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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비난에 흔들리지 마시라, ‘여여(如如)’의 마음으로 연꽃처럼 사시길”

범어사 방장 정여스님 신년덕담

  • 정인덕 기자 iself@kookje.co.kr
  •  |   입력 : 2024-01-16 18:47:12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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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제2대 방장 추대
- 임기 10년간 수행가풍 꾸리며
- 주지 추천권 가진 ‘최고 어른’

- “나라 부강하려면 국민 단합을
- 종교계도 화합의 모습 보일 것
- 모두 여유롭고 아름다웠으면”

“여러분의 삶이 여유롭고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가치 기준을 물질에 두게 되면 순수한 마음이 황폐해집니다. 개인이든 나라든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갈 때 빛이 납니다. 삭막한 마음을 열고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을 채워갑시다.”
금정총림 범어사(부산 금정구) 방장 정여 스님이 안양암에서 새해 덕담을 들려주며 범어사 주지 추천 등 현안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6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안양암에서 만난 정여 스님이 국제신문에 밝힌 부산시민에게 전하는 새해 덕담이다. 정여 스님은 지난해 11월 지유 스님에 이어 금정총림 범어사 제2대 방장에 추대됐다. 방장은 조계종 25교구 중에서도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총림(叢林)’의 최고 어른이다. 수행가풍을 꾸리고 주지를 추천할 권한이 있다. 임기는 10년이다.

정여 스님은 방장에 추대된 소감으로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그는 “그만한 책임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문중 화합을 항상 염두에 두겠다. 문중의 어른들도 잘 모시겠다”며 “옛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시대에 맞게 부처님 말씀을 좀 더 알아듣기 쉽고, 재미있게 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 범어사의 방장으로서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여 스님은 “범어사는 오성월 스님이 초대 주지를 지냈다. 이후 백용성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하동산 스님(동산 스님)이 중흥기를 이끌었다. 동산 스님의 기풍이 수행자를 잘 이끌고 돌보는 것이었다. 당시 ‘참선을 하는 스님의 수행초소’라는 의미로 ‘선찰대본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행 사찰의 면모를 이어가겠다. 수행자를 더 잘 보살피고 수행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정여 스님은 다른 종교인과의 화합도 강조했다. 그는 “종교인이 서로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화합하는 마음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나라가 부강하기 위해선 국민이 단합해야 한다. 약 25년 전부터 다른 종교 관계자와 함께하는 행사를 유지하고 있다.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범어사를 이끄는 주지 선임에 관해 의견도 밝혔다. 범어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정오 스님이 주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주지 직무대행의 임기는 3개월로, 기간 내 적임자를 찾지 못하면 3개월 더 직무대행 체제를 연장할 수 있다. 정여 스님은 “주지 선임 과정이 연기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주지 추천이 방장의 권한이긴 하나 혼자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중 대표급 어른의 의견도 중요하다.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이끌 때는 지식과 지혜만 있어선 안 된다. 인망 등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방장 임기 10년의 첫 주지인 만큼 문중 화합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분을 찾으려니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밥도 뜸을 들여야 밥맛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끊임 없는 수행으로 ‘여여(如如)’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정여 스님은 “여여는 칭찬과 비난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늘 그대로인 상태다. 여여함이 부처님의 마음이자 수행자의 마음”이라며 “자신을 흐트러짐 없이 돌보며 수행이 끊임없이 계속돼야 한다. 인생은 맑고 여여한 연꽃처럼 사는 것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현대인에게 ‘자신의 길’을 가라는 조언도 건넸다. “내가 남의 길을 갈 수도 없고, 남이 내 길을 갈 수도 없습니다. 자신의 길을 갈 줄 아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남의 길을 억지로 흉내 내지 마세요.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세요.”

정여 스님은 1947년생으로 충북 음성군에서 태어났다. 출가 전 베트남 전쟁에 파병돼 동료가 숨을 거두는 등 생과 사를 넘나드는 참극을 마주했고, 귀국해 출가했다. 범어사에서 수행을 시작해 2008년 범어사 주지를 지냈다. 1995년 부산불교회관 여여선원을 만들어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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