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리뷰] 웅장한 에너지 보여준 ‘한국판 레미제라블’…연기·미술·음향 앙상블, 감동의 무대 펼쳐

뮤지컬 레미제라블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10-24 19:16:23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 드림씨어터서 내달 19일까지
- K라이선스 10주년 10년만의 감동

지난 22일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관람했다. 한마디로 그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한 장면.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의 격변기를 그린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창조됐다. 사진은 2015년 한국어 공연 당시 모습.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는 공연 책자에 쓴 인사말에서 “‘레미제라블 한국 라이선스’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대여정의 첫 도시이자 10년 만에 성사된 부산 공연을 드림씨어터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꼼꼼하고 자세하며 방대하고 다채롭다. 미국 출판사 펭귄그룹이 낸 1권짜리 무삭제 영문 번역본 페이퍼벡은 1463쪽이다. 한국어판 완역본은 대개 5, 6 권으로 이뤄졌다. 그 속에 전쟁사·역사·풍속·법·사회·사상·사랑·음모·배신·혁명이 다 들어 있다. 혀를 내두를 만큼 다양한 요소를 버무리고 충돌시키며 불세출의 휴먼 드라마, 혁명 이야기, 사랑의 시편을 빚어낸 빅토르 위고의 힘은 놀랍다.

원작에 이토록 많은 사건·인물·배경이 나오기 때문일까. 소설 ‘레미제라블’을 읽었을 때 뮤지컬 ‘레미제라블’보다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의 대립이 그렇게까지, 작품 전체를 ‘원톱’으로 압도할 만큼 선이 굵지는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방대한 이 소설 속에 자베르가 나오는 분량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1985년 런던에서 처음 선보인 뒤 40년 가까운 세월 세상을 집어삼켰다. 1995년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뮤지컬 ‘레미제라블’ 10주년 기념공연 영상을 담은 DVD는 이 뮤지컬이 세계를 휩쓴 매력과 괴력을 잘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이 DVD를 구매했다. 역대 최고 맞수가 아닐까 싶은 콤 윌킨슨(장발장)-필립 퀘스트(자베르)는 이 공연에서 구도를 장발장-자베르의 대결(Confrontation)로 단순하게 압축하며 작품에 극강의 흡인력, 최강의 예술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이 공연에서 필립 퀘스트가 부르는 ‘Stars‘(별), 콤 윌킨슨이 노래하는 ’Who Am I’(나는 누군가) 등은 정신성·숭고미·이념미를 느끼게 한다. 뮤지컬이 대중성을 유지하면서 한 단계 도약해 버리게 한다. 이 힘이 작품 전체를 장악한다.

그렇다면 한국 배우·오케스트라·제작진이 만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 이날 드림씨어터에서 본 공연은 바로 그런 힘과 특징을 무대에서 강렬하게 구현했다. 상세히 뜯어보지 않고 직감만으로도 탁월했던 의상·무대·음악을 접하며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이 캐머런 매킨토시가 이끄는 원천 뮤지컬과 무척 긴밀한 연계 속에 진행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한국어 공연만의 에너지와 개성을 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다.

큰 틀에서 보아, 걸판짐·대범함·거침없음 같은 특질을 이 공연에서 느꼈다. 테나르디에 부부(이날은 남편 임기홍, 아내 김영주)의 여관에서 펼치는 ‘이 집 주인장’(Master of the House) 장면부터 혁명의 바리케이드를 준비하며 청년·시민이 부르는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까지 큰 장면에서 출연진은 걸림 없이 대범하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이는 객석에 전해진다.

실은 이런 강한 에너지는 설렁설렁과는 정반대인, 치밀·촘촘·치열하게 빚은 앙상블에서 나온다. 흐트러짐 없는 앙상블이 공연을 지배했다. 총알이 객석으로 쓩쓩 날아들어 귓전을 스쳐 가는 듯한 음향이나 무대미술의 사실성·간결함도 기억에 선명하다.

장발장(최재림)과 자베르(김우형)는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대결과 추적은 ‘콤 윌킨슨-필립 퀘스트’ 버전과 비교하면 존재론이나 내면세계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기보다 선 굵게 극 전개의 구도를 잡아주는 인상을 받았다. 자베르의 ‘별’(Stars)이라는 노래를 필립 퀘스트가 종교적 숭고미까지 느껴지게 불렀고,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러셀 크로우는 다짐의 독백처럼 표현했다면 김우형은 우렁찬 느낌을 가미했다. 최재림은 끝까지 극의 중심을 잡는다. 관객이 좀 더 선명하게 내용을 느낄 구도가 그렇게 짜여 갔다. 에포닌(김수하)의 존재감이 매우 크고 선명했다. 이는 코제트(류인아)-마리우스(김경록)의 앙상블을 더 생기 있게 했다. 오는 11월 19일까지 공연(월요일 공연 없음)하며 관람료는 9만~18만 원이다. 이날 객석은 꽉 찼고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6. 6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7. 7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8. 8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9. 9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8. 8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 동구, 돔구장 유치 협의체 출범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6. 6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7. 7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8. 8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