. 그동안 예술인이 결연기업으로부터 받은 지원에 국·시비를 매칭해주는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전문성을 띤 후원매개조직으로 역할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공간은 예술인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공유오피스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부산메세나협회 김흥수 사무처장은 “좋은 공모가 있어도 행정이나 정보에 어두워 기회를 놓치는 예술인이 많다. 예술이음센터는 이들에게 언제든 찾아와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필요한 전문 행정력을 제공하려 한다”며 “회원사인 기업에는 결연 대상을 컨설팅하고 꾸준한 관심과 후원을 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협회는 기초자치단체의 유휴 공간에 ‘부산 예술가의 집’을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예술가의 집’처럼 예술인이 모여 창작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목표. 다양한 공공·민간 지원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 지원을 하는 등 부산의 문화예술 진흥 거점 공간을 조성한다는 포부다.

부산문화재단 조정윤 정책연구센터장은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메세나는 경쟁이 아닌, 철저하게 협업으로 가야 한다. 부산메세나협회가 컨트롤타워가 된다면 공신력과 투명성, 책임감을 가지고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우선은 기업의 문화예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선의의 회원사를 늘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사회문제 해결하는 ‘문화공헌’

부산시립미술관 후원회인 비마엔이 미술관에 기증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작품 ‘코트’.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기업의 메세나 참여를 확대하려면 문화예술 후원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려야 한다. 예술계는 기업 후원의 바탕이 진정성보다는 홍보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다. 정부보조금 부정수급과 같은 고질적 문제도 있다.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공신력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부산의 한 연극인은 “지역 기업의 예술 후원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일천하다”며 “기업 지원금과 정부보조금을 1대 1 매칭해서 받는 사업의 경우, 실제로는 기업의 후원 없이 정부보조금만 받아쓰는 구태가 아직도 있다. 예술인 입장에선 보조금이라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푸념했다. 지역 기업인도 “오래전부터 문화예술단체의 부정 수급을 공모한 기업이 존재한 것으로 안다. 실제 제대로 후원하는 기업도 많은데 그 선의가 퇴색될까 봐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이에 관해, 현재 부산의 국·시비 보조금 매칭사업을 전담하는 부산메세나협회는 보조금 집행이 전산화되면서 이러한 문제를 거의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처장은 “정부 보조금 정산 시스템인 e나라도움을 통해 보조금의 임의 사용을 제한한다. 또한 감사를 두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건강한 메세나 문화가 정착하도록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부액 가운데 문화예술 분야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일도 주요 과제다. 예술 기부는 일부 예술집단에게만 돌아가는 자선적 성격의 기부라는 인식이 있다. 기업이 예술인(단체)과 함께 지역문제를 해결한다는 ‘문화공헌’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고령화, 해양오염, 도심 공동화 등 부산이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예술로 해결하자는 사회참여예술(Socially Engaged Art)이 주목을 받는다.

지난 2월 부산 해운대 고은미술관에서 열린 부산메세나협회 정기총회 모습.
가령 초고령화 사회인 부산에선 노인에게 문화예술의 경험을 제공하고, 고립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창의적인 생각을 유지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징(creative aging)을 돕는 식이다.

조 센터장은 “도심 빈집을 예술창작공간으로 활용한다거나 업사이클링 아트, 1인 가구 프로젝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예술이 사회적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며 “메세나 조직이 지역사회와 예술의 상생협력을 돕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이미 예술가들이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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