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대 윤리 어긋난 장면 속출
저자가 글 내용이 미풍양속을 해칠까 우려해 원본에서 뺀 장(章)이 있다. 1부 후반부에 나오는 ‘발푸르기스의 밤’이다. 4월 30일에서 5월 1일을 잇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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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에서 빠졌던 1부 ‘발푸르기스의 밤’장(章). 마녀와 사탄이 무리를 지어 브로켄산에서 광란하며 밤새 축제를 벌인다. |
독일 하르츠 지방에 전하는 전설이 모태다. 이 고전에서 제일 야하긴 하다. 악마와 마녀들이 어울려 노는 장면도 그렇다. 파우스트가 사랑했던 처녀 그레트헨이 처형되는데 이를 예수 십자가형에 견준 묘사는 이단 논란을 불렀다. 18세기 유럽 정서로 보면 무난하진 않다.
좀 더 내용을 보자. 매년 이날 밤 브로켄산은 시끄럽다. 빗자루나 숫염소를 탄 마녀 사탄들이 모여들어 난리를 친다. 광란 축제로 밤을 새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이곳으로 파우스트를 데리고 가 관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당대 기독교 윤리와 어긋난 장면이 속출한다. 이 장은 초본에 나타났다가, 완성본(1, 2부작)에선 사라졌다. 저자 결정이었다. 그는 이 장을 ‘발푸르기스의 보따리’라고 불렀다.
현대 들어 괴테 문학을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하는 바람이 불면서 이 장은 다시 살아났다. 괴테 연구자이자 비서였던 리머는 이 장을 높이 산다. 하느님과 메피스토가 내기하는 ‘천상의 서곡’장과 맞먹는 가치를 지녔다고 봤다.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고전에 독자는 눈길을 주기 마련이다. 독일 괴팅겐대 알브레히트 쇠네 교수는 ‘발푸르기스의 밤’을 복원·편집한 ‘파우스트’(2003년)를 선보였다. 국내 독자들은 장희창 전 동의대 교수가 유려하게 번역하고 알찬 주해를 더한 책(을유문화사 간행)에서 ‘발푸르기스의 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