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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가는 달집태우기…‘K-미술’ 환하게 비추옵소서

‘숯의 작가’ 이배 4월 비엔날레行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4-02-22 19:31:07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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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조현화랑 후원으로 개인전
- 고향 청도 대보름행사 영상 전시
- 지역과 세계의 연결·순환 담아내

- “우리가 세잔·모네 이해하는만큼
- 서양도 동양 겸재·추사 알아주길”

이배 작가가 숯의 흔적이 굽이치는 ‘붓질’ 작업을 하고 있다. 조현화랑 제공
‘숯의 작가’ 이배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판’을 벌인다. 한국의 정서와 미감을 담은 의식인 ‘달집태우기’를 들고 이탈리아 베니스로 간다. 오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니스 빌모트 파운데이션에서는 이배 작가 개인전 ‘달집태우기’가 열린다.

한솔재단뮤지엄 산과 빌모트 파운데이션이 공동 주관하고 부산의 조현화랑이 후원하는 이 전시는 국내 작가의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 4개 중 하나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1964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배 작가는 “내가 세잔이나 모네를 이해하는 것만큼 서양에서 겸재나 추사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열망이 있었다. 이번 전시가 동양을 이해하는 하나의 코드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액운을 날리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정월대보름에 열리는 전통 의식인 달집태우기를 통해 현대 인간사를 재조명하고 지역과 세계의 연결·순환의 의미를 짚는다. 정월대보름인 오는 24일 이배 작가의 고향 경북 청도에서 열리는 달집태우기 현장을 담은 영상 ‘버닝(Burning)’으로 전시는 문을 연다. 사전에 전 세계에서 모은 소원을 한지에 옮겨 적은 뒤 달집에 묶어 함께 태운다. 전시장 입구에서 주 전시공간으로 이어지는 복도 전면을 가득 채운 영상을 통해 관객은 달집태우기 속으로 빠져든다.

지난 20일 서울에서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기자회견을 하는 이배 작가(위 사진)와 달집태우기를 활용한 그의 작품 포스터. 조현화랑 제공 연합뉴스
주 전시장은 이배 작가의 대표작으로 채워진다. 타일처럼 배치된 숯이 연마 과정을 거쳐 각기 다른 빛을 내는 ‘불로부터’에서 시작된 전시는 바닥과 벽면에 숯의 흔적이 굽이치는 ‘붓질’로 이어진다. 대형 설치작품인 ‘먹’은 짐바브웨의 검은 화강암으로 문방사우의 하나인 먹을 형상화했다. 명상과 성찰, 비움과 채움 등 거대한 동양문화권을 대변한다. 전시 마지막은 ‘달’이 채운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제작한 천장을 통해 재현된 달빛은 청도의 달집을 비추는 대보름의 빛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배 작가는 “내 근원과 베니스 비엔날레를 이을 수 없을까 고민했다. 내 생각을 멀리 보내고 멀리 있는 느낌을 내 안으로 가져올 수 없을까? 그때 떠오른 게 고향 근처 선사시대 유적지였고, 이 생각은 프랑스 카르나크의 거석 유적과 영국 스톤헨지까지 이어졌다”며 “‘먹’은 보는 전시라기보다 느끼는 전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배 작가는 “이전 전시가 혼자서 준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내 전시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과 함께했다. 이번 전시로 큰 변화가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나는 평면을 하는 화가이고 싶지만 조각 설치 영상 작업을 하며 새로움을 향한 열망을 느꼈다. 새롭지 않으면 앞으로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를 담당한 벨렌티나 부찌 큐레이터는 “복잡한 현실과 정체성 고민 속에 자연과 멀어지고 이웃과는 소원해지는 오늘날 이 전시는 회복과 화합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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