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14> 최초 세계일주 빅토리아호

스페인 마젤란 ‘향신료 원정대’…범선 5척 중 1척 3년만의 귀환

  • 김종호 국립해양박물관 교육문화팀 연구원
  •  |   입력 : 2023-12-06 18:40:18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519년 9월 20일, 5척의 함대가 에스파냐의 카디스를 출발했다. 원정대장은 ‘마젤란’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포르투갈인 ‘페르낭 드 마갈량이스’였다. 이들 원정대의 목표는 향료제도(지금의 인도네시아 동부 말라카 제도 인근)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빅토리아호 모형.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원정대가 떠난 후 3년이 지난 1522년 9월 6일, 누더기가 된 배 한 척이 카디스로 돌아왔다. 이 배가 바로 최초로 세계를 일주한 빅토리아호다.

그러나 귀환한 빅토리아호에 마젤란은 없었다. 마젤란은 원정 도중인 1521년 4월, 지금의 필리핀 세부에서 전투 중 사망했기 때문이다. 마젤란이 사망한 직후 문제가 발생했다. 원정대에는 ‘말라카의 엔리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향료제도 출신으로 마젤란의 노예였고, 동시에 유능한 통역사였다. 엔리케를 아꼈던 마젤란은 본인의 유고 시 엔리케를 자유인으로 해방할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원정대는 엔리케의 능력이 필요했기에, 마젤란의 유언을 무시했다. 불만을 품은 엔리케는 배신을 계획했다. 엔리케의 주선으로 세부섬의 지도자가 원정대의 간부급 27명을 초대하는 연회가 열렸다. 얼마 후 연회에 참석한 모두가 살해당했고, 배를 지키던 사람들은 황급히 세부에서 탈출했다.

카디스를 떠날 때 277명이던 원정대원의 숫자는 115명뿐이었으며, 5척이던 함대는 2척만 남았다. 남은 2척의 배도 거의 5개월을 길을 잃고 헤매다 1521년 11월 8일 마침내 목적지인 향료제도의 ‘티도레’에 도착했다.

원정대는 티도레에서 염원하던 육두구와 정향, 그리고 계피를 구매할 수 있었다. 원정대는 기쁜 마음에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향신료를 실었다. 귀향의 날, 닻을 올리자마자 한 척의 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수리가 필요했다.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했던 한 척, 빅토리아만 먼저 귀향길에 올랐다.

귀향길도 녹록지 않았다. 배에 적재된 식량은 ‘쌀’밖에 없었다. 식수를 아끼고자 바닷물로 쌀을 끓여 먹는 상황에서 굶어 죽은 사람만 20명이었다. 쌀마저도 바닥나 포르투갈의 보급항인 카보베르데에 정박했을 땐, 향신료를 운반한다는 사실을 들켜 고초를 겪었다. 빅토리아호는 인질로 잡힌 13명의 선원을 남겨두고 26t의 향신료와 함께 필사의 탈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년 만에 카디스로 돌아온 빅토리아호에 남은 사람은 단 21명뿐이었다. 훗날 ‘최초의 세계일주’라고 불리는 원정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빅토리아호의 세계일주로 유럽인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면 날짜가 바뀐다는 것, 훗날 태평양이라 불릴 거대한 바다가 있다는 것, 그리고 세계가 바다로 이어져 있어 어디든 배를 타고 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드디어 전 세계가 바다로 연결되었고,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가 시작되었다. 이것이 바로 빅토리아호가 국립해양박물관에 전시된 이유일 것이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3. 3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4. 4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5. 5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6. 6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7. 7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8. 8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9. 9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10. 10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3. 3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4. 4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5. 5장외로 나간 국힘 “李, 본인 사건 특검 임명…끌어내려야”(종합)
  6. 6“주민자치회 활성 위해 獨·스코틀랜드와 같이 정책반영 기반 필요”
  7. 7與 “내란잔당 국힘 후안무치…탄핵 거론 제정신 아냐”
  8. 8국힘 “이용철, 대장동 숨은 설계자” 민주 “법조 베테랑…법무장관 적격”
  9. 9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10. 10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1. 1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2. 2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3. 3HUG 10개월 만에 또 수장 공백…당분간 대행체제 불가피
  4. 4외국인, 올해 1~9월 부산서 카드 1조원 넘게 썼다(종합)
  5. 5정지선 훠궈, 전주 명물 칼국수…롯데百 맛집에 외국인도 줄선다
  6. 6국산화·지역 상생 앞세워 해상풍력 박차
  7. 7신세계 센텀 ‘라이다’ 팝업 오픈
  8. 8해군·해병대 AX 거점, 부산에 ‘둥지’
  9. 9‘블루 쓰나미’ 충격 여전…美기술주 반등에도 코스피 안갯속(종합)
  10. 10폭락장 반대매매 막아라…신용융자 담보비율 의무 면제(종합)
  1. 1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2. 2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3. 3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4. 4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5. 5[한 손 뉴스] 기장 문오성마을 어르신들, 트롯그룹 결성 자작곡 발매
  6. 6부울경 비 내리며 기온 뚝(종합)
  7. 7고령면허 자진반납땐 최대 30만 원…7534명 ‘응답’
  8. 8광안동 인도 돌진 벤츠 운전자 2심 법정구속
  9. 9탐방 허용-자연보전 통제 ‘절묘한 균형’…100년 지킨 원칙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9일
  1. 1“국제신문 골프대회, 아마추어 골프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되길”
  2. 2남자부 A조 어정우 씨 “뜻밖의 우승…양산과의 인연 감격”
  3. 3가을이 물든 필드…아마골퍼 300여 명 ‘열정·화합의 샷’
  4. 4여자부 우승자 황은경 씨 “매번 새로워…건강하게 오래 즐기고파”
  5. 5남자부 B조 홍정삼 씨 “퍼트 감각 빛나…목표는 A부 우승”
  6. 6삼성,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통산 9번째 우승
  7. 7‘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8. 8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9. 9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10. 10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재일동포들 고국 그리며 전승한 예술, 부산서 원없이 펼쳤다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변대용-The Flowers’ Stroll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9일 (음 10월 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다고 읊은 당나라 두목의 시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