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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엔 없는 ‘찐’ 동네 이야기…생활자원을 스토리텔링하라

상지건축과 함께하는 오 부산-유산과 미래 <12> 지역의 연결자 로컬브랜딩

  • 홍순연 ㈜로컬바이로컬대표
  •  |   입력 : 2024-01-29 18:55:4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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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공장 빼곡했던 사상지역
- 나이키·코르덴바지가 키워드
- 개성 가득 사장님 모인 망미
- 잡지 만들고 로컬푸드 모임
- ‘골목’으로 한 데 묶어 브랜딩

- 항만·낙동강·바다·근현대 자원
- 부산이 가진 것 공감대 형성을

도시는 지속적으로 변한다. 가독성이 강한 물리적 환경 측면에서 변화를 이루는 것보다는 그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변화된다. 변화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익숙함을 제공하기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나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도시는 성장한다. 이러한 선순환적인 움직임이 바로 로컬브랜딩이다.

부산 지역 로컬푸드 활동 단체인 ‘오붓한’ ‘나유타 부엌’ ‘라이스케이터링’ 3곳이 협업한 미래의 식탁 프로젝트 모습. 오붓한·비온후·전우석 제공
사실, 로컬브랜딩이라는 용어가 출현한 데는 지역 활성화 개념보다는 ‘소멸’이라는 위기의식이 더 큰 구실을 했다.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생존문제에 대한 고민과 그 대응 방법으로 로컬브랜딩은 나타났다.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기존 정주인구보다는 ‘생활인구’(주민등록 인구뿐만 아니라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과 외국인으로 구성된다)를 통해 활동력을 높여 대안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활동력은 일반적인 행정구역에서 탈피해 다양한 결합방법으로 지역의 빠른 변화와 지속성을 찾는 데로 이어진다.

‘로컬’과 ‘브랜딩’ 단어를 각각 살펴보면, 로컬은 수도권과 대비되는 그 외의 지역으로 흔히 지방·지역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지역 자원은 가지고 있으며 복잡하지 않고 여유롭게, 그러나 (일을 담당할) 사람은 많지 않고 관리운영이 힘든 장소가 많을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러한 지역을 수도권보다 오히려 기회와 가능성을 더 가진 긍정적인 장소로 보고 자원과 문화, 그리고 커뮤니티까지 확장하여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

따라서 로컬브랜딩은 지역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고유한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전략을 통해 지역을 재발견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2022년 행정안전부가 발행한 ‘로컬브랜딩 마스터 플랜 길라잡이’ 내용을 살펴보면 로컬브랜딩을 위해서는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을 둔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 참여를 유도해, 공동체성과 다양성을 포용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거주민과 생활인구의 공동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시되고, 로컬프로바이더(local provider)로 성장할 수 있는 창의성 기반의 참여자들과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핵심과제를 추진해 나가도록 제안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시간과 조건, 그리고 지속적인 참여자의 역할, 무엇보다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지속적으로 활동영역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임에도 정주 여건, 일자리, 차별적 인프라와 연관된 30개 탐색 지표와 구성방법이 다를 뿐 기존 도시재생, 마을 만들기와 차별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 동네 작은 브랜딩부터 시작

로컬브랜딩을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구축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우리 동네, 골목·장소의 스토리를 담고 나눈다는 의미로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그 대상이 주민 이외에 창업자 방문객 마니아 등으로 확장된다. 대표성 분명한 것만 브랜드로 띄우기보다 다양한 요소로 확장하고, 기존에 것을 업그레이드하는 접근이 좀 더 로컬브랜딩에 맞는 듯하다.

이는 ‘지역자원’ 또한 역사·문화·예술적 자원을 넘어 지역마다 가진 생활·공간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상(부산 사상구)을 이야기해 보자. 사상은 대체로 공단, 국제상사, 고무공장, 제조 등 산업사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인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상생활사박물관 전시 내용만 살펴보더라도 갈밭 샛강 재첩국 딸기 카네이션 부추 나이키 코르덴바지 등 확연하게 다른 사상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는 문헌적 기록에서는 볼 수 없는 생활문화 기반에서 찾을 수 있는 사상만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러한 자원은 지역을 직접 방문해야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이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화를 시도하거나 제품 공간 관광 요소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로컬브랜딩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로컬브랜딩은 무엇보다 우리 동네 작은 스토리를 발굴해 브랜드화하는 것에 주목해야만 한다. 이것이 가장 차별화된 지역성을 만들어 낼 방법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자원을 발굴하는 키는 사람에서부터 찾아야 하고 사람에서 시작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로컬브랜딩은 아카이빙부터 프로그램과 콘텐츠까지 점진적인 확장을 위해 보편적인 정보로서 지역을 찾는 방식이 아닌 필드워크(field work·현장활동, 현장조사)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망미골목 커뮤니티의 잡지 표지(왼쪽)와 부산 연제구 연동시장 상인들이 만든 팝업 스토어 모습.
■로컬브랜딩 in 부산

부산은 풍부한 지역자원을 가지고 있다. 항만·근현대 자원을 기반으로 갖춘 원도심지역, 역동적인 바닷속 원물과 레저가 결합된 동부산권, 낙동강 중심의 자연경관·대지와 농업자원이 풍부한 서부산권 등 하나의 키워드로 명명하기 힘든 자원이 권역별로 갖춰져 있는 장소가 부산이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 장소기반으로 아카이빙이 이뤄진 자료를 살펴보면 더 많은 자원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부산의 로컬브랜딩은 사람, 장소, 문화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키워드 동네’마다 로컬프로바이더들은 이미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망미동 골목이다. 이곳에 ‘비온후 책방’을 중심으로 로컬브랜딩이 진행되고 있다. 2018년 망미동에 정착해 전시공간 ‘보다’와 비온후책방을 운영하면서 책과 예술 그리고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통창구 구실을 하고 있다.

망미동 골목에는 1인 소상공인이 많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책을 매개로 한 잡지나 오브제를 활용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이웃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아침이나 늦은 저녁시간을 활용한다.

그리고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동골목상인들도 빼놓을 수 없다.지난해 10월, 상인들이 모여 ‘연동되는 상회’라는 팝업 공간을 2주간 운영하며 지역 주민이 손수 글씨를 쓰고 공간디자인을 해 골목의 공방과 연계한 체험프로그램과 강연 고분군 투어프로그램까지 운영했다. 그 뒤 상시적 팝업 공간을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미래의 식탁 프로젝트’ 또한 로컬브랜딩의 한 축이 될 만한 활동으로 생각한다. ‘미래의 식탁’은 음식을 주제로 연극과 음악, 퍼포먼스가 결합된 프로젝트이다. 로컬 푸드와 식재료를 중심으로 기획됐다. 지역 3개 로컬푸드 그룹인 오붓한, 나유타 부엌, 라이스케이터링이 협업해 진행한 작업이다. 특히 일반 참여자와 함께 구성하고 알려지지 않은 지역 토종 쌀 품종까지 소개하는 등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지역을 연결한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이렇듯 로컬브랜딩이 지역자원을 연결하는 방법을 자세히 보면, ▷사람을 중심으로 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지 탐구하는, 이 두 가지 일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더욱 사람이 중요하다. 적어도 지역자원이 풍부한 부산이라면 이러한 활동력을 가진 사람이 브랜딩의 중심이 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또 누구나 주제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로컬브랜딩이 확장되었으면 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역자원 장소 스토리를 찾아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역의 눈높이와 일자리, 정주여건, 관광, 콘텐츠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나아가 지역과 지역이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그룹이 단단해지고 외부와의 협업 등 비즈니스도 가능할 것이다.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등장하는 ‘혹시 당근하세요’라는 슬로건처럼 ‘혹시 로컬하세요’라 표현이 널리 퍼지며 사람을 연결하는 로컬브랜딩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 공동기획 : 국제신문, 상지건축

*‘오! 부산’ 강연 일정 blog.naver.com/osangji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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