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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수·원균 주장에 장문포전 강행…시기 안 좋아 아군 피해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27> 갑오년(1594년) 9월 20일~10월 9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10-15 19:12:4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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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 전 점괘 놓고 해석도 분분
- 선봉이 적선 2척 무찌르자 도망
- 숨어서 안 나오던 흉악한 적들
- 급습으로 불 질러 우리 배 몰살
- 사도 군관에 그 죄 엄중히 처벌
- 패전 책임 공방 속 원균 패악함↑

9월20일[11월2일]

새벽바람이 그치지 않았고 비는 잠시 들었다. 홀로 앉아 간밤의 꿈을 기억해 보았다. 바다 가운데 있던 외딴섬이 떠서 달려오다가 내 눈앞에 와서 딱 멈춰 서는데, 그 소리가 우레 같아 사방에서는 모두들 놀라 달아나고, 나만 홀로 우뚝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을 지켜봤다. 참으로 장쾌한 꿈이다. 이것은 왜놈이 화친을 애걸하다가 스스로 멸망할 징조다. 또 내가 준마를 타고 천천히 자리를 떠나갔는데 이것은 임금의 진격 명령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장문포 전투의 예견인 듯함) 충청수사와 흥양이 왔다. 거제도 와서 보고 곧 돌아갔다. 체찰사(윤두수)의 공문에, 수군은 군량이 이어지도록 계속해서 조달하라 했고 또 연좌로 잡아 두었던 친족과 이웃은 석방해 보내라고 했다.

*** 이때의 도체찰사는 윤두수였고 그는 며칠 후 벌어질 장문포해전의 최고 지휘관이었다.
임진왜란 연표와 함께 해전 상황을 담은 지도가 아산 현충사에 전시돼 있다. 1594년 장문포 해전은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으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9월21일[11월3일] 맑음.

활터 정자에 나가 앉아 공문을 작성해 보내고 뒤이어 활을 쏘았다. 장흥, 순천, 충청수사와 종일 이야기했다. 저물녘에 여러 장수들로 하여금 뛰어넘기(超越:무인 선발 시험과목임)를 하게 하고, 또 군사들에게는 씨름을 겨루게 하였다. 밤이 깊어서야 끝났다.

9월22일[11월4일]

아침에 활터 정자에 앉았으니 우수사 및 장흥이 왔다. 경상우후가 와서 명령을 듣고서 갔다. 원수(권율)의 밀서가 왔는데, 27일에는 꼭 출동해야 하니(장문포전의 개시를 의미함) 미리 함선을 모으라고 했다.

9월23일[11월5일]

날은 맑았으나 바람이 사납다. 아침에 활터 정자에 올라가 공문을 결재해 보냈다. 경상수사 원균이 와서 군사기밀을 논의하고 갔다. 낙안과 본영의 군사 51명과 방답의 수군 45명을 점고했다. 고성 백성들이 연명하여 호소문을 올렸다. 진주의 강운을 처벌했고, 보성에서 잡아 온 소관 황천석은 엄히 추궁했다. 광주에 가두어 둔 창평현의 담당 아전 김의동은 처형하라는 군령을 내보냈다. 저녁에 충청수사와 마량첨사가 보러 왔다가 밤이 깊어서야 돌아갔다. 오후 8시경에 다시 복춘이 들어왔기에 사적 이야기를 나누고 닭이 운 뒤에야 돌아갔다.

9월24일[11월6일]

맑았으나 종일 바람이 크게 불었다. 아침에 대청에 앉아 공무를 보고 충청수사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오늘 더그레(號衣:세 자락 난 색깔 있는 겉옷)를 나누는데, 전라좌도는 누런 옷 9벌, 전라우도는 붉은 옷 10벌, 경상도에는 검은 옷 4벌 이었다.

9월25일[11월7일] 맑음.

바람도 좀 잤다. 첨지 김경로는 군사 70명을 거느리고 들어왔다. 저녁에 첨지 박종남도 군사 600명을 거느리고 들어왔다. 조붕도 들어 왔길래 같이 자면서 밤새 이야기했다.

9월26일[11월8일] 맑음.

새벽에 곽재우 김덕령 등이 견내량에 이르렀으므로 박춘양을 보내어 건너온 까닭을 물었더니, 수군과 합세하라는 원수(권율)의 명령이 있었다고 하였다.

※위 일기로 미루어 볼때 장문포전은 처음부터 군사간(육군과 수군 간) 사전에 원활한 연락이 잘 안 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9월27일[11월9일]

아침에 맑더니 저물녘에 잠깐 비가 왔다. 늦은 아침에 출항하여 포구로 나가자 여러 배들도 일제히 출발하여 적도(거제도 둔덕면 화도) 앞바다에 모두 모였다. 그러고 있으니 곽첨지(곽재우), 김충용(김덕령), 한별장(한명련), 주몽룡 등이 도착했다. 함께 군령에 따라 약속한 뒤에, 각각 원하는 곳으로 갈라 배치했다. 저녁에 충청병사 선거이가 배에 이르렀으므로 본영(전라좌수영)의 배를 타게 했다. 저물녘에 체찰사(윤두수)의 군관 이천문 임득이 이홍사 이충길 강중룡 최여해 한덕비 이안겸,박진남 등이 왔다. 밤에 잠시 비가 내렸다.

9월28일[11월10일] 흐림.

새벽에 촛불을 밝히고 홀로 앉아 적을 치는 일로 길흉을 점쳤더니 첫 점은 “활이 화살을 얻은 것과 같다”는 내용이고, 두 번째 점은 “산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바람이 순조롭지 못하였다. 장문포에 가까운 흉도 바다 가운데에 진을 치고 잤다.

※위 점괘를 길(吉)하다고 보는 견해와, 소득 없는 싸움이 되고 곧바로 높은 분들이 들고 일어서는 한탄을 부르는 불길(不吉)한 점괘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순신은 보통 때와는 달리 이 꿈에 대해선 아무 조짐도 적지 않았다.

9월29일[11월11일] 맑음.

출항하여 장문포 앞바다로 쳐들어가니, 적의 무리는 험준한 곳에 웅거하여 나오지 않았다. 누각을 높이 설치하고, 양쪽 봉우리에는 보루(지금의 장문포왜성과 송진포왜성)를 쌓고 있으면서 도무지 나와 항전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선봉이 적선 2척을 무찔렀더니, 그만 뭍으로 올라 도망가 버렸다. 빈 배들만 불태워 깨뜨리고 칠천량에서 밤을 지냈다.



갑오년(1594년) 10월

체찰사(윤두수)가 주로 원균의 말을 믿고 시작했던 장문포 싸움은 이순신이 예견한 대로 적기(適期)에 치른 전투가 아니어서 아군의 패전에 가까운 싸움이 되었다. 이 장문포 패전의 책임을 두고 조정과 체찰사 윤두수, 도원수 권율, 통제사 이순신, 경상수사 원균 간에 불신의 벽은 깊어지고 특히 원균의 패악스러움이 이후론 더욱 노골화된다.

10월1일[11월12일]

아침에 출발하여 다시 장문포에 이르렀다. 경상우수사와 전라우수사가 장문포 앞 바다를 막아주고 있기에 나는 충청수사 및 선봉의 여러 장수들과 함께 곧장 영등포로 공격해 들어갔다. 흉악한 적들은 바닷가에 배를 대어놓고는 한 놈도 나와서 항전하지 않았다. 한번도 교전하지 못한 채 날이 저물어 장문포 앞바다로 되돌아왔다. 사도의 2호선이 뭍에 배를 매려 할 즈음, 숨어있던 적의 정탐선이 갑자기 들어와 불을 던졌다. 불은 맹렬하게 치솟고 작은 배에 탄 군졸들은 모두가 죽임을 당하였다. 매우 분하고 가슴이 메어졌다. 우수사의 군관 및 경상우수사의 군관에게는 그들의 실수를 간단히 꾸짖었지만, 사도의 군관에게는 그 죄를 무겁게 다스렸다. 밤 10시경에 칠천량으로 돌아와서 밤을 지냈다.

10월2일[11월13일] 맑음.

오늘은 교전을 시도하지 않았다. 단지 선봉선 30척으로 하여금 장문포의 적정을 가서 보고만 오게 했다.

10월3일[11월14일] 맑음.

몸소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고 일찍이 장문포로 다시 가 종일 싸움을 부추겨도, 적의 무리는 두려워서 나와 대항하지 않았다. 날이 저물어 칠천량으로 되돌아와 밤을 지냈다.

10월4일[11월15일] 맑음.

곽재우, 김덕령 등과 약속하고서, 군사 수백 명을 뽑아 뭍으로 보내 산 위로 올라가 진을 치게 했다. 바다에선 선봉군을 먼저 장문포로 보내어 들락날락하면서 싸움을 걸게 하면서 나도 중군을 거느리고 나아갔다. 이렇게 수륙이 서로 호응하니, 적의 무리는 갈팡질팡하며 기세를 잃고 동으로, 혹은 서로 바삐 달아났다. 그런데 산으로 올라간 군사들은 적들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자 그만 뺑소니쳐 우루루 배로 내려왔다. 해질무렵 칠천량으로 다시 돌아와 진을 쳤다. 선전관 이계명이 표신(궐문을 드나들 때 지니는 신분증)과 임금이 내리는 교서를 가지고 왔다. 안에는 임금님이 하사하신 담비의 털가죽이 있었다.

10월5일[11월16일]

종일 바람이 세게 불었다. 칠천량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장계의 초고를 적었다.

10월6일[11월17일] 맑음.

일찍 선봉군으로 하여금 장문포 적의 소굴로 보내었더니 왜적이 패문을 땅에 꽂아 고지하는데, “일본은 명나라와 화친을 의논하고 있으니 서로 싸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왜놈 한 명이 칠천도 산기슭으로 와서 투항하고자 하므로 곤양군수가 잡아 배에 싣고 물어보니 바로 영등포에 있던 왜적이었다. 흉도로 진을 옮겼다.

10월7일[11월18일]

맑고 따뜻했다. 병사 선거이, 곽재우, 김덕령 등이 나갔다. 수군은 그대로 머무른 채 떠나지 않았다. 띠풀 183동을 베었다.

10월8일[11월19일]

맑고 바람조차 없다. 아침에 출발하여 또다시 장문포 적의 소굴에 이르니, 적들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군대의 위세만 보인 뒤에 흉도로 돌아왔다. 띠풀 260동을 베고 그대로 흉도를 떠나 한산도에 이르니, 밤은 벌써 자정이 되었다.

※이로서, 장문포전은 끝나는데, 이해 11월 17일부터 25일 사이에 장문포 싸움을 패전한 것으로 보고 그 책임 추궁에 관해 다음과 같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있다. “양사(兩司)가 도원수 권율과 통제사 이순신을 나국(체포하여 신문함)할 것과 전 도체찰사(윤두수)를 파직시킬 것을 잇달아 아뢰니 임금이 답하였다. ”도원수와 통제사는 이미 추고(따져 신문함)하였으니 나국할 수 없고, 체찰사는 대신이므로 파직시킬 수도 추고할 수도 없다.“

10월9일[11월20일] 맑음.

아침에 정자로 나가니 첨지 김경로, 첨지 박종남, 조방장 김응함, 조방장 한명련, 진주목사 배설, 김해부사 백사림이 모두 와 각각 돌아가겠다고 말하였다. 김첨지와 박첨지는 종일 활을 쏘았다. 박종남은 청방(廳房)에서 복춘과 함께 자고, 김경로는 배로 내려가 잤다. 남해현령, 진주목사, 김해부사, 하동현감, 사천현감, 고성현령이 하직하고 돌아갔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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