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에서 개최한 ‘유라시아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했던 이야기다. 영화의전당이 지난해 꾸준히 선보인 ‘5대륙 4개국’해외 영화제 중 하나였고, 한 해의 마지막 해외 영화제였다. 나흘간 유라시아 6개국 영화 상영과 특강이 진행됐다.
그런데 이날 러시아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을 두고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각국이 문화 스포츠 경제 분야 등에서 러시아 보이콧을 외친 것과 정반대 행보였기 때문이다. 영전(영화의전당 약칭)이 민간 시설이 아니라 문화 공공기관인 만큼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침략적 행위가 동반된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공 문화기관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해외 영화제는 각국 대사관과 협업한다는 점에서 네트워킹 강화 효과가 큰 편이다. 지난 연말 김진해 대표는 “2024년에는 해외 영화제를 5대륙 10개국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 영전 정체성이자 존재 목적에서 비중이 큰 시네마테크 기획전은 절반으로 축소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영전은 “2030부산엑스포 유치 운동에 발맞추려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기 위해”라고 시네마테크 기획전 축소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엑스포 성적표가 공개된 이후에도 영전은 해외 영화제를 더 확대하고, 시네마테크 축소는 유지하니 현장에서 의아한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부산에서 영화의 꿈을 키운 이들과 이야기해보면 공통으로 시네마테크가 등장한다. 보기 힘든 고전·예술영화를 상영·보관하는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고 배운 지역 영화인이 다수다. ‘영화도시 부산’에서 시네마테크는 영화 생태계에서 가장 기초에 자리한 ‘씨앗’이고, 영전은 그 씨앗의 발아를 책임지고 영화도시 부산의 진전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
최근 이뤄진 김 대표의 ‘+1’(1년) 연임 결정을 두고 지역 영화계에서는 불만과 우려가 터져나왔다. 가장 큰 근거는 영전 고유 목적 상실, 내외부 소통 단절에 대한 걱정이다. 영전이 받은 낮은 경영평가를 차치하더라도 그는 지난해 11월 16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내부 자정시스템 마련은 뒤로하고 직원들에게 언론 제보를 막는 등 외부 차단에만 급급한 모습”(김효정 의원) “옆에서 서브를 받지 않고는 (행정감사 질의에) 답변하지 못할 정도”(박희용 의원) 같은 질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취임 이전 경성대 교수(연극영화학부)로 재직했다. 영화의 미래를 고민했을 영화 교수였고, 영화 ‘49일의 남자’로 데뷔한 영화감독이자 제작사 대표(오로라 픽처스)였다. 영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영전 고유 기능의 발전과 활용에 주력할 필요성은 충분히 알 것이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에 ‘+1’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 것이다.
김미주 문화라이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