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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89> 가동 유적 출토 시루

기장서 출토된 신라계 시루… 곡류가 주식으로 정착하며 널리 사용

  • 이은혜 정관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2-12 19:11:0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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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존의 필수 조건은 음식물 섭취다. 인류에게 먹을 것을 구하고 섭취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큰 숙제였다. 시간이 흐르고 신석기·청동기시대에 이르러 농경과 채집, 사냥 등으로 음식물 수급이 안정되고 잉여(剩餘)가 이루어지자 사람들은 음식을 어떻게 조리해서 먹을 것인가, 어떤 용기에 보관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다양한 조리도구는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부산 기장군 가동 유적에서 출토된 시루. 왼쪽은 시루 바닥 모습. 부산박물관 제공
시루는 증기를 이용해 곡물을 찌는 도구로, 식생활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 중 하나다. 손잡이와 몸체, 몇 개 구멍이 난 바닥으로 구성된 시루는 삼국시대 한반도 전역에서 쓰였다. 시루는 증기를 일으키는 별도의 조리도구가 필요한데 보통 달걀 모양을 닮은 항아리(長卵形壺)나 옹기 등과 결합했다. 시루를 받치는 항아리에 물을 담고 열을 가해 시루 바닥 구멍으로 올라갈 수증기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음식을 불에 직접 가열하여 조리하는 직화(直火)는 영양분이 손실될 뿐만 아니라 양도 현저히 줄어드는 큰 단점이 있었다. 간접 가열 방식인 시루의 등장은 영양학적인 혁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루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천을 깔고 그 위에 곡식을 담아 사용했다. 시루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올라오는 증기로 떡을 찌고, 밥을 지었고 때로는 술도 주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회와 의례(儀禮) 행위를 중요하게 여기던 삼국시대에는 치성(致誠)을 위한 떡과 술의 수요가 컸고, 주식(主食)으로 밥이 정착하면서 시루 사용이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

삼국시대 사람들의 의례 음식과 주식(主食)으로 곡식이 정착하면서 한반도 전역에서 시루가 사용되었지만 국가별, 지역별로 형태에 차이를 보인다. 고구려 시루는 몸체에 띠 형태 손잡이가 달리고, 평평한 바닥에 증기 구멍을 도려내어 만들었다. 백제는 중앙과 지방의 증기 구멍 형태가 다른 점이 특징이다. 백제 중앙에서 사용한 시루는 마차(馬車)나 자동차 바퀴 형태로 구멍이 뚫려 있고, 지방에서는 작은 구멍을 촘촘히 뚫어 사용했다.

부산 기장군 가동 유적에서 출토된 신라계 시루는 손잡이가 달린 역삼각형의 긴 항아리 모양에 일직선으로 째어진 증기 구멍을 배치한 특징을 보인다.

모양은 다르지만 당시 시루에 정성스럽게 음식을 찌는 마음은 같다. 시루에서 뿜어 나온 열이,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마음이 모여 당시 삼국시대 사람들의 밥상과 마을에 온기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정관박물관에서는 그 온기 가득한 삼국시대 생활상을 재현하고 보존하고 있다. 추운 겨울, 정관박물관을 방문해 삼국시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온기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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