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2월 홍콩 영화 ‘에스케이프 걸’이 한국에서 개봉했다. 주윤발 왕조현 주연이었다. 원래 제목이 ‘의개운천’인 이 영화는 당시 한국 관객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저히 저항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던 왕조현의 풋풋하고 아름답고 청순하고 가련한 매력과 주윤발의 준수하며 따스하고 정의감 넘치는 멋짐이 만나 폭발했다. 주윤발과 왕조현은 한국 관객에게 각인됐다. 이 작품이 곧이어 한국을 강타할 길고 긴 ‘주윤발 태풍’의 전조였음을 짐작한 사람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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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본색 |
이듬해 1987년 5월 ‘영웅본색’이 한국 극장에 내걸린다. 주윤발 장국영 주연이었다. 이 영화로 배우 주윤발은 수없이 많은 관객의 가슴에 들어와 박혀버렸다. 사람들은 영화 속 주윤발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긴 코트를 입었고, 성냥을 씹었으며, 장국영이 부른 영화 주제가 ‘당년정(當年情)을 불렀다. 지금도 이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고 싶어 남몰래 연습한 뒤 과감하게 선곡하는 한국 남성은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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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모어 찬스 |
특히 1989년을 앞뒤로 한 시기 한국 극장가는 주윤발 시대였다. ‘씨티 워’(1988) ‘영웅본색 2’(1988) ‘영웅본색 3’(1989) ‘첩혈쌍웅’(1989) ‘가을날의 동화’(1989)‘우견아랑’(1989) ‘도신-정전자’(1989)‘대장부일기’(1989) ‘몽중인’(1989) ‘흑사회’(1990) ‘종횡사해’(1991)…. 이게 모두 주윤발 영화다. 1989년 한국 정부는 외국인 모델을 국내 기업의 TV 광고에 기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1호 외국인 광고 모델은 주윤발이었다.
광고 속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헬리콥터의 추격을 따돌리며, 달리는 트럭의 컨테이너 속에 사뿐하게 안착한 주윤발이 외친 한마디 “싸랑해요! 밀키스”는 엄청난 유행어가 됐다. 참고로 그즈음 ‘천녀유혼’ 등의 영화로 인기를 누리던 홍콩 배우 왕조현도 한국 광고에 출연한다. 왕조현이 그 광고를 통해 한국에 퍼뜨린 유행어는 “크리미, 좋아 좋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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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호장룡 |
주윤발을 소개하는 웬만한 영상이나 글에 안 빠지는 표현이 있다. ‘영원한 따거’. 영원한 형님이라는 뜻이다. 맞다. 주윤발은 ‘윤발이 형님’이라고 부르면 입에 더 잘 들러붙고 자연스럽고 흡족하다. 홍콩 배우 주윤발은 긴 세월 수시로 따뜻한 소식을 전해왔고, 파도 파도 미담이었다. 수천 억 원에 이르는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검소하게 살며 남을 돕고, 배우로서 성실하다. 홍콩에서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윤발이 형님’이 목격된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언행도 보여 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배우 주윤발을 초청했다. 올해 BIFF에는 ‘영원한 따거’ ‘윤발이 형님’이 온다. BIFF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그렇게 해왔듯, ‘한 시대’를 초청했다. BIFF는 올해 특별기획 프로그램 ‘주윤발의 영웅본색’을 마련하고 영화 ‘영웅본색’ ‘와호장룡’ ‘원 모어 찬스’를 상영한다. ‘윤발이 형님’과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영화제 기간인 오는 10월 5일 오후 5시 영화의전당 BIFF×GENESIS 야외무대에서 오픈토크와 핸드프린팅 행사를 진행한다. 오픈토크와 야외무대 행사는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