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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항 왜인은 아군에 편입…조총 훈련시켜 적 토벌에 활용도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29> 갑오년(1594년) 11월 7일~28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10-29 19:13:18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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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에게 피해 끼친 역졸들 처벌
- 견내량 넘어 조업한 어부엔 곤장
- 부하장수 잘못 꾸짖는 꿈 꾸기도

- 진영서 홀로 아버님 제사 치르고
- 편지 통해 가정사도 꼼꼼히 살펴

11월7일[12월18일]

저녁나절에 개었다. 아침에 대청에 나가 항왜(항복한 왜인) 17명을 남해로 보냈다. 금갑도만호 사도첨사 여도만호 영등포만호가 함께 왔다. 첨지 신호는 원수(권율)에게서 돌아와 보고하기를, 원수가 자기를 수군 진영(여수 본영)에 머물러 있으라고 하였다 한다.

※당시 항복한 왜인들은 각 부대로 보내 군역을 보조케 했다. 항왜의 수가 많아지자 남해현에 이들을 수용하는 곳을 만들고 남해현령이 수용 책임을 졌다.
경남 통영 삼봉산 정상에서 본 견내량 일대 조망. 갑오년 11월 12일 일기를 보면 전쟁 중에도 견내량 일원은 조선 백성에게는 여전히 생활의 바다이기도 했다. 국제신문 DB
11월8일[12월19일]

새벽에 잠깐 비가 뿌리더니 저녁나절에 개었다. 배 만들 목재를 운반하여 왔다. 새벽 꿈에 영의정(류성룡)은 대신 같지 않은 이상한 모습을 하고, 나도 거기 맞춰 갓을 벗어버린 모습을 하여, 함께 민종각의 집으로 가 이야기하다가 깼다. 이게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11월9일[12월20일]

날은 맑았으나 바람은 고르지 못했다.

11월10일[12월21일] 맑음.

아침에 이희남이 들어왔다. 장조카 뇌도 본영에 왔다고 한다.

***이순신은 한산도로 진영을 옮겼지만 전투병력만 여수를 떠났고 전라좌수군의 행정병력은 대부분 본영인 여수에 머물며 5관5포의 각종 인사 및 군수보급 등 행정을 담당했다, 그래서 아들들과 조카들은 고음내의 피란 집과 본영 및 한산도를 오가며 이순신의 일을 도왔다.



11월11일[12월22일]

동지다. 새벽에 망궐례를 올리고 군사들에게는 팥죽을 먹였다. 우우후와 정담수가 와서 보고 갔다.

11월12일[12월23일] 맑음.

일찍 대청으로 나가, 순천의 담당 아전 정승서와 백성에게 폐해를 끼친 남원 역졸을 처벌했다. 신호 첨지와는 작별의 술잔을 나누었다. 또 견내량 방어선을 넘어가 고기잡이를 한 어부 24명을 잡아다 곤장을 쳤다.

*** 명과 왜가 강화교섭을 한다는 이유로 전쟁은 1593년부터 4년 가까이 휴전상태로 들어간다. 이때 왜적은 거제와 웅포를 경계선으로 하여 부산을 지키고 이순신은 견내량을 경계로 하여 서쪽 남해와 서해를 지켰기 때문에 그 사이의 바다는 일종의 완충 해역이 되었다. 위 일기에서 어부들을 처벌한 것은 그들이 함부로 위험지역인 완충 해역에 무단 출입했기 때문이다.



11월13일[12월24일] 맑음.

바람이 차차 자니 날씨도 따뜻했다. 신 첨지와 아들 회가 이희남 김숙현과 함께 본영으로 갔다. 종 한경에게 큰아들 회의 장인 될 은진의 김정휘 집에 다녀오도록 일렀다. 장계도 보냈다. 원수 명을 받고 방어사 군관이 투항해 온 왜인 14명을 데리고 왔다. 저녁에 윤련이 자기 누이의 편지를 가지고 왔는데 주책없이 하는 말이 많아 우스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세 아이를 버려야 하는데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어디에 보내 주어야 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은 아버님 제삿날이라 오늘부터 나가지를 않았다. 밤에 달빛이 대낮 같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조선의 제례(祭禮)풍속에 의하면, 제주(祭主)는 부모의 제사가 돌아오기 2, 3일 전부터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초상난 집이나 궂은 곳을 가지않고 바깥출입을 삼갔다 한다.



11월14일[12월25일] 맑음.

우병사(김응서)의 분부로 그의 군관이 투항해 온 왜인 7명을 압송해 왔길래 곧바로 남해현으로 보냈다. 이 감이 남해로부터 복귀했다.

11월15일[12월26일]

따뜻하기가 봄날 같았다. 동짓달 날씨가 봄 날씨로 계절이 뒤바뀐 것인가. 음양 조화가 질서를 잃은 모양이니 그야말로 재변이다. 오늘은 아버님의 제삿날이므로 나가지 않고 홀로 방에 앉았으니 슬픈 회포를 어찌 다 말하랴! 저물어 탐후선이 들어왔다. 순천의 교생(校生, 유생)이 교서 사본을 가져왔다. 또 아들 울의 편지를 보니 어머님의 체후가 예전처럼 평안하시다고 하니, 다행 또 다행이다. 상주 사는 사촌 누이의 아들 윤엽이 본영에 와서 제 어머니의 편지와 자신의 편지를 함께 보냈는데, 읽어 보니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영의정의 편지도 왔다.

11월16일[12월27일] 맑음.

바람기가 제법 쌀쌀하다. 대청에 앉아 있으니 우우후, 여도만호, 회령포만호, 사도첨사, 녹도만호, 금갑도만호, 영등포만호, 전 어란진만호 정담수 등이 와서 보고 돌아갔다. 저물어서는 날씨가 도로 따뜻해졌다.

11월17일[12월28일]

날은 맑고 따뜻한데 서리가 눈처럼 쌓였으니 이것은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늦게 산들바람이 일기 시작하여 하루 종일 불었다. 밤 10시쯤 조카 뇌와 아들 울이 들어왔다. 자정쯤 광풍이 세게 불었다.

11월18일[12월29일] 맑음.

사나운 바람이 저녁까지 불었고 밤이 새도록 이어졌다.

11월19일[12월30일] 맑음.

큰바람이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다.

11월20일[12월31일] 맑음.

아침에야 바람이 잤다. 대청에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상수사가 와서 만나고 돌아갔다. 늦게 다시 큰 바람이 일어 밤새 불었다.

11월21일[1월1일] 맑음.

아침에 바람이 잔잔해졌다. 조카 뇌가 나가고 이설이 포폄하는(관하 인원의 사업에 대한 잘잘못을 평가하는) 장계를 가지고 갔다. 종 금선, 우년, 이향, 수석, 행보 등도 나갔다. 김교성과 신경황이 나가고 남도포만호와 녹도만호도 나갔다.

11월22일[1월2일] 맑음.

회령포만호가 나갔다. 날씨가 매우 따뜻했다. 우우후와 정담수가 와서 만났다. 활 5, 6순을 쏘았다. 항왜가 그들의 옷감으로 쓸 무명 10필을 가져갔다.

11월23일[1월3일]

맑고 따뜻했다. 흥양 군량과 순천의 군량을 추가로 받아들였다. 저녁때 이경복이 그 소실과 함께 들어왔다. 들으니 순변사(이일)가 대간의 공박을 받았다고 한다.

*** 당시 순변사 이일이 호남 지역에 많은 도적이 일어났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위로부터 업무 태만을 지적받은 것을 두고 한 말 같다.(선조실록 11월)



11월24일[1월4일] 맑음.

날이 따뜻하여 화창한 봄날 같았다. 대청으로 나가서 공문을 처결해 보냈다.

11월25일[1월5일] 흐림.

새벽 꿈에 이일(순변사)과 만나 내가 다음과 같이 나무라 주었다. “나라가 위급한 이즈음. 몸에 무거운 책임을 맡은 자로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음탕한 계집을 끼고 돌아다니면서 관사에는 들어가지 않고 성 밖 여염집에 몰래 살고 있어서 남의 비웃음을 받으니, 대체 그 체모가 무엇인가. 또 수군 각 고을과 포구에 배정된 병기를 육군에서 빼가기에 겨를이 없으니, 이 또한 무슨 경우인가”라 꾸짖으니 순변사가 말이 막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품하고 기지개 켜다 깨어나니 한바탕 꿈이었다. 아침 식후에 대청에 앉아 공문을 처결하여 나누어 주었다. 조금 있으니 우우후와 금갑도만호가 와서 함께 피리 소리를 듣다가 저물어서 돌아갔다. 흥양(고흥)의 총통 만드는 아전들이 여기로 와서 회계를 마치고 돌아갔다.

※위 일기를 보면 이순신이 과연 그같은 꿈을 꾼 것인지 실제가 그러했는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마치 꿈은 대충 꾸어놓고 일기를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을 조리있게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10월 14일 일기에서도 그는 꿈을 의도한 대로 꾸며 또 깨어서 일상사를 하듯이 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원균과 함께 이일도 제대로 된 장수로 여기지 않았으므로 평소부터 그를 야단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어떻게 꿈에서 이렇게 조리 있게 이일을 꾸짖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참 기이하게 꿈을 꾸는 장수다.



11월26일[1월6일]

오늘이 소한인데 날씨는 맑고 따뜻했다. 방에 들어앉아 공무를 보지 않았다. 이날 메주 10섬을 쑤었다.

11월27일[1월7일] 맑음.

식후 대청에 나가 앉아 (사격수를 확보하려고) 좌도·우도로 갈라보내 놓은 항왜들을 모조리 불러오게 하여 조총 쏘는 연습을 시켰다. 우우후 거제현령 사도첨사 여도만호가 모두들 와서 봤다.

※전쟁이 길어지자 적은 우리 백성을 잡아 그들의 앞잡이로 썼고, 우리는 항복한 왜인들을 적 토벌에 활용했다.



11월28일[1월8일] 맑음.

-11월 29일부터 12월 30일까지는 일기가 빠지고 없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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