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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찰사·암행어사 잇단 위문 이례적…이순신 습열로 고생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45> 병신년(1596년) 3월 21일~4월 18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2-25 18:34:3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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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서 주둔하는 시간 길어져
- 이순신 건강 이상증상 나타나
- 함대수군 견내량 미역 따기 시작
- 정탐하거나 불 지른 왜군 처형

3월21일[4월18일]

종일 큰비가 왔다. 초저녁에 곽란을 만나 구토를 한 시간이나 했는데 자정이 되어서야 조금 가라앉았다. 몸을 뒤척이며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는데 괜한 고생을 하는 것 같아 내가 봐도 참 한심스럽다. 이날은 무료함이 심해서 군관 송희립 김대복 오철 등을 불러 종정도(從政圖)를 놀게 했다. 바람막이 3개를 더 만들어 달았는데 이언량과 김응겸이 만드는 것을 감독했다. 자정에야 비가 그치고 밤 2시쯤에 이지러진 달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방 밖으로 나가 산보하였지만 몸은 몹시 피곤했다.
병신년 3월 23일과 24일 일기에 잇달아 ‘미역을 땄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이순신 함대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순신 장군은 식량과 보급 등을 스스로 해결했다. 사진은 경남 통영과 거제 사이 견내량에서 채취한 돌미역이다. 그때의 한산도 군영과 매우 가까운 곳이다. 2009년 촬영. 국제신문 DB
3월22일[4월19일] 맑음.

아침에 종 금(今)에게 머리를 빗게 했다. 늦게 우수사, 경상수사가 함께 보러 왔기에 술을 대접해 보냈다. 그편에 들으니 작은 고래가 섬 위로 떠밀려와서 죽었다고 하므로 박자방을 보냈다. 이날 저녁에도 무시로 땀이 났다.

3월23일[4월20일] 맑음.

새벽에 정사립이 물고기로 기름을 많이 짜서 가져왔다고 했다. 오전 4시쯤 몸이 불편해 종 금(今)이를 불러 머리를 만지게 했다. 늦게 나가 공무를 보고 각처의 서류를 처결하여 보낸 뒤 활 10순을 쏘았다. 조방장 김완이 들어왔다. 충청 수군의 배 8척이 들어오고 우후(이몽구)도 왔다. 종 금(金)이 편지를 가져왔는데,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고 했다. 밤 9시가 지나 영등(조계종)이 그의 딸을 데리고 술병을 가지고 왔다 하나 며칠 전 일(2월 11일 일기 참조)을 생각하고 나는 만나지 않았더니 11시가 지나서 돌아갔다. 이날 처음으로 미역을 땄다. 자정에야 잤는데 땀이 옷에 흠뻑 젖어 갈아입고 잤다.

3월24일[4월21일] 맑음.

새벽에 미역을 따러 나갔다. 헌 활집은 베로 만든 것이 8개, 무명으로 만든 것이 2개였는데 그 중 활집 하나를 고쳐 만들려고 그 감을 내주었다. 아침식사를 한 뒤에 나가 공무를 보고, 마량첨사 김응황, 파지도권관 송세웅, 결성현감 손안국 등을 처벌했다. 늦게 우후가 가져온 술을 방답, 평산포, 여도, 녹도, 목포와 함께 마셨다. 나주판관 어운급에게는 4월 15일로 기한하여 휴가를 주어 보냈다. 저물녘 몸이 심히 피곤하고 무시로 땀이 흐르니 비가 올 징조다.

3월25일[4월22일]

새벽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종일 내렸고 잠시도 그치지 않았다. 수루에 기대어 저녁나절을 보냈는데 생각이 점점 산란해졌다. 머리를 한참 동안 빗었다. 낮에는 땀이 옷에만 배더니 밤에는 옷 두 겹이 젖고 방바닥까지 젖었다.

3월26일[4월23일]

날이 맑고 남풍이 불었다. 늦게 나가 공무를 보았다. 조방장, 방답첨사, 녹도만호가 와서 활을 쏘았다. 경상수사도 와서 이야기했다. 체찰사의 전령이 왔는데, “전일에 전라우도의 수군을 그들 본영으로 돌려보내라고 한 것은 회계(回啓)를 잘못 본 때문이다”고 하였다. 무엇을 잘못 보았다는 것인지 우습다.

3월27일[4월24일]

날이 맑고 남풍이 불었다. 늦게 나가 활을 쏘았다. 우후와 방답첨사도 오고 충청도의 마량첨사, 임치첨사, 결성현감, 파지도권관이 함께 왔다. 모두에게 술을 대접해 보냈다. 저녁에 신 사과와 아우 여필이 같은 배로 들어왔다. 그편에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는 말을 들으니 기쁘고 다행이다.

3월28일[4월25일]

궂은비가 오고 종일 개지 않았다. 출근하여 공문을 만들어서 나누어 보냈다. 충청도 배의 여러 사람을 시켜 충청도 부대 앞에 다시금 목책을 설치해 방비를 제대로 갖추게 하였다.

3월29일[4월26일]…

궂은비가 그치지 않았다. 늦게 부찰사(이정형)의 통지문이 왔는데 성주(체찰사 관부가 있는 곳)에서 진으로 온다고 했다.

▶병신년(1596년) 4월

항왜(항복한 왜인)들은 국익에 도움이 되면 술을 먹여 대우했고, 국익에 해가 되면 목을 쳤다. 전쟁 중에 헛소문이 많이 나도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 같다. 이달은 초순에 부찰사와 암행어사가 연이어 열흘 이상 부대를 위문하고 감찰한 것과 하순에 그가 일주일 이상 연속해 목욕을 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바다에서 주둔하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순신의 몸에도 습열(濕熱) 등 이상이 나타난다.

4월1일[4월27일]

큰비가 왔다. 신 사과와 함께 이야기했다. 비는 종일토록 계속해 왔다.

4월2일[4월28일]

늦게 갰다. 저물녘에 경상수사가 부찰사를 마중하러 나갔다. 신 사과도 함께 같은 배를 타고 갔다. 이날 밤 몸이 몹시 불편했다.

4월3일[4월29일]

맑았으나 종일 동풍이 불었다. 어제저녁에 견내량 복병이 달려와 “왜놈 4명을 잡았는데 부산에서 장사하러 나왔다가 바람에 표류되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래서 새벽에 녹도만호 송여종을 보내어 그렇게 된 까닭을 묻고 행적을 살펴보게 했던바, 정탐하러 온 것이 분명하므로 이들의 목을 베었다. 우수사에게 가 보려다 몸이 불편하여 가지 못했다.

4월4일[4월30일] 흐림.

아침에 오철이 나갔고 종 금(今)이도 같이 나갔다. 아침에 체찰사의 공문을 연폭(連幅)으로 해서 벽에 붙였다. 여러 장수의 표신(신분증)을 고쳤다. 충청도 부대에 목책을 쳤다. 늦게 우수사에게 가 보고 취해서 이야기하다가 돌아왔다. 오후 8시가 지나서야 저녁을 먹었다. 가슴이 뜨겁고 땀에 젖었다. 밤 10시께 잠깐 비가 내리다 그쳤다.

4월5일[5월1일] 맑음.

부찰사가 들어왔다.

4월6일[5월2일]

흐렸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 부찰사가 활쏘기를 시험했다. 저녁에 나와 우수사 등이 부찰사에게 갔다. 부찰사와 함께하며 군사들에게 음식을 먹였다.

4월7일[5월3일] 맑음.

부찰사가 나와 앉아서 군사들에게 상(賞)을 나누어 주었다. 새벽에 부산 사람이 들어왔는데, “명나라 사신(이종성)이 달아났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부찰사는 한산도 입봉(立峯)에 올라갔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두 수사와 함께 이야기했다.

※1596년 1월 심유경은 정사 이종성과 부사 양방형을 부산에 머물게 하고 소서행장과 함께 일본에 갔다. 누가 이종성에게 “풍신수길이 명으로부터 봉작을 받을 의사가 없으니 그대를 가두어 곤욕을 보일 것이요”라고 하자 이종성은 두려워 한밤중에 도망갔다. (징비록)

4월8일[5월4일]

종일 비가 왔다. 늦게 들어가 부찰사와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 몹시 취한 채 관등(觀燈)을 하고 헤어졌다.

※관등은 사월 초파일에 석가모니의 탄생을 축하하여 연등을 다는 행사이나, 여기서는 연등의 불꽃을 구경했다는 의미다. 유교의 나라인 조선에도 초파일 관등의 풍습은 예전처럼 이어져 왔고 이곳 한산도에서도 관등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4월9일[5월5일] 맑음.

이른 아침에 부찰사가 떠나가므로 배를 타고 포구로 나갔다. 함께 배에서 이야기한 뒤 작별했다.

4월10일[5월6일] 맑음.

아침에 암행어사가 들어온다는 기별을 들었기 때문에 수사 이하 모두가 포구에 나가 기다렸다. 조붕이 보러왔다. 그 모습을 보니 오랫동안 학질을 앓아서 살이 무척 야위었다. 매우 딱했다. 늦게 암행어사가 들어왔는데 같이 앉아 이야기하다가 촛불을 밝힌 뒤 헤어졌다.

4월11일[5월7일] 맑음.

어사와 같이 아침을 먹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늦게 장수들에게 위로연을 베풀고 활 10순을 쏘았다.

4월12일[5월8일] 맑음.

아침 후 어사가 밥을 지어 군사들을 먹인 뒤에 활 10순을 쏘고, 종일 이야기했다.

4월13일[5월9일] 맑음.

아침밥을 어사와 같이 먹었다. 떠나는 어사를 작별하러 포구로 나갔더니 남풍이 크게 불어 배가 더는 나갈 수 없었다. 부득이 선인암으로 가서 종일 이야기했다. 해 질 무렵에야 바람이 자기에 그때야 작별했다. 저물어 거망포(걸망포)에 이르렀다. 어사는 잘 갔는지 모르겠다.

4월14일[5월10일]

궂은비가 종일 왔다. 아침을 먹고 나가 공무를 보았다. 홍주판관과 당진포만호가 와 교서에 숙배했다. 뒤에 충청우후 원유남에게 곤장 40대를 치고 당진만호에게도 같은 벌을 주었다.

4월15일[5월11일] 맑음.

아침에 단오절 진상품을 봉해서 곽언수에게 주어 보냈다. 영의정(류성룡), 판부사(정탁), 판서 김명원, 지사 윤자신, 조사척(경), 신식(동부승지), 남이공(사헌부 지평) 앞으로 편지를 써 보냈다.

4월16일[5월12일] 맑음.

아침식사 후 나가 공무를 보면서 항왜 난여문(亂汝文) 등을 불러 불을 지른 왜놈 3명이 누구누구인지 물어 찾아내 처형(사형)했다. 우수사, 경상수사와 같이 아우 여필이 가져온 술을 마셨다. 가리포첨사, 방답첨사도 같이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밤이 되어서야 헤어졌다. 이날 밤 바다에는 달빛이 차갑게 비치고, 잔 물결 한 점 일지 않았다. 다시 땀을 흘렸다.

4월17일[5월13일] 맑음

아침식사 후 아우 여필 및 아들 면이 종을 데리고 돌아갔다. 늦게 여러 공문을 처결하여 보냈다. 이날 저녁 아들 울이 안위를 만나고 왔다.

4월18일[5월14일] 맑음.

식전에 각 고을과 포구에 공문과 소지(所志)를 결재해 보냈다. 체찰사에 가는 공문도 내보냈다. 늦게 충청우후, 경상우후, 방답첨사, 조방장 김완과 활 20순을 쏘았다. 마도(강진군 마량면)의 군관이 복병한 곳으로 투항해 온 왜놈 한 명을 잡아 왔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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