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메기 겨울 한 철
후루룩 속을 풀던
스치는 비린 바람
아버지 그려본다
한소끔 끓어오르는
그리움도 한 그릇
시원하고 깔끔한 물메기탕은 겨울철 별미 중 별미다. 부드럽고 담백한 맛은 은연중 물메기탕 식당을 찾게 만드는 끌림으로 작용한다. 그런 맛 속에는 항상 아버지가 맴돈다. 시원시원하고 깔끔한 외모와 복장, 담백한 성격까지 모두 아버지의 단상과 통한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의 아버지는 ‘딸바보’라고 불린다. 아들에겐 엄하지만, 딸에겐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던 그런 아버지를 뜻한다. 어쩌면 유년 시절 아버지와 함께 물메기탕을 특식으로 자주 먹었거나, 아버지가 즐겨 찾던 음식이 물메기탕일지도 모를 일이다.
‘한소끔 끓어오르는/ 그리움도 한 그릇’이란 표현은 참으로 보기 힘든 압권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운 딸의 마음을 이리도 감칠맛 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존재적 자기인식의 발로에서 생성된 아름다운 미학이 담겨 있다. 내 인생의 잊지 못할 ‘물메기탕’의 비린 바람이 나를 일깨우는 에피퍼니(Epiphany·나타남, 현현)였으리라. 이행숙 시인은 섬세한 감각으로 유려한 시적 보폭을 선보이면서, 선명한 바람결로 덧칠한 수채화 한 폭을 수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