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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파묘’ 배우 최민식

“생애 첫 오컬트서 만난 ‘묘벤저스’ 배우들, 몰입감 엄청났다”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2-27 18:38:1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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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경력의 노련한 풍수사
- 깊은 시선 표현해내려 애써

- 무당 역 김고은 연기력 감탄
- CG 없이 도깨비불 만들어낸
- 장재현 감독 집요함과 꼼꼼함
- 영화의 완성도 크게 끌어올려

- 꺼리던 공포 장르 도전 이유는
- 작품 세계관과 감독 향한 신뢰
- 이 작품으로 연기열정 더 커져

“안녕하세요?”라며 걸어오는 얼굴 가득 싱글벙글 웃음이 깔려 있었다. 영화 ‘파묘’ 개봉 당일인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의 얼굴이 그랬다. 그는 “정말 좋다. 엊그저께 무대 인사로 17개 관을 돌았다. 그냥 좋더라. 이렇게 극장에서 사람들을 보니까 영화 하는 맛이 나는구나 싶었다”며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민식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년 전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대중과 만났지만,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무대 인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파묘’가 ‘서울의 봄’ 이후 오랜만에 높은 예매율을 기록했기에 더욱 기뻤을 터다. 그는 “(예매율이 너무 높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개봉일에 눈이 엄청 와서 뭔가 좋은 기운이…”라며 내심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파묘’는 개봉 이후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보다 더 빠른 흥행 추이를 보인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하며 K-오컬트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는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소재로 하며 후반부 등장하는 ‘험한 것’은 우리 아픈 역사를 그린다. 최민식은 조선 팔도 땅을 찾고 땅을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아 장의사 영근 역 유해진, 무당 화림 역 김고은, 남자 무당이자 고수인 봉길 역 이도현과 함께 ‘묘벤져스’를 결성했다.

명품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한국적 오컬트 영화를 개척하는 장 감독의 연출, 그리고 묵직한 메시지가 곁들여진 ‘파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최민식에게서 들었다.

■풍수사가 된 최민식

영화 ‘파묘’에서 땅을 찾는 풍수사 상덕 역을 맡은 최민식. 데뷔 35년 만에 첫 오컬트 영화에 도전한 그는 자연과 땅에 대한 철학만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40년 차 풍수사 역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쇼박스 제공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최민식이 오컬트 영화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포나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가 ‘파묘’를 택한 이유는 장 감독의 세계관과 신뢰 때문이다. “대본을 읽고 장 감독과 술을 마시는데 우리 땅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더라. 사람에게 혈자리가 있듯 풍수학적으로 땅에도 혈자리가 있다며 훼손된 것을 제거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고 하더라.”

기독교인인 장 감독이 열린 사고를 한다는 점과 앞서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서 보듯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것을 영화로 재밌게 만든다는 점을 높이 산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전하며 풍수나 오컬트 소재에 관심을 보였다. “제가 어렸을 때 폐결핵으로 거의 죽을 뻔했다. ‘이 세상 사람 아니다’는 사주였다. 의사도 포기한 상태인데 어머니가 산에 가서 절을 찾아 기도를 드렸더니 희한하게 나았다. 어머니 정성 덕이라고 생각하는데, 살면서 이성적으로 이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한국인에게는 그런 정서가 조금씩 있지 않은가.”

40년 경력 풍수사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파묘’를 제안받고 몇 달 노력한다고 해도 어떻게 40년 차 풍수사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는가. 사실 그 방대한 지식을, 그 철학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덕은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살아온 사람이다. 땅 모양, 땅 기운, 산세, 또 물길 등 자연을 풍수학 관점에서 보며 인간 길흉화복을 분별하면서 살아온 사람인 거다. 그럼 일단은 시선이 깊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보더라도 뭔가 다르게 보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묘벤져스’ 탄생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파묘’를 본 관객이 이구동성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볼 만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최민식을 중심으로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까지 네 배우는 각각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우는 무당으로 분했다. 이들 직업은 묘를 이장할 때 맡은 역할로 나뉜다. 풍수사는 땅의 오행을 판단하고 장의사는 이장할 무덤의 유골을 수습하며 예를 갖춘다. 무속인 역시 원혼을 달래는 무당과 경문을 외는 무당으로 나뉘어 굿을 한다. 이들의 팀플레이는 ‘묘벤져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환상의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네 인물은 같이 일을 해온 사이다. 특히 상덕과 영근은 몇십 년 함께한 사이여서 말을 안 해도 알아듣는 관계를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넷이 다 처음 작품을 하니까, 다른 작품이라면 사전에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거 그림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무당 역을 맡은 김고은과 이도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굿하는 장면에서 이 친구들이 보여준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자칫하면 굿 보느라 내 연기를 못할 뻔해서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특히 고은이가 대단하더라. 그냥 캐릭터도 아니고 신을 영접하고 신을 불러 자기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과감하게 도전했다. 고은이는 ‘파묘’팀의 손흥민이자 ‘묘벤져스’의 메시였다. 해진이하고 나는 말 그대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됐다.”

최민식은 김고은이 실제 무속인 선생님의 집에 가서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진짜 제자처럼 보이냐는 질문도 했다고. “그분들은 딱 보면 아는데, 쟤는 우리 과가 아니라고 하시더라.(웃음)” 그렇다면 ‘신들린 연기’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 최민식 자신은 어땠을까? “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러다가 ‘너는 우리 과야’라고 하면 큰일 아닌가.(웃음)”

■‘용의주도’ 장 감독 그리고 CG 아닌 특수효과

‘파묘’는 장 감독이 어렸을 적 100년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기억에서 시작됐다. 장 감독은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해 10여 차례 이장에 참여했고,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의 고증을 거쳐 작품 완성도를 올렸다. 그만큼 용의주도하고 디테일을 중시하는 장 감독 성향이 ‘파묘’에 담겼다. 최민식 또한 장 감독의 그런 모습을 느꼈다.

“장 감독은 집요함은 기본이고 엄청나게 취재를 많이 했더라. 기본에 충실한 감독이다.”

특히 장 감독에게 놀란 것은 CG보다 리얼리티를 추구한 점이다. 예를 들어 ‘험한 것’이 도깨비불로 변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을 보면 모두 CG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크레인을 이용해 둥근 틀에 불을 붙여 도깨비불을 띄운 것이다. “장 감독이 도깨비불을 만들라고 하더라. 그래서 특수효과팀이 실제 도깨비불을 하늘에 띄워 날아다니게 했다. ‘취화선’ 때 불가마의 불을 보다가 진짜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에 실제 도깨비불을 보면서 ‘저것이 실제 정령의 실체다’는 마음이 들면서 연기에 크게 도움이 됐다. CG였다면 연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또 최민식이 느낀 장 감독의 디테일은 영화의 주요 공간인 묫자리 세트였다. “미술팀이 만든 가짜 묘고, 관이고, 유골인데 한기가 느껴지더라. 묫자리는 미술팀이 그 주변에 나무도 다 옮겨 심고 그랬다. 언덕도 트럭으로 흙을 날라서 만들고. 장 감독이 그만큼 집요하다.” 제작진은 부산 기장군 3967㎡(1200평) 세트장 부지에 2m 넘게 흙을 쌓아 올리고, 50그루 나무를 추가로 옮겨 심는 등 노력을 기울여 음산한 기운의 묘 터를 구현했다.

연기 인생 35년 만에 처음 오컬트에 도전한 최민식은 연기 열정이 더욱 강해졌음을 밝혔다. “얼마 전 신구 선생님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다. 배우로서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 표현해 보고 싶은 인물이 많고, 욕심이 더 생긴다.” 배우로서 한 길만 걸어온 자신에게 칭찬도 하지만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채찍질도 하는 최고의 배우, 그가 최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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