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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80> 동삼동패총 출토 대형 빗살무늬토기

신석기 혁명과도 같은 그릇…생선뼈 문양으로 풍요 기원

  • 임수진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12-04 19:12:05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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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석기시대의 가장 대표 유적인 동삼동패총(부산 영도구)에서 출토된 중요 유물들이 동삼동패총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다. 조개가면부터 흑요석, 사슴무늬토기, 조개팔찌 등 다양한 유물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이 전시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대형 빗살무늬토기이다.

대형 빗살무늬 토기. 부산박물관 제공
토기의 아가리부터 바닥까지 여러 개의 잔존편들을 조합하여 복원한 것으로 남해안지역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이러한 대형토기(복원지름 68㎝, 높이 50㎝)는 매우 드물기에 이목을 끈다. 해안가 모래나 땅에 고정시켜 사용하기 용이하도록 밑이 뾰족하고 위로 갈수록 너비가 넓어지는 바리의 형태이다. 잔존 상태가 양호하여 각 부위별 문양도 정확히 알 수 있다. 아가리에는 단사선문, 몸통에는 어골문, 바닥에는 방사선문이 그려진 남해안 신석기시대의 전형적인 토기이다.

이 토기는 취사용 혹은 저장용으로 쓰였을 것이다. 신석기시대 토기의 발명으로 끓여 먹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식생활에 큰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곡식과 열매, 고기 등을 저장하고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토기는 신석기인들에게 혁명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토기는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해진다. 기본적으로 토기 제작은 바닥부터 만드는 정치(定置)성형과 거꾸로 아가리부터 만드는 도치(倒置)성형이 있다. 이렇게 크고 바닥이 뾰족한 토기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바닥부터 만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가리부터 점토를 점점 쌓아 올려 만들었거나 부분을 따로 제작하여 접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도치성형으로 만든 토기는 입술 끝부분이 편평하고, 토기 무게에 의해 주위의 점토가 밀려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모양은 갖췄으니 꾸며볼 차례다. 문양 중 특히 아가리부분의 단사선문은 토기를 세워놓고 시문하는 것이 빠르고 정교할 것이다. 따라서 토기를 똑바로 세울 수 있을 때, 즉 어느 정도 건조시킨 뒤 시문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적당히 건조되어야 더 뚜렷하고 깔끔하게 문양이 새겨진다.

마지막으로 불에 굽는 소성(燒成) 단계를 거쳐야 한다. 토기로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단계이다. 토기 두께가 1㎝가 족히 넘는 이런 대형토기를, 밀폐된 가마가 아닌 개방된 야외에서 굽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아니 굉장히 어렵다. 현재도 그 당시 소성 과정을 재현하는 연구가 이뤄지며, 야외 소성 실험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굽기 전 건조 시간, 흙의 상태, 불의 온도 등 다양하고 미묘한 조건이 잘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중에 깨지고, 터지고, 그을음이 잔뜩 묻고, 좁고 깊은 바닥 속은 제대로 굽히지 않게 된다. 이처럼 신석기시대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놀라운 결과물이 나온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원시’라는 단어를 ‘미개한’의 의미로 써도 되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이런 과정을 떠올리며 전시된 토기를 보고 있으면 크기도 하지만 빈 곳 없이 빽빽하게 그려진 문양으로 시선이 간다. 굉장히 공을 들인 것이다. 특히 몸통에 그려진 어골문, 즉 생선뼈 문양은 신석기인의 풍요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된다. 시기가 지날수록 점점 토기 문양이 사라지는데 이는 농경 등으로 생업 범위가 확장되면서 어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탓일까. 할 일이 많아져, 바빠서 문양을 새길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관람객의 말처럼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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