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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압도하는 미술? 바다를 사유하는 미술

2023 바다미술제 현장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10-16 19:07:1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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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19일까지 일광해수욕장
- 생존 근원이자 산업으로서 바다
- 다양한 재료와 아이디어로 표현
- 체험·참여 연계프로그램도 마련

바다를 향한 예술적 상상력이 가을의 부산 해변에 펼쳐진다.
2023바다미술제가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에서 펼쳐진다. 사진은 펠릭스 블룸의 ‘바다의 풍문’. 바다에 꽂은 대나무를 통해 바람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최승희 기자
2023바다미술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 (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가 지난 14일 막을 올렸다. 전시장은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이다. 20개국 31팀이 참가한 이번 전시는 그리스 출신의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Irini Papadimitriou)가 전시감독을 맡았다. 생존의 필수적 근원이자,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착취·의존하는 거대한 산업으로서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 시민과 함께 만드는 해양 미술제

게리 젝시 장의 ‘오션 브리핑’. 이원준 기자
지난 15일 일광해수욕장은 바다미술제 가이드맵을 들고 작품을 찾아 다니는 시민으로 활기가 돌았다. 시원한 바다 배경의 모래사장이 메인 전시장. 플라스틱 인공 바다정원을 만든 플라스틱 스튜디오1750의 ‘수생정원’, 해초 벽돌로 구조물을 쌓은 양자주의 ‘바다로부터’, 사연을 모스부호로 변환해 진주와 비즈로 그물을 만든 김덕희의 ‘메아리, 바다 가득히’ 등 10개의 작품이 설치됐다.

참여형 작품으로 시민의 발길을 끈 건 손몽주의 ‘일광 스윙’과 펠릭스 블룸의 ‘바다의 풍문’이다. 그네 형태의 ‘일광 스윙’은 색감이 화사하고 실제 탈 수도 있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샛노란 기둥은 바다에서 떠내려온 물건들로 만들었는데, 손을 대면 숨 쉬듯 부풀었다 잦아드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작품 ‘바다의 풍문’은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려준다. 바다에 꽂은 수백 개의 대나무가 피리 오케스트라. 바다 쪽으로 낸 다리를 따라 들어가면 파도와 바람이 연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다와 소리로 교감하는 작품이다.

■옛교회·공원 등 해변 곳곳이 전시장

야스아키 오니시의 ‘경계의 레이어’. 이원준 기자
일광천과 강송정 공원, 옛 일광교회 등 해수욕장 인근 다른 공간에서도 전시는 이어진다. 옛 일광교회는 무한나드 쇼노의 작품 ‘바다에서의 달콤한 허우적거림’만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됐다. 빈 예배당 앞쪽 조명등에서 창 너머 바다까지 향하는 빛을 팽팽하게 당긴 수천 가닥의 흰 실로 시각화했다. 교회라는 공간과 빛이 만들어내는 신성한 분위기가 바다로의 상상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만든다.

일광천과 동해 바다가 만나는 강송교 앞에는 물에 반쯤 잠긴 기와 지붕이 불안한 장면을 연출한다. 시마 누스라트의 ‘떠 있는 조각’이다. 일광천 옆 강송정 공원에는 무지개 색의 긴 터널을 낸 윤필남의 ‘심해의 명상’이 전시된다. 바다와 해양 생태계, 사람과의 공생관계를 깊이 생각해보는 사색의 통로다.

신당 옆 창고에서는 율리아 로만과 김가영의 ‘해조류 스튜디오’를 확인할 수 있다. 기장 다시마와 라탄 등 천연 소재로 만든 오브제와 살아있는 해조류를 기장 다시마와 연결된 지도와 함께 지역 사회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2023바다미술제 실험실’은 매니페스토를 포함한 많은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해수욕장 중간에 있는 하얀 건물에 실험실이 꾸려졌다. 해변 작품 ‘수생정원’을 거닐 물고기 모양의 종이 모자를 만들 수 있다. 이 모자는 다시 종이가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험실C의 출품작 ‘흙-탕-물’은 주변 개발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일광천을 들여다보고, 일광천의 현재를 질문한다. 인근 아이들과 흙탕물이 이는 일광 주변의 잊혀진 장소를 탐색하고, 회유성 어류를 그린 미니어처 연을 전시한다. 이 연은 바다미술제 해변에서 날릴 예정이다.

■시각적 즐거움보다 주제 성찰 집중

이번 바다미술제는 시각적 임팩트보다 주제에 대한 깊은 사유에 초점을 뒀다. 바다미술제 김성연 집행위원장이 “시간을 두고 공간을 모두 관람해야 바다미술제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바다미술제는 바다와 환경을 압도하거나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작품보다는 천천히 시간을 갖고 백사장과 마을 곳곳을 여행하면서 작품과 함께 이번 전시 주제를 함께 성찰하도록 구성했다”고 부연했다.

2023바다미술제는 다음 달 19일까지 37일 동안 휴일 없이 이어진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등 사전 예약은 모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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