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코미디극 ‘룸메이트’ 무대
- 英 극단 협업 대본 공모도 진행

부산 소극장 ‘어댑터시어터’가 개관 3주년을 맞았다. 광안리 바다가 보이는 독특한 공간에 자리 잡은 이색 소극장으로, 광안리해수욕장을 찾는 여행객이 캐리어를 끌고 공연을 보러 올 만큼 독특한 공간으로 입소문 난 곳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예술 업체인 ‘예술은공유다 ’심문섭 대표를 최근 만나 어댑터시어터의 방향을 물었다.

‘예술은공유다’의 심문섭(왼쪽부터) 대표와 극단 ‘아이컨택’ 강승환 배우, 양승민 배우·대표, 백규진 작가·배우, 박용희 연출가가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미주 기자

심 대표에게 ‘3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2017년 ‘예술은공유다’ 운영을 시작하며 ‘3년 차 고비’를 톡톡히 겪었다. 우선 팬데믹이 첫 번째 위기였다. 빈 사무실을 활용하기 위해 공연장으로 만든 게 지금의 어댑터시어터다. “처음엔 (주변에 즐길 거리가 아주 다양한) 광안리 바다에 무슨 공연장이냐는 우려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운영 등이) 녹록하진 않지만 의미 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어댑터시어터 개관 3주년인 올해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우선 어댑터시어터 ‘제2관’이 광안리 인근에 들어선다. ‘1관’(현재의 어댑터씨어터)은 광안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7층 소극장이다. ‘2관’은 지하 소극장이다. 2관은 이르면 오는 5월 말 문을 열 예정으로, 개관 공연 ‘소년이 그랬다’(연출 주혜자)를 극단 ‘배우관객그리고공간’과 함께 준비 중이다.

영국 극단과 협업하는 대본 공모도 빠르면 이달부터 시작된다. 신춘문예 등 방식이 아닌, 해외 극단과 협업하면서 진행하는 대본 공모는 이번이 처음이다. 심 대표의 구상은 이렇다. 올해 한국어·영어 버전으로 1등을 뽑고, 2년 차인 내년 낭독공연 방식 쇼케이스를 연다. 이때 공연의 보완점과 방향점 등을 상세히 설정해 3년 차에 공연으로 제작해 관객과 만난다는 구상이다.

3개년 기획·제작 단계를 구상한 셈인데, 심 대표는 “이 같은 방식을 10년 정도 굴리면 작품도 늘어나고 영화화할 수 있는 원천 콘텐츠도 많아진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K-컬처를 알릴 기회도 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어댑터시어터’가 이름처럼 서로 다른 예술을 연결해 작동케 하는 변환·전환장치로서 기능하기 바란다. 이를 위해 경계 없는 협업을 지향한다. 최근에는 부산의 청년 극단 ‘아이컨택’과 협업해 ‘룸메이트’ 3부작 시리즈 공연을 시작했다. 다음 달 7일까지 공연되는 ‘룸메이트:페널티킥’이 첫 번째다. 원룸에서 동거하는 세 친구 이야기로,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를 표방한다. 축구 중계 화면 등을 활용한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지난해 부산연극제에서 우수연출상 베스트앙상블상 우수연기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여성 버전인 ‘룸메이트:스파이크’(4월 19일~5월 16일)와 남녀 버전인 이야기(연말 예정)가 올해 어댑터시어터에서 공연된다. 심 대표는 “지역 청년 단체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 세 작품을 한 극장에서 공동 기획 제작으로 한 해에 다 올리는 건 처음이라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컨택 양승민 대표는 “OTT 플랫폼이 상승하는 시기, 연극이 연극다우려면 현장감 있는 호흡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부산에서 출발한 청년예술단체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시의성 있게 청년 이야기를 담아내며 현실성과 시의성 모두 살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룸메이트:페널티킥은 친구 자취방을 훔쳐본 듯 널브러진 소품이 꽤 현실감 있고,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러나올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축구 중계 화면과 맞물리는 다양한 연출을 놓치지 않으려면 공연 시작 15분 전부터 자리를 지키는 게 좋다.