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잊고 지냈던 나림 선생과의 재회…깊고 넓은 숲의 울림이 찾아왔다

이병주문학콘서트 후기

박하 시인

  • 박하 시인
  •  |   입력 : 2023-12-05 18:53:19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눈뜬장님이 눈 뜨는 길/ 제 멋대로 도道 닦는 길/ 길을 잃어도 춤추고 싶은 길// 새살 돋고 허물 벗는 길/ 벽과 금기를 부숴 버리는 길/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르는 길 (중략) 마침내 저승길까지 꽃등불 환히 켜는 길’ (졸시, ‘책 속의 길’ 일부, 시집 ‘하늘나무’ 2009)
지난 1일 열린 국제신문 주최 ‘나림 이병주 문학 콘서트’ 모습. 이원준 기자
지난 1일 금요일 저녁, 제2회 나림 이병주문학 콘서트에 다녀왔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나림 선생과 재회한 기분이었다. 가슴 속에 절로 떠오른 게 위 졸시이다. 이병주 작가의 호 ‘나림(那林)’은 ‘어떤 숲’이란 뜻이다. 하지만 그 숲이 내겐 아주 깊고도 넓게 느껴질 뿐, 여전히 그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그 숲으로 통하는 수십 갈래 길 중에 어떤 길이든지 간에 좋다. 한번 들어 서기만 하면, 눈뜬장님이 눈을 뜨고, 제멋대로 도를 닦고, 때로는 길을 잃어도 겁나는 게 아니라, 춤추고 싶은 길이다. 물론 필자뿐만 아니라, 나림의 마니아도 같은 느낌이리라. 그날 저녁, 2시간 남짓 문학콘서트 내내 아주 흐뭇했다. 마치 먼지 폴폴 나던 내 마음밭에 흥건하게 단비가 내린 기분이랄까. 수 년 전 하동 이병주문학관에 처음 들렀을 때의 감동보다 갑절 이상이었다.

문학콘서트는 시종일관 흐뭇한 시간이었다. 마치 나림 문하 제자 넷이 의기투합하여 함께 콘서트를 진행하는 느낌이었다. 사회자는 나림 품에서 응석을 부리는 듯한 조봉권 국제신문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 ‘나림 문학 속 아나키즘’을 발제한 조광수 전 한국아나키즘학회 회장의 통찰은 빛났다. 이 주제와 관련해 지난해 국제신문에 조 전 회장이 ‘나림 문학과 아나키즘’을 연재할 당시 밑줄 쳐둔 문장이 있다. “흔히 나림의 ‘지리산’과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비교한다. 나는 두 가지 이유로 아예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선, 두 작가의 공력 차이다.…” 이 대목에 무릎을 쳤기에 그의 발제는 더 반가웠다. 두 번째 발제인 하태영 교수의 나림 선생과의 가상 문답은 또 얼마나 재기발랄했던가. 두 시간이 금세 지나고 말았다.

다만 참가자들 중 40대 이하 젊은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던 점은 못내 아쉬웠다. 웅숭깊은 나림의 세계관, 장자 맹자와도 맞짱 뜨는 내공은 AI시대에도 유효하다. 얼마든지 확산 가능하고 반향도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만 문자보다 영상에 더 친숙한 MZ세대를 위해 문학콘서트 기법의 변화도 시도하기를 제안하는 바이다.

‘나림(那林)’은 과연 ‘어떤 숲’일까? 그 숲이 대숲인지, 솔숲인지, 아니면 잡목 숲인지, 아마존 정글 같은 숲인지 여전히 나는 모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에 참가한 뒤, 절절히 깨달은 사실은 지금이야말로 나림의 세계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만약 나림 선생이 하늘에서 지금의 시국을 보신다면, 어떠실까? 편 가르기와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을 향해 환청처럼 들려오는 소리! 그 소리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어떤 주의를 가지는 것도 좋고 어떤 사상을 가지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주의, 그 사상이 남을 강요하고, 남의 행복을 짓밟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을 보다 인간답게 하는 힘으로 되는 것이라야만 한다.” (이병주 ‘삐에로와 국화’ 중)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7. 7"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8. 8“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7. 7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