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이다. 12간지 중에 유일한 상상의 동물인 용은 예로부터 신성함, 절대적 존재 등으로 표현되었다. 동·서양에서 용이 상징하는 의미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으나, 적어도 동양에서의 용은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신성한 요소들이 총동원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용은 물을 다스리는 수신(水神)으로 여겨져, 강이나 바다와 같은 물속에 살면서 비와 바람, 구름을 다스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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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천이공행적록’(왼쪽)과 ‘항해조천도’ 확대 모습. 국립해양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중국 문헌인 ‘광아廣雅’ 익조(翌條)에는 용의 형상은 아홉 가지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은 뱀과 같고,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와 같으며, 발바닥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묘사한다. 이러한 용의 외형만큼 용의 능력도 신비로워서, 구름과 비를 다스려 자유자재로 비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예를 들면, 바다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 중 국지적인 저기압이 형성되어 바닷물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는 용오름 현상은 과학지식이 부족했던 옛 사람들에게는 두렵고 신비한 현상이었을 것이다. 이는 마치 바다에서 사는 신령스러운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1624년 죽천 이덕형이라는 관료가 명나라로 해로사행을 다녀온 것을 기록화로 남긴 25폭의 ‘항해조천도(航海朝天圖)’에는 이러한 용오름 현상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항해조천도’의 한 부분에는 현재 중국의 다롄(大連)과 신의주 주변 사이 해역에서 높은 파도가 출렁이고, 구름이 가득한 바다에서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죽천이공행적록竹泉李公行蹟錄’에는 이덕형의 사행이 자세히 기록되어있다. 중국 명나라 사신으로 가는 이덕형 일행의 배가 순항을 하기 위해 기풍제를 수차례 올렸으나, 중국으로 향하는 길에 폭풍우를 만나게 되었고, 거친 바다에서 나타난 용오름 현상을 검은 구름으로 둘러싸여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황룡으로 보고 경이로워하는 내용이 나온다.
“홀연 구름이 하늘을 막고, 비가 잠깐 내리더니 무엇인가 또렷이 보이는데 한끝은 하늘에 다하고 한끝은 바다에 드리웠으니 몸 크기 두어 아름이 되고, 아래는 점점 끝이 극히 가느다라니 몇 길이 되는지 알지 못하노라. 허리 위는 오색 구름 속에 은은하게 비쳐 자세히 볼 길이 없고, 다만 누런 광채 공중에 빛나고 금 같은 비늘이 상하에 번득이니 그 기이한 형상을 말로 형용치 못하노라.”
- ‘죽천이공행적록’ 내용 중 일부 -
당시 이러한 현상이 자연현상임을 몰랐던 그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용이 물과 바다를 다스리는 강력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현상인 것이다. 용의 해를 맞아, 경이로운 용오름이 등장하는 이덕형의 사행기록인 ‘죽천이공행적록’은 국립해양박물관 3층 해양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