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낳은 가수들 중 노은석이란 걸출한 싱어 송 라이터가 있다. 부산에서 결성된 밴드 ‘나비맛’의 보컬로 활동하다 서울로 가 록을 기반으로 포크, 블루스,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나비처럼 자유로이 넘나들며 노래해 온 노은석은 오랜 별명을 따서 ‘노갈’이란 이름으로 활동해 왔다.
 |
| 노갈의 정규앨범 '일상윤회' 커버. |
그래도 생소하다면 축하한다. 지금껏 모르고 살았던 희소성 있는 특별한 목소리를 발견할 기회다. 노갈의 노래를 처음 듣고 떠오른 보컬은 너바나와 함께 그런지의 시대를 연 밴드 펄잼의 보컬 에디 베더였다. 음색은 다소 다르지만 매순간 노래에 오롯이 몰입해 마침내 접신하는 듯한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막걸리의 누룩 향기와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풍기는 토종 에디 베더가 노갈의 첫인상이었다.
한때는 무려 한국 대중음악의 대부 한대수의 밴드에서 기타와 코러스로 활동한 적도 있다. 한대수는 나에게 BTS와 뉴진스였다. 노갈은 한대수 선생이 인정한 뮤지션이란 뜻이다. 당연히 궁금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2023년 12월 15일 노갈은 정규앨범 ‘일상윤회’를 발표했다. ‘널 기억하는 일’, ‘파도’, ‘변화’ 3곡의 타이틀을 포함해 10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총재생시간이 57분이 조금 넘는다. 짧지 않은 재생시간 동안 온전히 몰입하게 한다. 릴스나 쇼츠에 길들여져 박살난 집중력을 기르는 데 더할 나위 없는 귀한 앨범이다.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더 많겠지만 이미 어떤 경지가 느껴진다.
그간 라이브 펍이나 소극장 같은 작고 소박한 무대에서 노갈의 노래를 접해왔지만 훨씬 더 큰 무대, 예를 들어 올림픽 개막식 같은 초대형 무대가 더 어울릴 법한 장엄한 스케일이 느껴진다. 언젠가 그런 무대에서 노갈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때마침 노갈은 1월 15일부터 오는 21일 일요일까지 서울 충무로역 인근 ‘공간 하제’에서 ‘일상윤회’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를 가진다. 손현숙 김민정 허영택 백자 강해진 하이미스터 메모리 김마스타가 노래 손님으로 함께한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진심과 정성으로 고아낸 보약 같은 노갈의 목소리를 직접 체험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