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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84> 부산 낙민동 출토 긴 독

삼한·삼국시대 찜요리 도구…풍족한 식생활 가능해져

  • 김동윤 복천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1-08 19:28:1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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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3가지는 옷·음식·집으로 통상 의식주(衣食住)라고 한다. 이 가운데 음식은 인간이 영양분을 보충하고 체력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부산 낙민동에서 출토된 긴 독. 부산박물관 제공
인간은 채집 또는 재배한 재료를 가공하고 조리하여 음식물을 섭취해 왔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조리 방법이 등장했다. 조리 방법의 발전은 조리 도구나 그릇의 개량을 촉진해 왔다.

긴 독은 삼한·삼국시대에 만들어진 토기이자 조리 도구이다. 조리 도구로서 긴 독은 통상 바닥면에 증기가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내어 만든 시루와 함께 한 벌로 사용했다. 집자리 안에 부뚜막이 생기면서 여기에 긴 독을 설치하고 그 위에 시루를 올려두었는데, 바닥이 둥근 긴 독을 받치기 위하여 아궁이에 솥받침을 두기도 했다.

긴 독은 음식을 조리할 때 열전달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 바닥을 둥글게 만들었는데, 물을 넣어 끓이면 시루 바닥에 난 구멍으로 뜨거운 증기가 올라와 시루 안에 든 음식을 익히는 찜요리가 가능해졌다. 이때부터 곡물을 쪄서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한 조리 방법이 되었으며, 이전보다 좀 더 다양하고 풍족한 식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동래패총과 함께 고대 복천동 고분군 사람들의 생활공간이었던 낙민동 유적의 한 구덩이에서는 긴 독 4개가 무더기로 출토되었다.

집자리도 아닌데 여러 개의 긴 독이 출토된 이 구덩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구덩이에서 산산조각난 토기 조각을 수습하여 이어 붙이던 조사기관 연구원들도 하나의 구덩이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개체의 긴 독이 출토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우 놀라워했다. 출토된 긴 독은 모두 50㎝ 정도의 긴 몸통에 짧게 벌어진 아가리와 둥근 바닥을 가지고 있었다. 이 구덩이는 긴 독을 굽던 노천가마(露天窯)로 추정되었다.

토기를 구울 때는 긴 독의 바닥을 구덩이 중앙으로 놓고 서로 붙여 가면서 방사상으로 배치한 뒤 상부는 짚과 점토로 덮고 불을 지폈다. 긴 독 각각의 몸통에서는 서로 대칭되게 검은색 반점(黑斑)이 확인되는데, 이 부분이 토기들끼리 서로 붙어 있던 지점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긴 독들은 음식 조리에 제대로 사용되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 동안 파묻혀 있었다.

부산 동래구 낙민동에서 출토된 긴 독은 비록 당시에는 조리 기구로서 제대로 쓰이지 못했지만, 후손들의 손으로 발굴되고 복원되어 당시 식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재로서 현재 부산박물관 동래관에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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