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까칠한 등 여린 손 파고든다
맨손으로 짜 올린 그 뜨겁던 초록 휘장
다 가고 뼈로 그린 자화상 달빛만 잠겨 있다
김임순 시인은 우리 시대 진정한 도전의 대명사, 담쟁이 노래를 통해 불굴의 의지를 그려낸다. 담쟁이 가지는 길쭉하고 잎과 마주나며 덩굴손의 빨판으로 바위나 나무를 기어 올라간다. 가지에 난 덩굴손 수십 개로 바위나 나무, 건축물을 기어오르는 치열한 생명력이 특징이다. 격동의 1970년대, 1980년대 맨손으로 시작된 불굴의 정신은 한강의 기적과 수출 강대국을 만들었다. 시인은 초록 휘장을 휘날리며 역경을 이겨낸 우리 시대 의지의 한국인을 구현한다.
‘뿌리를 고르며 자양분을 축적하는 고독의 시간이 겨울’이라 했던가. 인생의 고독이 고스란히 남은 자화상 속에 노적성해(露積成海)의 결정체가 숨겨져 있다. ‘지속적인 노력과 실천이 있을 때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손가락 하나의 작은 움직임도 그치지 않고 계속될 때 우물에도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다. 끊임없는 노력, 작은 실천이 한계상황을 극복하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와 같은 변화의 원천이 된다.
담쟁이 노래는 많은 울림과 함께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달빛을 품고, 중력이산(衆力移山)의 청사진을 함유한다. 담쟁이 정신은 많은 사람이 힘을 합하는 실천이며, 이 실천은 큰 산도 옮길 수 있다는 금언(金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