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에 김을 올려
앞뒤 산 다 익히고
빠안한 고갯길을
절며 넘는 가을바람
엊그제 이팔청춘이
녹두알로 다 졌다
가을바람을 소재로 자연을 노래하면서 그 속에 인생을 관조하듯이 녹여내고 있다.
지금은 갖가지 맛있는 떡을 개별 포장하여 배달해 주지만 과거에는 떡시루에 빻은 쌀가루를 안치고 솥뚜껑 틈새로 김이 새어 나가지 못하게 밀가루로 둘레를 메워서 떡을 쪄 먹었다.
시인은 가을바람이 시루에 김을 올려 떡을 찌듯이 온 산을 다 익히고 고갯길을 절며 넘는다고 노래한다. 주체인 가을바람이 늘 다니던 빠안한 고갯길을 힘에 겨워 절며 넘다가 종장에서는 ‘이팔청춘이 녹두알로 다 졌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비유가 절묘하다.
누구의 삶이든 앞뒤 산을 붉게 물들이던 지난날이 굳건하게 뿌리 내려 이 가을 아름답게 익어가면 좋겠다. 오늘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젊은 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