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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27> 경북 돼지 간바지

육향 진한 살코기, 쫄깃함의 신세계…이거 돼지고기 맞아?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11-28 19:41:5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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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 간 받치고 있는 특수부위
- 경북 도축장 인근서 즐겨 먹어
- 마리당 생산량 겨우 300~500g
- 육즙도 풍부해 씹을수록 고소

- 포항선 양념 없이 생고기 굽고
- 경주선 매콤한 청양고추 듬뿍
- 서울은 ‘갈매기살’ 이름도 달라

경북 경주나 포항 시내를 다니다 보면 ‘○○ 간바지’라는 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간바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일상적 단어인 듯한데 일단의 외지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바짝 당기는 이름일 듯싶다.

오래전 김해의 한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함께한 선배가 경북의 어느 신문사로 옮겨 갔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그가 사는 경주 안강의 집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이때 술상 중앙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던 안주가 간바지였다.

그 선배가 설명하기를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겨우 한 근 정도 나오는 아주 귀한 부위”라는 것이다. 붉은 살코기 부위였는데 그 맛이 부드러우면서 고소하고, 쫀득하면서 감칠맛이 풍부해 돼지고기 맛의 신세계를 만난 듯했다. 선배의 말로는 간을 받치고 있는 부위라 안강에서는 간바지살이라 부른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이름이야 어떻고 간에 오랜만의 맛있고 푸진 고기 안주에 밤새 폭음을 한 기억이 새삼스럽다.

■돼지 간 받치고 있어 ‘간받이’

숯불에서 익힌 간바지살 한 점 젓가락으로 집어 드니, 침이 고인다.
이 간바지는 돼지 간을 받치고 있는 부위라는 ‘간받이’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돼지 한 마리에서 300~500g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로, 육질이 탄탄하고 쫄깃하여 마치 소고기를 씹는 것 같은 식감이 특징이다.

경기도 성남을 비롯해 서울 마포지역에서는 이 부위가 갈매기살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갈매기살은 원래 돼지의 횡격막(橫膈膜)과 간 사이에 붙어 있는 고기의 부위로, 간을 막고 있다고 해서 ‘간막이살’이라 불렀다.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다고 해서 ‘가로막살’이라 부르기도 한다.

갈매기살의 어원은 이 가로막살이 ‘가로막이살’ ‘가로맥이살’이 되고, 지금의 ‘갈매기살’로 음운변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때 정형화된 부위가 아닌 부속 고기였기에, 값싸고 양이 푸짐해 서민의 배를 불리는 고기이기도 했다. 이것이 ‘갈매기살’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유통되면서 공식적인 돼지고기의 한 부위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북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이 갈매기살을 간바지라고 부르며 즐기고 있다. 부산에서 돼지갈비를 먹듯, 요즘도 서민을 중심으로 이 간바지 고기를 자주 찾는다는 것이다. 특히 경주 안강이 자연발생적으로 이 간바지가 유명했다고 한다.

■귀한 특수부위

간바지살을 넣은 된장국.
안강에는 오래전부터 우시장이 있어 가축들의 거래가 많았다. 이 우시장을 오가는 사람이 몇몇 모여 막걸리 한 잔 추렴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이때 연탄불에 석쇠로 지글지글 구운 간바지살이 등장한다. 간바지살은 육향 진한 살코기 부위이기에 육즙 풍부하고 식감이 좋아 늘 인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포항 형산강 뱃머리에도 한때 도축장이 있었다. 이곳에서도 많은 양의 고기가 유통됐고, 그 주변으로는 신선한 고기를 받아 음식을 제공하던 식당이 스무여 곳 밀집해 있었다. 이곳에 포항의 고기 좀 먹어본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비교적 싸면서도 양질의 특수부위나 부속 고기를 주로 취급했는데,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소고기 부위를,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은 이 간바지를 즐겨 먹었단다. 도축장이 이전한 지금까지도 포항 사람들은 그때 먹던 간바지 고기 맛을 못 잊어 포항 곳곳에 간바지 식당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이 간바지는 고기를 정형하는 데 많은 시간과 기술, 노동력이 들어간다. 간바지 부위가 간을 받치고 있는 질긴 막과 기름진 지방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선 지방질을 능숙한 칼질로 걷어내고 근막을 깨끗하게 제거해야 한다. 그러면 길이 20~25㎝ 폭 3㎝ 정도의 간바지살이 드러난다.

사람 손 한 뼘 길이의 빨간 살코기인 간바지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삐지듯 포를 뜨면, 식당에서 내는 가장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간바지살이 장만된다. 이를 생으로 구워 먹기도 하고 양념에 재워 먹기도 하는 것이다.

■서민 곁 지키던 착한 음식

돼지 한 마리에서 소량만 나온다는 간바지살.
간바지살은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만큼 그 맛도 차이가 있다. 하긴 ‘간바지살’과 ‘갈매기살’이란 이름에서 보듯이 어떻게 맛이 같으랴. 그만큼 지역에서 부르는 음식 이름의 특징만큼 장만법, 조리법, 양념 또한 다를 터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겠다.

예를 들자면 서울 마포의 갈매기살은 달곰한 양념에 잰 갈매기살과 더불어 불판에 달걀물을 부어 계란찜과 함께 먹을 수 있게 했고, 경주 간바지살은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매콤한 맛을 살렸다. 포항 간바지는 신선한 생고기만으로 그 맛을 낸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다른 고기에 비해 싸면서도 그 양을 넉넉하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동자나 서민이 주로 먹으며 그들 삶의 곤고함을 위로받곤 했던 것이다.

돼지 특수부위, 간바지. 일명 갈매기살은 한때 소고기를 대신해서 먹던 대체 음식이었고, 일반인은 즐겨하지 않았던 부속 부위의 고기였다. 이 때문에 서민이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그 곁을 지켜주고, 그들을 다독여주었던 참 착한 음식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온다. 따뜻한 온기가 그리운 계절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따뜻한 숯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간바지살 몇 점 석쇠에 노릇노릇 구워가며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도 참 좋은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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