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90> 산청 석남암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납석사리호

국보 지정된 最古 비로자나불의 사리호

  • 조재용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2-19 19:23:12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불국사에는 유명한 석가탑이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이 탑은 1966년 탑 속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를 훔치려던 도굴꾼들에 의해 일부 훼손되었는데,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사리와 세계 최고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이 담긴 사리장엄구가 출토됐다. 사리장엄구라는 것이 얼마나 귀하기에 도굴꾼의 표적이 되고, 불교계는 물론 역사학계와 시민까지 떠들썩하게 한 것일까?

우리나라 사리장엄구 가운데 사리 그릇은 화려하게 금동과 은으로 만든 것도 있고 유리나 수정, 나무, 심지어 곱돌(납석)로 만든 것도 있다. 특히 곱돌로 만든 것은 통일신라시대 9세기를 중심으로 유행한 독특한 사리장엄구인데, 부산박물관에 그중 하나가 전시되어 있다.

바로 영태 2년(永泰二年)명 석제사리호로, 정식 명칭은 ‘산청 석남암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납석사리호(사진)’다. 이 사리호는 기구한 사연을 거쳐 부산박물관에 자리 잡았다. 사리호를 봉안했던 불상은 1947년 산청 석남리에 사는 이성호 형제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험준한 벼랑에서 발견했다. 형제는 이 불상을 옮기려다 여의치 않자 무게를 줄이고자 무릎 밑 대좌와 등 뒤의 광배를 분리해 뜯어 왔다. 이들은 그렇게 가져온 불상을 약 10년 동안 집에 보관하다가 1959년께 내원사(현 덕산사)에 양도했다. 사리호 속에는 청동제 작은 함과 한지 뭉치가 들어있었다고 전하는데, 현재는 소실되어 행방을 알 수 없다. 이후 여러 경로를 거쳐 1981년 부산박물관이 구입해 소장하게 되었는데, 1982년 불상 발견지에서 전문가들이 대좌를 조사하면서 사리호가 해당 불상에 봉안된 것임이 증명됐다.

사리호 표면에는 당시 신라말인 이두문(吏頭文)이 명문으로 새겨져 있다. ‘두온애랑’이란 분을 위한 불상을 만들면서 그 제작 경위를 적었는데, 불상을 본 사람이나 정례하는 사람, 불상의 소문을 듣거나 이를 듣고 수희(불보살이나 다른 사람의 좋은 일을 자기 일처럼 따라 함께 기뻐함)하는 사람, 불상의 그림자를 지나간 사람, 불상을 스쳐 지나간 바람이 지나간 곳의 모든 사람이 악업이 소멸돼 스스로 비로자나불임을 깨닫기를 염원하는 글이다. 아주 문학적이고 감각적인 글귀이며, 이는 당시 이두 자료 중 가장 빼어난 완성도를 보이는 이두문 중 하나이다.

더군다나 ‘영태 2년(신라 혜공왕 2년, 766년)’ 기년명으로 볼때 곱돌로 만든 사리장엄구 중 우리나라 최초이고, 이를 봉안한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로자나불상임이 확인됐다.

함께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인화문호(印花文壺)와 더불어 편년자료가 부족한 고대 고고학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으며 1986년 국보로 지정됐다. 부산박물관을 찾아 모든 중생이 스스로 부처임을 깨닫기를 기원한 그 따뜻한 마음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5. 5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0. 10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9. 9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