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이며 사진가인 정석준의 사진전 ‘갯내음’이 2일 시작해 오는 10월 8일까지 부산시민공원 예술촌갤러리2에서 열린다.

정석준 시인은 부산에서 오랜 세월 경찰관으로 복무했다. 이번 사진전을 위해 만든 안내장에 그가 직접 쓴 사연을 들어보자. “중앙동에서 암남동까지 형사 생활 중 추억이 가장 많은 곳이 중앙동이다. (부산)시경, 시청을 중심으로 중앙동에서 남포동,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충무동, 암남동까지 그리고 영도다리 건너 대평동, 영선동…그때 매일매일의 나에게 갯내음은 차곡차곡 쌓이고, 겹겹이 입혀졌고, 속속들이 물들었다.”

정석준 사진집 갯내음

그는 경찰로 재직하던 시절,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해촌일기’로 당선됐다. 단 한 사람만을 최후의 당선인으로 가려 뽑는 신춘문예를 통과한 뒤 그는 시조집 ‘깊은 환청’(1996) ‘꽃도둑’(2011) ‘맨날 손자’(2022)를 펴내며 탄탄하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그가 사진과 인연을 맺은 계기도 전시 안내장에 쓴 글을 통해 알아보자. “카메라를 처음 만난 곳은 군대였다. 입대 후 육군 통신학교를 수료하고 통신병과에 배치되었다. 통신병과 여러 보직 중 사진 관련 물품의 보급·정비가 주 임무였고, 촬영까지도 나의 몫이었다.…그것은 내가 만난 몇 개의 운명 중 하나가 되었다.”

그는 사진가가 되어 개인전을 두 차례 열었다. 이번 세 번째 사진전에 그는 ‘갯내음’ 나는 사진만 내놓았다. 부산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갯내음을 달고 산 그는 “그 갯내음은 나에게 음각되었다”고 썼다. 전시에 소개한 사진 60점은 인상 깊다. 그때 그 장소가 아니면 찍을 수 없는 사진들이다. 때로는 지극히 위험한 촬영을 묵묵히 해낸 끝에 나온, 장(長)노출 사진은 흡인력이 강하다. 부산 바다 사진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시조시인답게, 그는 전시에 맞춰 사진과 바다 시조 11편을 한데 엮은 사진집 ‘갯내음’(도서출판 거북골·3만 원)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