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혼 달래는 무속인 ‘화림’ 변신
- 유튜브 영상 뒤져가며 굿 연습
- 몸 떨고 꺾는 사소한 동작부터
- 경문까지 디테일 살리기에 심혈
- 너무 리얼해 “접신했다” 오해도
- “파묘팀의 손흥민” 최민식 극찬
- 그 덕에 용기 갖고 과감히 연기
- 이도현 눈빛만 봐도 호흡 척척
“진짜 신내림 받은 거 아냐?”는 말을 듣는 배우가 있다. 지난 16일, 개봉 24일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는 영화 ‘파묘’에서 무당 화림을 연기한 김고은이다. 김고은은 말 그대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에게서 박수를 받고 있다.
K-오컬트 영화를 표방한 ‘파묘’는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미스터리 영화다. 최고의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의 협업은 과학과 미신 사이 미묘한 줄타기를 보여주는 오컬트 장르로 시작해 일제강점기 일제의 만행 이야기가 곁들어지며 재미와 메시지를 풍성하게 했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묘벤저스’로 불리는 배우들의 명연기도 화제를 모은다.
그중 김고은은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톱클래스 무당 화림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천만 관객을 향해 가는 ‘파묘’ 흥행에 대해 “감개무량하다. 정말 좋고 ‘서울의 봄’에 이어 계속 한국 영화가 힘을 받아 극장가 부흥기를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극장 무대인사를 하며 영화관이 계속 꽉 찬 모습을 보면서 극장이 비었을 때가 생각이 많이 났다. 사실 개봉 때는 하루 17개 관을 돌기 때문에 좀 힘들기도 했지만, 최민식 유해진 선배님과 장재현 감독님도 열심히 하고 계신다. 상영관에 들어갈 때마다 꽉 차 있는 것을 보면 좋은 걸 넘어 약간 뭉클하다.” 김고은은 이렇게 관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파묘’ 시나리오를 보고 화림 역할이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어설프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는 김고은에게 영화 ‘파묘’와 그녀가 만들어낸 화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고은, 최고 무당 화림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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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묘’에서 무당 화림 역을 맡은 김고은.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최근 김고은은 영화 ‘영웅’의 독립군 정보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 ‘작은 아씨들’을 통해 도전적인 캐릭터를 시도하며 자기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 절정을 보여준 캐릭터가 ‘파묘’의 화림이다. 젊은 무당 화림으로 변신한 그녀는 흠잡을 데 없는 대살굿을 실연했고, 경문을 외웠다. 물론 어설프게 보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실은 ‘작은 아씨들’을 찍다가 채 한 달도 안 돼 ‘파묘’로 넘어가야 하는 일정이어서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장면(대살굿)은 연습으로 치면 두세 번 동작 연습을 했다. 드라마 촬영 중에는 쉬는 날 무속인 선생님들을 찾아가 기술보다 굿 하면서 행하는 동작의 의미에 관한 설명을 많이 들었다. 굿을 여러 번 보기도 했지만, 대살굿은 흔하게 볼 수 없고, 하는 분에 따라서 달라져 드라마 촬영 중에는 유튜브 동영상을 정말 많이 봤다.”
연습을 많이 안 한 것처럼 말했지만, 김고은은 많은 연습을 통해 굿을 하거나 경문 외우는 장면을 준비했다. 시간 날 때마다 경문을 외우고, 징을 치고, 동작을 익혀 삶 속에 무당 모습이 스며들도록 했다. 그렇게 노력했기에 디테일이 살아 있는 동작을 표현할 수 있었다.
“대살굿이나 경문 같은 큰 퍼포먼스를 잘 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동작의 디테일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굿을 준비할 때 몸을 살짝 떨거나 목을 살짝 꺾는 것은 제가 굿을 보러 다니며 선생님들에게서 확연하게 관찰했다.” 김고은은 접신할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과 굿할 때 칼을 잡거나 깃발을 뽑는 자세, 칼을 몸에 긋는 이유, 동물 피를 먹거나 묻히는 이유 등에 관해 무속인들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촬영 중에는 수시로 무속인에게 전화해서 사소한 것도 질문하고 확인했다. “대살굿이나 경문을 외우는 장면에서는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께 바로 여쭤볼 수 있었다. 그 장면을 제외하면, 그분들은 현장에 안 계셨기 때문에 뭔가 불안하다 싶으면 사소한 것도 무조건 전화해 이렇게 해도 괜찮은지 여쭤봤다. 영상통화를 하며 직접 보여드리기도 했다.
화제가 된 대살굿 중에 타고 있는 나무의 재를 손에 묻혀 얼굴에 긋는 장면도 실제 굿에서 가져왔다. “칼을 긋거나 불 속에 손을 막 집어넣는 건 접신의 위용을 보여주는 모습인데, 무속인들은 실제로 그렇게 하더라. 그래서 장 감독님과 회의를 해서 그 장면을 넣었다.”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무속인은 고춘자 씨와 며느리인 이다영 씨다. 두 사람은 각각 화림의 할머니 역, 대살굿 장면에서 무당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출연했다. “고춘자 선생님은 연세도 있는데 에너지가 굉장했다. 선생님 굿을 제가 직접 해보고 ‘정말 선생님은 찐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영 선생님은 대살굿 때 옆에서 칼을 받아주는 등 돕는 역할로 출연해 주셨는데, 실제 굿에서는 제자분들이 그 역할을 한다. 다영 선생님이 해주셔서 제가 정말 능력 있는 무속인처럼 느껴졌고 자신감도 생겼다. 다시 한번 출연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워낙 실제 같은 굿판을 벌이기에 김고은은 ‘접신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김고은조차 촬영 전 약간 우려도 했다. “제가 ‘심야괴담회’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거기서 보면 너무 쉽게 귀신을 보니까 혹시 굿하거나 경문을 외워 귀신이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들이 ‘걱정할 거 없어. 고은 씨는 (우리 쪽이) 아니야. 못 볼 거야’라고 하셔서 ‘그럼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웃음)”
■‘묘벤저스’ 그리고 배우라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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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
‘파묘’에서 땅을 찾는 풍수사 상덕을 연기한 최민식은 김고은의 연기에 대해 “‘파묘’ 팀의 손흥민이자 메시”라며 극찬했다. 무속인 캐릭터 연기가 쉽지 않은데 기술적, 감성적으로 체득해 완벽하게 연기했다는 것이다. “선배님께서 그런 칭찬을 해주셨다고 해서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정말 행복했다. 최근 작품들은 또래 배우와 많이 해 ‘파묘’는 오랜만에 대선배들과 함께한 작품인데 최민식 유해진 선배님과 촬영하며 정을 느껴 가며 만든 영화여서 더욱 좋았다.”
특히 영화 속 주요 장소인 묘터는 부산 기장 오픈 세트에서 두 달간 찍었는데, 진지한 장면임에도 ‘컷’ 소리가 나면 배우들끼리 수다 떨며 웃음이 끊이지 않은, 분위기 좋은 현장이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에게는 두 선배님이 계셔서 너무 도움이 됐다. 보통은 선배님들이라도 서로의 연기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테이크 마칠 때마다 두 선배님께서 모니터를 보며 이번에는 어떤 점이 좋았다고 계속 말씀해 주셨다. 그 덕분에 더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두 선배의 칭찬이 김고은을 춤추게 했다.
‘묘벤저스’의 막내 이도현은 화림과 함께 다니는 신예 무속인이자 경문을 외는 봉길 역을 맡아 김고은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다. 실은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은 이미 영화 베테랑이라 신인 이도현이 이들과 어떤 케미를 보여주느냐는 ‘파묘’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그런데 김고은과 찰떡 호흡을 보이며 ‘묘벤저스’ 막내 역을 톡톡히 해냈다.
“도현 씨랑은 촬영 훨씬 전부터 무속인 선생님 집에서 연습을 같이 하며 친해져 있었다. 극 중 화림이 말하지 않아도 봉길이 알아서 준비해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실제 연기도 ‘내가 이렇게 하면 네가 이렇게 해’ 하는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후배를 칭찬하며, 김고은은 이도현이 현재 군 복무 중이어서 함께 홍보 활동을 할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최근 영화 ‘영웅’, ‘파묘’, 드라마 ‘작은 아씨들’, ‘유미의 세포들’ 등에서 강렬하거나 특별한 캐릭터를 연기해 온 김고은은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과 현재 촬영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으로 또 다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