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랴 명치까지
뿌리 내려 젖는 안개
견디다 한 자락을 홑청이듯 뜯어낸다
켜켜이 닦고 닦아도
말간 진물 어리는
거울은 빛을 반사해 사물을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상 象을 보고 자신을 판단하는 것은 고도의 인지능력을 요구한다. 시인은 삶을 비추는 거울 속 내 삶의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뿌연 안개를 경험한다.
실로 그렇다.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일이 쉬울 리가 있으랴. 자신을 싸고 있는 껍질을 홑청 마냥 뜯어내고 닦고 또 닦아 진물 어린 생채기를 내고 마는 과정은 시인의 말처럼 깊은 눈 기진하도록 속엣말을 닦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