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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 실수로 대청·수루 불 타…재건공사에 투항왜인 투입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38> 을미년(1595년) 9월 7일~10월 9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12-31 18:55:4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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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진영 열흘 남짓 공사로 복원
- 현재 건물들은 박정희 때 재건축

- 돌아가는 충청수사 등과 이별주
- 포로였던 백성에 적 정세 수집도

하늘에서 본 한산도 제승당 전경. 1595년 9월 7일~10월 9일까지 일기에서는 한산도와 관련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한산도 군진에 불이 나 큰 피해를 보자 수리 공사도 한다. 통영시 제공
9월7일[10월9일] 맑음.

식후에 경상수사가 왔다. 충청도 병영의 배와 서산, 보령의 배들을 내어 보냈다.

9월8일[10월10일] 맑음.

나라 제삿날(세조의 제사)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식후에 아들 회와 송덕일이 같은 배로 나갔다. 충청수사와 두 조방장이 와서 이야기했다.

9월9일[10월11일] 맑음

우수사 및 여러 장수들이 모두 모였으며, 영내의 군사들에게 한 섬어치 떡을 해 나누어 주고, 초저녁에 헤어졌다.(이날이 중양절이라 군사들에게 떡을 해 먹였던 것 같다.)

9월10일[10월12일] 맑음.

오후에 충청수사 및 두 조방장과 함께 우수사에게로 가서 같이 이야기하고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9월11일[10월13일] 흐림.

몸이 몹시 불편하여 공무를 보지 못했다.

9월12일[10월14일] 흐림.

충청수사 및 두 조방장을 청해다가 같이 아침밥을 먹고 늦게 헤어졌다. 저녁에 경상수사와 우후 및 정항이 술을 가지고 와서 같이 이야기하다가 밤이 깊어서야 돌아갔다.

9월13일[10월15일] 맑음.

수루에 기대어 혼자 앉았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9월14일[10월16일] 맑음.

떠나는 충청수사(선거이)와 두 조방장(신호, 박종남)을 청해 함께 아침밥을 먹었다. 늦게 나가 공무를 봤다. 우수사(이억기), 경상우수사(권준)도 함께 와서 이별주를 같이 나누고 밤이 깊어서야 헤어졌다. 수사 선거이와 작별하며 시 한 수를 지어주었다.

(한문 원문을 먼저 소개하고 이어 이은상의 번역과 홍기문의 번역을 순차로 제시한다.)

北去同勤苦(북거동근고)/南來共死生(남래공사생)/一杯今夜月(일배금야월)/明日別離情 명일별리정)

(이은상 역) 북쪽에 갔을 때 같이 일했고/남쪽에서 죽고 삶을 같이 하더니/오늘 밤 이 달 아래 잔을 나누면/내일은 우리 서로 떠나겠구려

(홍기문 역) 북에서 서로 만나 고생을 함께하고/남으로 내려와서 생사를 같이 했네/오늘밤 달빛아래 술 한잔 잡읍시다/밝은 날 떠나간 후 그리움 어이 하리



9월15일[10월17일] 맑음.

수사 선거이가 와서 작별을 고했다. 다시 한번 이별의 잔을 들고 헤어졌다.

*한산도로 와 함께 지내던 이억기가 충청본영으로(당시 보령에 충청수영이 있었음) 다시 돌아가게 되어 석별의 정을 나눈 것임. 이억기가 한산도로 올 당시 충청도 전함 2척만 끌고 와 이순신이 약간 실망했던 기록(5월18일 일기 참조)이 있었던 것으로 봐서 경상수군이나 충청수군은 삼도수군의 주력부대는 못 되었다고 보인다. 조선 수군의 주력 부대는 말할 필요도 없이 전라수군이었으니 충청수사가 한산도를 떠났다 해서 이순신 함대의 전력에 큰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9월16일[10월18일] 맑음.

나가 공무를 봤다. 장계를 직접 봉하였다. 저물 무렵 월식이 있었는데 밤이 깊어서야 밝아졌다.

9월17일[10월19일] 맑음.

식후에 서울 보낼 편지들을 썼다. 김희번이 장계를 가지고 나갔다. 유자 30개를 영의정(류성룡)에게 보냈다.

9월18일[10월20일] 맑음.

늦게 조방장 정응운이 들어와서 함께 이야기했다.

9월19일[10월21일] 맑음.

조방장 정응운이 들어왔다가 바로 돌아갔다.

9월20일[10월22일] 맑음.

밤 2시쯤에 둑제를 지냈다. 사도첨사 김완이 헌관으로 행사를 주관했다. 아침에 우수사가 와서 만났다.

9월21일[10월23일] 맑음.

박, 신 두 조방장과 같이 아침밥을 먹었다. 박 조방장에게 전별 술을 대접하려 했으나, 경상수사를 작별하러 갔다가 그만 날이 저물었기 때문에 하지 못했다. 저녁에 이종호가 들어오며 다만 목화만 가져왔기에 모두 다 나누어 주었다.

9월22일[10월24일] 맑음.

동풍이 크게 불었다. 박자윤(조방장 박종남) 영공이 나갔다. 경상수사도 왔기에 작별술을 대접했다.

9월23일[10월25일] 맑음.

나라 제삿날(태조 신의왕후 한씨의 제사)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웅천 사람으로 포로가 되었던 박녹수와 김희수가 와서 인사하고 겸하여 적의 정세를 잘 말해주므로 무명 1필씩 주어 보냈다.

9월24일[10월26일] 맑음.

아침에 여러 곳에 보낼 편지 10통 남짓을 썼다. 아들 울과 면이 방익순 및 온개(溫介) 등과 함께 나갔다. 이날 저녁에 우수사와 경상수사가 와서 만났다.

9월25일[10월27일] 맑음.

오후 2시쯤에 녹도의 하인이 실수로 불을 내어 대청과 수루에 붙여 지은 다락방 등이 모두 타버렸다. 군량과 화약, 군기 등의 창고에는 불이 붙지 않았으나, 다락 아래에 있던 장전과 편전 200여 부(1부는 30개)가 모두 타버렸으니 너무 아깝다.

9월26일[10월28일] 맑음.

홀로 배 위에 앉아있었다. 온종일 앉았다 누웠다 하였건만 마음이 심히 편치 않다. 이언량(龜船將)이 나무를 찍어 다듬어 왔다. (불탄 대청과 수루방을 다시 짓기 위해서다.)

9월27일[10월29일] 흐림.

“안골포 사람들로 왜적에게 붙었던 자 230여 명이 22척의 배로 나오고 있다”고 우수(禹壽)가 와서 보고했다. 식후에 불탄 자리로 올라가 다시 집 지을 터를 둘러보았다.

9월28일[10월30일] 맑음.

식후에 집 짓는 곳으로 올라갔더니 우수사와 경상수사가 보러 왔다. 아들 회와 울이 불났다는 기별을 듣고 들어왔다.

9월29일[10월31일] 맑음.

9월30일[11월1일] 맑음.



▶을미년(1595년) 10월

전쟁이 어지럽고 강화는 미궁 속에 빠지고, 참소가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불탄 대청과 다락방을 고쳐 짓고 장수들과 만나 의논하는 등 통제사의 바다 지키는 일상은 변함없이 계속된다. 대청과 다락방 공사 중에 흙 나르고 바르는 일은 투항해 온 왜인들에게 시켰다는 것이 재미있다.



10월1일[11월2일] 맑음.

조방장 신호와 아침식사를 같이 하고 그대로 작별하는 술자리를 열었다. 늦게 신 조방장이 나갔다.

10월2일[11월3일] 맑음.

대청에 대들보를 올리고 또 지휘선(上船)을 연기로 그을렸다. 우수사와 경상수사 및 이정충이 와서 만났다.

10월3일[11월4일] 맑음.

해평군 윤근수의 공문을 구례의 유생이 가지고 왔는데, “김덕령과 전주의 김윤선 등이 죄 없는 사람을 때려죽이고 수군 진영으로 도망쳐 들어갔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을 수색해 보니, “9월 10일경에 보리씨를 바꿀 일로 잠시 진에 왔다가 곧 돌아갔다”고 했다.

10월4일[11월5일] 맑음.

10월5일[11월6일]

이른 아침에 수루에 올라가 공사하는 것을 감독했다. 다락 위 바깥쪽 서까래에 흙을 올려 발랐다. 흙 운반은 투항해 온 왜인들에게 시켰다.

10월6일[11월7일]

식후에 우수사와 경상수사가 와서 만났다. 저녁에 웅천현감(이운룡)이 왔다. 그편에 명나라 사신(양방형)이 부산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다. 이날 적에게 사로잡혔던 사람 24명이 나왔다.

10월7일[11월8일] 맑음.

화창하기가 봄날 같다. 임치첨사(홍견)가 보러 왔다.

10월8일[11월9일] 맑음.

조카 완이 들어왔다. 진원과 조카 해의 편지도 왔다.

10월9일[11월10일] 맑음.

각처에 답장을 써서 보냈다. 대청 짓는 것을 다 마쳤다. 우우후(이정충)가 와서 봤다.

※이순신은 계사년(1593) 7월 한산도로 이진해 오고 한 달 후 삼도수군 통제사가 되었다. 삼도의 수군들도 모두 한산도로 와서 같이 진을 치고 살았다. 그러나 한산도 이진(移陣)은 항구적인 것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명령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진해 갈 수 있었기에 한산도에 영구적 건물을 신축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진하자마자 천막으로 군영을 구축하고 우물을 파고 활터를 닦은 뒤 그 옆에 정자를 지어 거기서 공무를 집행했다.

그러나 강화협상이 길어짐에 따라 한산도에 주둔하는 기간도 길어지자 이진 후 2년 만인 을미년(1595) 4월 열흘 남짓의 공사로 활터 정자 위쪽에 간편한 건물을 지어(이를 대청이라 한다) 공무를 보았다. 그 경에 망보는 누대(이를 수루라 했다.)도 짓고 수루에 붙여 방도 만든다. 이 대청과 수루방이 을미년 9월 녹도 하인의 실수로 불타버리자 다시 열흘 남짓 만에 나무 찍어 오고 긴급히 공사하여 이날 우선 대청 공사를 끝낸 것이다.

이 대청(아마도 당시는 운주당이라 했을 것이다. 이순신은 고금도 시절에도 자신이 공무 보던 건물을 운주당이라 이름했다)과 수루 등은 정유년(1597) 7월 경상수사 배설이 12척을 갖고 도주할 때 모두 불태워 버렸는데 그 후 백수십 년이 지난(1740년) 영조 15년 통제사로 부임한 조경이 폐허로 변한 한산도 옛터를 살펴보고 옛날 운주당 자리를 더듬어 제승당을 짓고 수루 자리에는 다시 수루를 지었는데 그것도 긴 세월이 지나 또 허물어진 것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재건축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제승당과 수루의 멋진 건축물 모습을 보고 400여 년 전 이순신이 쓰던 대청과 수루를 연상하는 것은 난센스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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